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지금도 명당마을인가?

뿌리기픈 2007. 12. 10. 21:38
지금도 명당마을인가?
정읍의 4대 명당마을 중 하나인 모촌(茅村)을 찾아서

 

 

 

 

정읍시 하모동 모촌마을 전경.  

 
모촌마을 앞 정읍천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모촌이라는 마을 이름처럼 하천 주변에 띠가 많이 자생하는 것 같다. 뒷산이 마을을 감싸주고 앞에는 고목의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


요즘 현대인들은 기존 풍수지리학에서 제시하는 ‘배산임수형’의 정형화된 명당보다는 ‘교통’이라는 입지조건을 제일(第一)로 내세움으로써 그동안 얘기되어온 ‘살기 좋은 터전’의 개념이 크게 변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라고 하는 이동수단이 우리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요즘에는 아무리 좋은 명당이라 하더라도 교통이 불편한 지역은 삶의 터전 즉 명당이 될 수 없다. 비록 세상은 변해서 풍수지리학이 설득력을 잃고 있지만 과거 우리네 조상들은 어떤 마을을 좋은 터로 생각했는지 살펴보자.

 

정읍의 4대 명당마을은?...진산, 모촌, 승부, 군대마을

과거 정읍현 시절에 명당 마을로 인정받았던 4개의 마을을 열거해보면, 진산(辰山)마을(정읍시 진산동), 모촌(茅村)마을(정읍시 하모동), 승부(承富)마을(정읍시 북면), 군대(裙帶)마을(정읍시 하북동) 등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모촌마을을 찾아가 본다.

모촌(茅村)마을은 띠(뙤)밭이 많아 띠모(茅), 마을촌(村)자로 이루어진 마을 이름이다. 마을 앞에는 수령이 250년 된 느티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웅변해주고 있다. 마을 안에는 고암(考巖)서원과 고흥유씨의 음성제(蔭成齊), 최근에 만든 단군성전 등이 있다.

이 중 고암서원은 정읍의 4개 사액서원(국가의 지원을 받았던 서원)중의 하나로서 우암 송시열이 1689년 정읍에서 사약을 받아 죽은 뒤 1695년(숙종21년)에 창건하고 그해에 사액을 받은 서원이다.

 

모촌은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마을...'비계모탱이'는 무엇?

과거 정읍현 서이면(西二面) 지역으로 현재의 행정구역은 정읍시 하모동(下茅洞)에 속한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형의 마을로서, 뒤쪽에는 방장산의 지맥(支脈)이 북쪽으로 가면서 만든 태봉(台峯 149m)이 겨울의 차가운 북서풍을 병풍처럼 막아주고 있고 좌우 양쪽으로 이른바 좌청룡 우백호의 산세가 뻗어서 아늑함을 더해주고 있다.

앞쪽으로는 입암면에서 발원한 정읍천(이 부근을 茅川이라 부름)이 북쪽으로 흐르고 있으며, 멀리 정읍시내와 내장산이 보이는 동향(東向)의 가옥이 많은 마을로 구릉성 산지의 중턱에 위치하여 경치가 시원하며 따뜻한 기운을 한껏 받을 수 있는 양택풍수의 좋은 조건을 갖춘 마을로 인정된다.

모촌마을은 왼쪽에 공평동, 오른쪽에 상평동과 연결된다. 상평동으로 이어지는 마을 오른편 산세를 이른바 비계포란혈(飛鷄抱卵穴)이라 부르는데 ‘닭이 알을 품는 형국’이라는 뜻으로 이곳 주민들이 부르는 ‘비계모탱이’라는 소지명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예로부터 좋은 명당으로 인정받았던 모촌마을에도 근래 풍수지리적 조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 마을과 외부와의 장벽역할을 하는 호남고속도로, 그 아래 통로가 있는데 하나는 소형, 하나는 대형 자동차용이라고 한다. 아무튼 통행이 불편할 것 같다.


 

 

 

 
▲ 모촌마을에서 바라봄


전통적인 명당을 훼손하는 현대 문명

첫째, 근대화 이후 호남고속도로가 마을 앞을 지나가게 된 것이다. 풍수지리에서는 도로를 물의 흐름과 동일시할 수 있다고 하는데 마을 앞의 정읍천과 호남고속도로가 같은 방향으로 흐르면서 고속도로가 마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된다. 고속도로는 어차피 이 마을의 교통과는 연계성이 전혀 없고 오히려 물리적․ 심리적 장벽의 역할과 소음공해라고 하는 역기능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둘째, 최근 마을 앞쪽의 월천마을에 대형 교회건물이 건립되어 풍수지리학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큰 교회건물이 마을사람들의 조망에 지장을 주고, 심리적 위압감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외부적인 충격과 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마을의 효자가 있다. 그건 바로 마을이 외부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고 또한 마을의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심어놓은 250년 수령의 느티나무(정자나무)가 거목으로 자라, 지금은 마을과 외부의 완충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다.

 

 

 

 
모촌을 지켜주는 느티나무...정자나무라고도 부르는, 마을 입구에 위치한 느티나무


마을을 지켜주는 느티나무...자연과 사람이 어우리는 삶은?

요즘 세상이 변하면서 풍수지리학의 의미가 쇠퇴하기도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좋은 집터와 마을터(양택풍수)를 잡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다. 또한 좋은 묘자리(음택풍수)를 잡아 조상을 모시고 싶고, 그 덕택에 복까지 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인지상정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행복’이 무엇인가? 특별한 행운을 받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하루하루 별일 없이 그냥 다행한 것이 곧 복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은가? 혹자는 이를 소극적 사고방식이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그게 바로 소박한 것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우리네 동양적 사고가 아니겠는가?

풍수지리는 ‘자연과 사람이 어떻게 서로 아름답게 어울려 살까’라고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하여 만들어진 사유체계이다. 자연의 보복이라는 대가를 치루면서도 자연을 정복하고 이용하는 현대인들이 이제는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 당장의 편리성과 손익분기점만 따지는 천박한 삶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풍수지리라고 하는 전통지리학이 현재적 관점에서도 가지는 유효한 원리를 이제는 겸허히 받아들일 시점인 것이다.

 

입력 : 2006년 04월 13일 10:24:49 / 수정 : 2007년 02월 18일 08:2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