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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정읍이야기

몰고개 넘어 전주가는 길

몰고개 넘어 전주 가는 길

 

[생각]자동차의 본능 따라 자꾸 뚫리는 새 도로, 정읍의 산하가 신음한다

 

박래철 ppuri3@ktu.or.kr

 

 

 

요즘 도로가 시원스럽게 뻥뻥 뚫려 자동차를 이용하는사람들의 천국이다.

걷는 대신 자동차가 주요 이동 수단이 되어버리니 사람들은 속도에 집착하게 된다. 인간의 본능이 자동차의 본능과 합일된 것이다. 자동차가 갖는 본능은 역시 쾌속 질주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전제로 한 도로는 어김없이 곡선을 거부하고 쭉쭉 뻗어가는 직선을 좋아한다.

도로계획선은 평지에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산을 만나면 산을 무너뜨리던지 아니면 뚫고 지나간다. 고개를 만나면 고개를 깎아 가급적 낮추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도로의 폭도 넓혀 자동차만 전용으로 달리고 싶어한다.

자동차의 본능이 인간의 본능으로 전이되니 도로는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다. 자연 부락들을 휘둘며 꼬불꼬불, 앞에 놓인 자연적 장애물들을 자연스레 피해가느라 구부러진 폭 좁은 도로들은 더 이상 선호대상이 아니다.

뿐만아니라 구도로는 교통을 불편하게 만들어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구박덩이가 되어 '버림'을 받는다. 그 옆에 자동차가 원하는 폭 넓고 직선이며, 지동차만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만들어진다. 

 

사진에 나오는 장면은 1번 국도가 지나는 몰고개 너머 전주가는 길이다. 이제 그길만 해도 2개이다. 고속도로까지 합하면 정읍에서 전주 가는 길은 3개인 셈이다. 멀리 전주에서 출퇴근하고 이동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반가운 사실이지만 정읍에 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정읍의 산하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풍경은 아닌 것 같다.

기존에 있던 도로로도 충분해 보이는데 새길을 내기 위해 정읍의 울창한  산들이 파헤쳐진다. 정읍의 산하가 신음하게 된다.

개발과 환경보전의 절묘한 접합점을 찾기란 언제나 어려운 일인가보다.

 

입력 : 2006년 04월 03일 11:01:29 / 수정 : 2007년 02월 18일 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