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상동 '뻔데기공장'의 추억

뿌리기픈 2007. 12. 10. 21:31
상동 '뻔데기공장'의 추억
아직도 걸려있는 '전북제사공업주식회사' 간판을 보며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 찾아가 보았다. 이모가 시집가기 전, 몇년간 다녔던 제사공장(누에고치로 실을 뽑는 공장)이 있던 자리. 공장은 전부 사라졌지만, 다행히 관리실과 창고 역할을 했던 건물 하나가 지금도 남아있다. 지금은 그곳을 어느 회사가 임대하여 창고로 쓰고 있었다.

어릴 적 이모가 밤근무를 하러 가는데 혼자가기 무섭다고 어린 조카인 나를 함께 데리고 가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시가지가 확장되어 밤에도 휘황찬란한 가로등이 있어 무섭지 않지만 수십년전 이곳 상동 제사공장까지는 한적한 들판이었다.

 

1969년에 설립된 공장, 2006년 3월 산 증인을 만나다

정읍경찰서 상동지구대 뒷쪽에 위치한 전북제사공장의 관리실 건물동. 마침 이 회사의 창립과 폐업까지의 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회사의 산증인이 한분 있어서 잠깐 인터뷰를 했다. 성함은 유상기씨, 올해나이 68세라고 한다.

증언에 의하면 전북제사 정읍공장을 1969년에 시작하여 1979년까지 10년간 가동했었다고 한다. 당시 6,000평의 공장부지에 500여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큰 규모의 공장이었다고 한다. 직원들중 1/3은 외지인들이었다.

원료인 누에고치를 인근 농가에서 사들여 실크(비단)의 원료인 견사를 뽑는 공장이었다. 이곳에서 생산된 견사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10년만에 공장의 가동이 예기치않게 멈춘것은 바로 중국에서 생산된 원료의 저가공세 때문이었다고. 다른 산업부문에서도 그렇겠지만 중국의 등장은 우리 잠업농가와 견사업계에게는 직격탄이었다. 지금도 정읍의 소성면, 고부면 일대 일부농가에서 누에를 키우는 양잠을 하고 있지만 대개가 약용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당당하게 걸려있는 '전북제사공업주식회사' 간판

공장터에는 아직도 '전북제사공업주식회사'라고 하는 간판이 당당하게 걸려있어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유상기씨의 말씀으로는 아직 회사가 완전히 문닫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공장주가 대부분의 공장부지를 매각하여 지금은 1000여평의 창고건물과 그 주변 부지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바뀌어 여건이 좋아지면 제사공장을 다시 만들겠다는 의지인 것인지... 아마도 팔리지 않아 남은 건물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어렸을 적 상동(그때는 상리)부근을 지나가면서 엄청나게 큰 제사공장 건물의 규모에 놀라고 모두들 그곳을 '뻔데기공장'이라고 불렀다. 현재 상동 현대3차아파트가 위치한 그곳이 제사공장이 있었던 곳이라는 사실을 그곳에 사는 아파트주민들은 몇이나 기억할른지....

 

입력 : 2006년 03월 22일 10:39:31 / 수정 : 2007년 02월 18일 08:2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