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야기

아름다운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뿌리기픈 2007. 12. 10. 10:01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청소시간이면 화장실로 향한다. 성지관 1층에 있는 화장실 청소지도를 위해서.... 요즘 아이들에겐 청소시간 자체가 무척 하기싫고 지겹게 느껴지는가 보다. 진정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청소에 임하는 학생을 찾아보기가 무척 어려울 지경이다. 모두들 틈만나면 시간만 보내고 놀고만 싶은가 보다. 교사들이 그나마 찾아다니며 잔소리를 하고 귀찮게 하니 어쩔수 없이 하는 모습이다. 좀체 자발성이란 걸 학생들에게서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때론 말하기도 귀찮아서 교사가 먼저 쓰레기를 줍고 걸레질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기야 집에서도 청소를 잘 하지 않는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얼마나 더 잘할까라는 생각으로 이해도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차라리 이제부터 교직원들이 청소를 담당해야하든지, 아니면 청소용역에 부탁하든지 다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청소구역은 역시 화장실 청소. 예전처럼 재래식이 아니어서 냄새도 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이기 때문에 그저 싫어하는 표정이다. 함께 우리가 사용함에도 기피하는 구역인 것이다. 더군다나 평소 청소를 아무리 잘해도 더럽게 사용하는 일부 학생들 때문에 금방 더러워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신경을 써서 청소를 해도 다음날이면 또 더러운 모습을 보인다. 화장실 사용하는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매너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화장지가 없어 급한 마음에 공책이나 교과서를 찢어 뒷처리를 하는 학생들, 심지어는 자기 양말이나 팬티를 벗어 뒤를 닦는 행위, 화장실에 와서 과자를 먹고 비닐봉지를 변기에 넣어버리는 행위, 그래서 이런 아이들로 인해 변기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 자기 급한 것만 해결하면 끝이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들인 것이다. 또한 대소변을 보고나서 변기를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을 보고나서 그냥 뚜껑을 덮어버린다. 게다가 신발끈을 동여매기 위해 그 변기 뚜껑에다 신발을 올리는 바람에 변기가 흙으로 더러워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참으로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남이 보지 않는 폐쇄적인 공간이기에 나타나는 심리적 일탈행동인지, 아니면 학교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의 표현인지는 몰라도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상상할 수없는 유치한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런 행동들 때문에 더러운 화장실 청소를 담당한 사람들만 애를 먹는다. 선현들의 말씀 중에 '신독'이라는 말이 있다. 남이 보지 않는 가운데 혼자 있을 때 자기 스스로의 마음을 잘 보살피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직은 인격수양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이겠지만, 위에 열거한 더티한 행동대신 기본적인 화장실 매너 지키기는 나이와 상관없이 지킬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한편으론 화장실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저급한 행동들이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어차피 책임지지 않는 공간이기에....만일 내 집이라면 이런 행동을 감히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게 공공의식의 부재이다. 어디 아이들뿐이겠는가? 기성세대들의 의식 속에 나타나는 이런 공공의식 결핍이 궁극적으로는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아이들은 대개 좋은 것보다는 안 좋은 일을 쉽게 배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호소합니다. 화장실 매너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지킵시다. 제발 대소변 보고나서 물은 자기가 내리도록 합시다. 뒤처리는 지정된 화장지만 사용해서 처리합시다. 아름다운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하지요. 이러한 사항이 잘 안 지켜지면 마지막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하여 그 흔적의 주인을 끝까지 찾아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주십시오.

 

[2007년 봄에, 정읍중학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