우리고장, 정읍이야기

동진강 발원지, 까치샘을 찾아서

뿌리기픈 2011. 12. 10. 19:15

  2011년 11월 12일(일요일) 막바지 단풍인파가 내장산을 울긋불긋 물들였다. 정작 단풍나무의 단풍잎은 올해 일찌감치 마감을 했는데, 멀리서 내장단풍을 보고자 찾아오는 이들은 그런줄도 모르고 찾아온 것이다. 퍽이나 실망했을 것 같기도 한데, 일기예보처럼 미리 단풍 상황을 알려주는 곳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사단법인 '둘레'와 정읍의제21 이렇게 두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에 참여하였다. 오늘의 주제는  동진강 발원지 및 정읍문화유적지 탐방이었다. 일단 참가자들은 정읍시청에서 집결하여 함께 버스로 내장산까지 이동하였다. 하차후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까치샘 탐사대를 5명 정도의 소수 멤버로 편성하였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가볍게 내장산 경내를 산책하고나서 나중에 만나기로 하였다.

 

  내장산관리공단의 협조하에 안내자와 함께 내장산관광안내소에서부터 걷기시작하였다. 형식상 오늘의 일정은 내가 안내자로 선정되었지만 까치샘을 찾는 것은 자신이 없다. 몇 년전부터 까치샘을 찾으려고 두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까치샘의 위치를 잘 알고 있는 국립공원 소속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가볼려고 한다. 지난 2001년도 전북산사랑회에서는 동진강의 발원지에 까치샘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곳에 표지목을 세우기도 하였다. 그때의 기록을 인터넷에서 알게 되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나는 두번의 시도를 하였던 것이다. 한번은 먹뱅이골(일명 원적암 계곡)에서부터 계곡을 따라 상류를 향해 올랐다. 까치샘이니 당연히 까치봉쪽에 있으리라 믿으며 올랐지만 결국은 허탕을 치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번은 역발상을 발휘하여 까치봉 꼭대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아래쪽으로 찾아갔지만 그때도 결국은 실패를 하였다. 표지목은 고사하고 딱히 샘이라고 볼 수 있는 적절한 장소가 보이질 않았다. 두번씩이나 실패하고나니 마치 어릴 적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찾지못한 심정이었다.

 

  이번에는 확실한 안내자와 동행하게 되었으니 목표지점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 그보다는 까치샘 주변이 어떤 모습일 지에 관심이 컸다. 안내자가 준비한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계곡의 갈림길을 확인하며 드디어 목표지점에 도착하였다. 대략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기쁨보다는 실망감이 더욱 컸다. 까치샘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않게 늦가을에 표지석 아래에는 물이 마르고 없었다. 그리고 더욱 나를 실망케 한 것은 까치봉쪽 계곡이 아니고 엉뚱하게도 연지봉으로 이어지는 계곡쪽에 표지목을 세우고 그곳을 까치샘이라 했다는 사실이다. 지난번에 왜 내가 까치샘이라 명명한 표지목을 찾지못했는지 이제야 의문이 풀리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계곡의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며 물줄기를 찾을 때는 두 개의 계곡이 합쳐지는 곳을  연속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럴 땐 당연히 보다 큰 계곡쪽을 선택하여 가야만이 보다 긴 물줄기의 원천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바다로부터 가장 먼 지점의 발원지를 찾게 되는데, 2001년 전북산사랑회 동진강발원지 탐사팀은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까치봉쪽이 아닌 연지봉쪽 계곡을 선택하여 그곳에 표지목을 세우고 이름도 까치샘이라 명명한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일을 처리했는지 궁금하다. 또 한가지 아쉬움은 자연샘도 아니고 계곡의 중간에 인위적으로 샘을 조성한 흔적이 보이고, 가을엔 이마저도 샘이 말라있어 도저히 이곳을 동진강의 발원지라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진강 발원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지만, 발원샘 설정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토론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본다.  가시적으로 발원지에 샘을 설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그 위치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원점에서 재논의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년 전에 꽂았던 표지목은 그동안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에게도 무척 찾기 힘든 위치에 서있었던 상황이라  홀로 심한 외로움을 느꼈을 것 같기도 하다. 표지목 대신 이제는 확실한 표지석을 세울 차례이다.

 

 

             동진강의 발원샘 까치샘이라 씌어진 표지석. 문헌상의 까치봉 북동쪽 계곡이 아니고 이곳은 까치봉의 옆 봉우리인 연지봉 계곡쪽에 해당한다.

           

 

            망해봉 갈림길 : 원적암에서 30분 정도 오르면 망해봉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계곡을 따라가면 망해봉이다. 까치샘은 왼쪽으로 가게 된다.

 

          2단폭포 : 망해봉 갈림길에서 15분 정도 더 오르면 작은 2단폭포가 나온다. 까치샘은 계속 전진한다.

 

           까치샘 갈림길 : 2단폭포에서 약 100m 위쪽에 비스듬히 기울어진 큰 바위가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까치샘은 여기서 오른쪽 계곡을 따라 간다.

 

    까치샘  : 까치샘 갈림길에서 약 5분 정도 오르면 동진강의 발원지인 까치샘에 이르게 된다.

       [사진촬영 : 박래철, 사진설명문 : 내장산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 내장산 약도

   

 안내도에서 연지봉쪽으로 뻗은 물줄기보다는 까치봉쪽으로 뻗은 물줄기가 더 길다. 결과적으로 더 긴 물줄기쪽이 발원지가 되는 것이다.

 연지봉쪽보다는 까치봉쪽이 그래서 동진강의 발원지가 되는 것이다. 이곳으로부터 황해바다까지 51킬로미터를 흘러 동진강을 이루는 것이다. 강의 길이로 따지면 우리나라 하천 중 15번째 길이라고 한다. 51킬로미터라는 숫자를 거꾸로 하면 15가 되니깐 외우기가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