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은 '마귀'를 연상시킨다? | |||
수성지구의 '마곡'초등학교가 '정읍'초등학교가 된 사연...옛이름이나 소지명 살린 이름짓기를 고대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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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철 ppuri3@ktu.or.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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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을 순 우리말로 하면 '샘고을' 또는 '샘골'이라 부른다. 아마도 정읍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정읍에는 샘골터널과 새암로가 있다. 그런데 이런 흔한 이름이 정작 학교이름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정읍동초등학교, 정읍서초등학교, 정읍남초등학교, 정읍북초등학교라고 하는 방위를 넣어서 정한 초등학교 이름과 정읍중학교, 정읍여자중학교, 정읍고등학교, 정읍여자고등학교 등 정읍이라는 글자를 넣어 만든 중등학교가 많다. 최근 개명된 정읍제일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이름은 당시의 시대상황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한데, 최근 한자보다는 한글식 이름이 널리 사용된다고 하는 점에서 이제는 정읍에서 '샘골'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학교이름이 하나쯤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곡동에 세워진 초등학교 이름이 '정읍'초등학교 최근 상동에 개교한 한솔초등학교가 그나마 예쁜 이름으로 초등학교의 분위기에 걸맞는 이름이라고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몇년전 개교한 수성동 신시가지의 정읍초등학교는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학교이름이라 생각된다. 이 학교가 들어선 지역은 행정구역상 수성동이지만 정읍시내 분지지역에서 북쪽으로 벗어나 과거 정읍현의 북쪽 즉 북면지역에 해당하며, 이곳의 소지명은 마곡(馬谷)동이라 부른다. 아마도 마곡이라는 지명은 말과 관련된 것으로 풍수지리학상 갈마음수혈이라 하여 목마른 말의 모습을 한 지형과 관련하여 정해진 이름이라는 설과 실제로 이곳이 말을 키웠던 지역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이런 이름이 바탕이 되어 정읍초등학교의 이름은 애초에 마곡초등학교로 정해졌고 건물의 준공표지 동판에도 그렇게 새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계획과는 달리 전혀 엉뚱한 정읍초등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를 한다고 교육당국에서는 발표를 하게 되었고 상황을 잘 모르는 정읍시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마곡'이 '마귀'를 연상시킨다? 아마도 이런 갑작스런 개명의 배경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을 것 같은데, 대략 소문에 의하면 일부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하여 어감이 좋지않은 ' 마곡'대신 보편적인 '정읍'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마곡'이란 이름이 거부된 이유는 마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있었다. 기독교를 믿는 일부 학부모들이 '마곡'이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야 마곡보다는 정읍이라는 이름이 낫겠지만 지역 원주민의 입장에서는 소지명을 살리고 싶은 심정이 더 강했을 것이다. 결국은 힘있고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의견이 관철되어 학교이름이 갑자기 바뀌게 된 것이다.
소신 없는 교육당국, '샘골' 대신 '정읍' 선택 교육당국의 소신 없음도 문제라고 본다. 그때 이름을 기어코 바꿀 거라면 차라리 정읍이라는 흔한 이름대신 같은 뜻이지만 정감있는 '샘골'로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몇년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는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남아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제는 정읍사회의 주류와 대세가 원주민이 아니라 외지에서 새로이 정착하는 이주민들이 이끌어가는 세상이 왔구나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읍의 오수설(오수설)처럼 외지인이 득세하는 지형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아파트라고 하는 공간에 새로이 정착하는 이주민들의 세력이 기존 주택에 기거하는 토착민들의 목소리보다 크기 때문이어서 그럴까?
이름짓기는 소지명과 옛이름을 살리는 방향으로 앞으로 학교이름 뿐만 아니라 새로이 정해지는 거리이름, 다리이름, 건물이름들도 이제는 좀더 신중하게 그 지역의 역사.문화적 근거를찾아서 정해져야겠고 가급적 옛이름과 소지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다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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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4월 07일 00:25:48 / 수정 : 2007년 02월 18일 08:2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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