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

세대차는 경험의 차이

뿌리기픈 2022. 1. 18. 16:12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실로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60년 정도를 살아온 내가 어릴 때 경험했던 것을 기억해보면 오늘날과 비교하여 '천양지차'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20세기 초반 일제강점기에 본격적인 근대문물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생활방식과 그 모습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고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가히 '격동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었다. 지난 20세기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그 변동의 폭과 속도가 참으로 컸었고 이것은 지금의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사람들은 출생 연도에 따라 그 경험의 차이가 있었고 그것은 이른바 세대차라는 의식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내가 태어난 1960년대는 한국전쟁의 후유증이 남아있었던 시절로 대한민국과 그 국민의 다수가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그때 그시절, 내가 겪은 생활 속 이야기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번째로 식사후 하게 되는 '양치질'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은 치솔에 치약을 발라 이를 닦는 게 기본이고 여기에 전동칫솔까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땐 플라스틱 칫솔이란 것이 일반화되기 전이어서 우리집에서는 그냥 손가락에 굵은 소금을 묻혀 양치질을 했었다. 소금값이 비쌀 때는 이마저도 다른 것으로 대체해서 사용했을 것이다. '양치질'이라는 말도 원래는 '양지질'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자로 양지질의 '양지'는 '버드나무 가지'라는 뜻이니, 옛날에는 버드나무 가지끝을 으깨어서 이것으로 칫솔질을 대신했던 것이다. 양지를 이용한 칫솔질을 양지질이라 하였고, 이것이 변하여 양치질이 된 것이다. 어린 시절 한동안 손가락으로 칫솔질을 하다가 플라스틱 칫솔이 등장하면서 치약까지 나오게 되니 훨씬 상쾌한 느낌과 편리함으로 양치질을 하게 된 것이다.

 

두번째로는 보통 하루에 한번씩 가게 되는 화장실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화장실이란 말대신에 주로 '측간' '변소'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이른바 재래식 화장실로 농사짓는 집에서는 모아진 사람의 분뇨를 농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큰 항아리 위에 길다란 나무판을 올려서 변소를 만들었다. 여기에 올라가서 볼일을 보았는데 냄새도 심하고 지저분하고, 얼기설기 판자로 지어진 건물이기에 겨울엔 춥기도하고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잘못하면 변을 모으는 항아리 안으로 빠질 수도 있으니 긴장하면서 일을 봐야했다. 공공화장실의 경우에는 콘크리트로 지어져 조금 더 위생적이고 안정적이지만 냄새만은 어쩔 수 없었다. 국민학교때 같은 반 급우가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가 아래로 빠졌던 위험한 사건도 있었다. 아무튼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닐 것 같다. 지금은 화장실에 가서 느긋하게 일을 보며 한동안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했지만 말이다.

화장실 환경도 열악했지만 또 한가지 일을 보고나서 엉덩이를 닦을 때 사용하는 물질이 문제였다. 내가 어린 시절 변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한 것은 지푸라기였다. 농사짓는 집이니 당연 지푸라기가 흔했고 그것을 손바닥에 놓고 비벼서 부드럽게 만든 다음에 사용하였다. 엉덩이 항문 주변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그땐 신문지같은 종이도 일부 계층에서만 사용하는 사치스러운 것이었다. 전용 화장지는 한참 세월이 흐르고나서 나중에 일반화되었다. 지금은 부드럽고 향기까지 나는 화장지를 사용하거나 자동 '비데' 라는 것을 사용하면서 훨씬 더 안락하고 위생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게 되었으니 엄청난 변화와 발전이라 하겠다.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가 경험했던 이런 생활 속 이야기를 지금 젊은 세대에게 얘기하면 그야말로 '전설같은 이야기'라고 할 것이다. 속칭 '꼰대'라는 비난을 들을까봐 이런 얘기를 꺼내기도 쉽지않다. 경험의 차이가 결국 세대차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60년이라는 세월속에서 내가 겪었던 일상생활의 변화는 실로 역동적이고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문명의 이기가 발전하면서 우리 생활은 분명 안락하고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까지 이어졌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의 몸이 편리해진만큼 마음도 행복해져야 하는데, 꼭 그렇게 연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인간은 끝임없이 더 큰 욕망을 품기 때문일 것 같다. 바라건대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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