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야기

꽃을 보며 생각한다.

뿌리기픈 2007. 12. 10. 10:05

* 루드베키아 라고 부르는 꽃에 벌이 앉아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우리말과 외래어의 어원(말의 뿌리)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상상으로 생각했던 어원이 실제로 들어맞았을 때 강한 희열을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예컨대 바보의 어원이 ‘밥보’일 것이라고 혼자만 생각하다 텔레비전 퀴즈풀이 프로그램에서 그것을 확인하는 경우처럼.... 이런 식의 발상은 내가 맡은 사회과목에도 적용이 된다. 어려운 용어에 대해 보다 쉽게 어원을 풀이해서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경우이다. 가끔 이런 설명을 듣는 학생들은 처음엔 믿으려 하지 않고 날 무척 유치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일상용어나 지명 그리고 어려운 전문용어의 어원을 연구할 때 그 출발은 개인의 상상력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가 좋아하는 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로 하자. 꽃이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는 점에서 '꼬신다'는 말에서 탄생한 것은 아닐까? (꼬시다의 ‘꼬시’가 꽃으로 변한 건 아닌지....)정말 유치한 생각이었고 이는 나중에 어원사전에서 찾아본 결과 내 상상과는 달랐다. 꽃의 어원은 '곶'이었고 그 곶은 우리 인체의 팔다리처럼 길게 나온 모양을 뜻하는 말로서 식물에서 꽃도 나뭇가지 끝에서 길게 돌출된 부분으로 해석하면 이해가 되는 말이다.
이 대목에서 난 동물과 관련을 지어본다. 동물 신체의 돌출부분은 팔, 다리 그리고 수컷의 경우 생식기 일 것이다. 꽃과 생식기는 대략 같은 어원을 갖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너무 비약일까? 꽃은 우리 인간에게 아름다움의 상징이지만 식물자신에게는 새 생명을 이어가는 중요한 생식기인 것이다. 관점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차이가 크다.

여기서 생김새 말고 또 한 가지 색깔을 가지고 얘기해본다. 꽃은 대체로 눈에 띄는 붉은 색 계통이 많고 공통적으로 화려함을 그 특징으로 한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벌과 나비를 유혹하여 빠른 시간 안에 자손을 번식시켜야 한다는 사명감(?)때문일 것이다. 이를 자연의 이치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동물의 생식기도 대체로 홍조를 띤다(암. 수 공통점)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식물은 대개 한 꽃에서 암술과 수술이 있어 이른바 자가수분을 하지만 동물은 암컷이 수컷을 유혹해서 수정이 이루어진다는 점만 조금 다를 뿐이다. 동물의 경우 구조적으로 소극성을 띠는 암컷이 적극성을 띠는 수컷을 유혹하기 위해 특히 발정기를 전후하여 붉은 빛을 띠는 경우가 많다. 동물원의 원숭이 똥구멍(학문적으로 항문이라 하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진화론에 의하면 인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단계에서 직립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직립이후에 생식기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게 되면서부터 인간은 좀더 다른 형태로 짝짓기를 시도하였을 것이다. 물론 인간의 성교 시 체위도 다른 동물과 달리 서로 바라보는 자세로 변한 것처럼....... 그리고 이때부터 여자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성기대신 입술을 인위적으로 붉게 칠한 건 아닐 런지....... 굳이 화장품을 이용하여 칠하지 않아도 붉은 입술을 보면 우리네 수컷 즉 남자들은 원초적 본능이 발동하여 이른바 성적 관심(섹시함을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식물세계에서 나타나는 꽃의 화려한 색깔과 동물세계에서 나타나는 생식기의 붉은색은 결국 종족번식을 위한 본능에서 비롯된 공통된 자연현상인 것이다. 다시 말해 붉은 장미, 똥구멍이 빨간 원숭이, 앵두 같은 입술을 가진 여자, 이 모두는 '유혹'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 것이다.  [2006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