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동진강의 발원지를 찾아서 (내장산 까치봉)

뿌리기픈 2010. 12. 12. 18:23

우리가 족보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자기 뿌리에 대한 의식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산천에도 처음 시작되는 점과 끝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산줄기와 강줄기의 근원을 밝혀내는 일 또한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 할 것이다. 우리 고장 정읍을 흐르는 동진강의 근원 즉 발원지를 찾아보는 일에 내가 관심을 가진 것도 그런 원초적 본능 때문일 것이다. 

 

동진강은 전북의 서남부 지역 즉 노령산맥의 서북부에 해당하는 정읍, 부안, 김제지역을 흘러 황해로 들어가는 하천이다. 최장길이로 따지면 약 51킬로미터로서 우리나라에서 15번째에 해당하는 강이라고 한다. 부안군 동진면 문포라는 곳에서 바다와 만나기 때문에 동진강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그동안 동진강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지만 지리학적으로는 하구에서 가장 긴 곳이 발원지라고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하구에서 분수계까지 최장길이 50. 03킬로미터를 보이는 정읍 내장산 까치봉 북동쪽 계곡을 발원지라고 할 수 있겠다. 옛 문헌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다만 발원지와는 달리 본류에 대해서는 그동안 변화가 생겨났다. 그동안 발원지를 인정받은 정읍천이 본류로서 인식되었지만, 일제강점기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섬진강댐이 만들어지고 여기에서 유역변경식으로 동진강수계로 넘겨지는 물때문에 본류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다. 과거 본류였던 정읍천보다는 태인천쪽의 수량이 많아지면서 급기야 태인천쪽으로 본류가 변경되었고,  이에따라 발원지도 변경되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본류가 수량변동에 의해 바뀌었을지언정 발원지까지 바뀔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천길이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동진강의 발원지는 정읍천 상류의 내장산 까치봉 계곡이며, 결과적으로 동진강만큼은 기형적이긴 하나 발원지와 본류가 별도로 분리되게 된 것이다.

 

그동안 동진강 답사는 차로 또는 직접 발로 걸으면서 몇차례 해보았지만 정작 발원지라 할 수 있는 내장산 까치봉 계곡(일명 까치샘이라 명명된 곳)을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마침 군산에서 오신 '하천사랑'모임(대표 김재승님)과 우리지역의 '정읍의제'라는 단체와 연결이 되어 비교적 한가한 늦가을 그리고 낙엽이 져서 답사하고 조망하기 딱 좋은 시절에 함께 발걸음을 같이하게 되었다.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몇차례 동진강발원지 탐사가 이루어지고 표지목까지 설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쉬움이라면 정작 이곳에 사는 지역민들은 별로 관심을 두지않은 상태에서 외지 분들이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이다. 한편으론 내장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않았다면 일찌감치 이런 일들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겠고, 언제라도 정읍사람들이 동진강 발원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국립공원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접근을 돕기위한 시설보강보다는 자연과 동식물을 보호하는데 일차적 관심을 두다보니 현재 까치봉 북동쪽계곡 즉 내장사에서 오른편 원적암쪽으로 들어가는 이른바 먹뱅이골의 상류지역은 자연휴식년이라는 명목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도 하다.

 

동진강 발원지를 찾았던 분들이 올린 인터넷자료는 2가지였다. 첫번째는 전북산사랑회에서 주관하여 이루어졌는데 2001년 7월 21일에 1차탐사를 하였고 2차탐사는 같은해 8월 26일에 했는데 바로 이때 '까치샘'이라 명명한 곳에 나무로만든 이정표를 설치하였다고 한다. 두번째는 도화종합기술공사 수자원개발부 이용수님이 탐사를 하였는데 1차탐사는 7월 24일이었고 2차탐사는 9월 10일이었다. 약 4년의 시차를 두고 진행된 두번에 앞선 선행 탐사에 대해 비교해보면 서로 관점이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첫번째팀은 산악인들로서 발원지와 더불어 그것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줄 수 있는 발원샘을 찾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까치봉의 이름을 따서 까치샘이라 명명하여 이정표까지 세웠지만 그곳이 과연 자연샘으로서 사시사철 마르지않은 샘이었는가도 의문이고,  굳이 발원지에 샘이 꼭 있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여겨진다. 두번째팀은 나름대로 하천과 관련된 전문가라 할 수 있는데, 까치샘에 대한 집착보다는  까치봉 북동쪽 정상부가 동진강의 발원지가 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그 지점에 대한 사진촬영, 지도화, 그리고 GPS측량 등의 작업을 했다는 점이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두번째 탐사기록까지 우리팀이 공부를 하고 출발하였더라면 훨씬 정확하고 쉽게 접근하였을텐데라는 아쉬움도 가져본다. 군산-정읍 연합팀이라 해야하나. 우리는 드디어 2010년 11월 28일(일요일) 5명의 인원으로 탐사대를 꾸려서 오전에 출발을 하였다. 사전에 내장산국립공원사무실에 전화상으로 협조를 구하였다고 하는데도, 막상 당일날 사무실에 가보니 반응이 썰렁함을 느꼈다. 보존에 목표를 두는 공단입장을 고려하더라고 좀 씁쓸함을 느껴본다. 동진강 발원지와 내장산이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인 것 같다. 마치 조상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족보이야기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사전 승락을 어쨌건 받은지라 우리는 4륜구동의 승용차를 이용하여 원적암 입구까지 진입을 하였고 여기서부터는 도보로 철조망을 통과하여 먹뱅이골짜기를 따라 상류쪽으로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하였다. 사람들의 통행이 제한되는 곳이라 생태계가 잘 보존된 느낌이었다. 늦가을인지라 골짜기의 물은 적었고 군데군데 웅덩이가 보였다.  그 화려했던 단풍을 포함한 나무들이 잎사귀를 떨구어서그런지 삭막한 느낌이 가슴 가득 전해진다. 준비한 지도를 보고서,  점점 좁아지고 경사가 급해지는 골짜기를 따라 올라갔다. 군데군데 다른 골짜기와 합류되는 곳이 있어 보다 큰 골짜기를 찾는 일도 쉬워보이지는 않았다. 거의 경사가 급해서 오르기 힘든 곳까지 올랐지만 까치샘이라 명명한 곳이나 이정표가 보이질 않았다. 10 여년이 흐른 시점이라 여름철 급류로 인해 그곳이 이미 원형을 상실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서 까치봉 정상이 가깝게 보이는 지점을 눈으로 확인하는 정도로 만족하고 우리는 내장사쪽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  오후에는 내장사의 왼쪽 골짜기인 금선계곡 쪽을 답사하였는데,  상류쪽에 있는 용굴, 금선폭포 등은 낙석으로 인해 일반 등산객들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하면서 오늘의 일정을 마치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2005년에 있었던 두번째 선행답사기를 읽어보니 동진강의 발원지에 접근하는 또다른 방법을 알게 되었다. 골짜기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까치봉 정상까지 올라가서 정상부 바로 아래쪽을 찾아보는 일이 훨씬 간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다만 발원지인만큼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는 방법이 더욱 정석일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보강 답사를 혼자서라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일주일 후 2010년 12월 5일 지난주처럼 날씨는 여전히 맑고 그리 춥지않은 날씨여서 답사하기는 딱 좋았다. 오후에 내장사에서부터 왼쪽으로 들어가는 금선계곡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금선계곡 중간쯤에 까치봉으로 상당한 경사를 감수하며 오르는 등산로가 있었다. 힘들게 땀을 뻘뻘 흘리며 올랐는데 대략 50분이 소요되었다. 인터넷자료를 보면서 드디어 정상부 바로 아래쪽에서 시작되는 깊이 패인 골짜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약간의 너덜갱이 발원지라 할 수 있지만 그곳에는 자연적인 샘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경사가 급하고 비올 때만 물이 모아져 흐르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형이었다. 이곳에서 황해까지 50. 03킬로미터가 시작되는 곳이라 생각하니 이곳이 아주 특별하게 보였다. 촬영을 마치고 까치봉 정상에서 홀로 주변 내장산 9개 봉우리르 확인하고서 나름 뿌듯한 느낌으로 하산을 하게 되었다.

 

[2010. 11. 28]

 

 

탐사팀이 원적암 입구에서 출발하기 직전 기념촬영을....

 

수량이 적어서 군데군데 물웅덩이 형태를 띠고 있는 먹뱅이 골.

 

점점 좁아지는 골짜기

 

주변의 풍화되어 쏟아진 돌들이 너덜갱을 형성한다.  그리고 내장산의 천연기념물인 굴거리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계곡이 합류되는 지점에서 지도를 확인한 후 출발한다.

 

 

계속해서 왼쪽계곡을 따라 오르면 까치봉을 향하게 된다.

 

 

까치봉 능선부가 보이는 곳까지 오른 후 하산하게 되었다.

 

 

[2010. 12. 5] 까치봉에 올라 발원지를 확인하다.

 

내장산 조감도

 

금선계곡을 따라 까치봉으로 직접 오르는 길이 표시된 이정표

 

금선계곡에서 만난 까치봉 오르는 등산로

 

겨울에 잘 드러나는 겨우살이라는 기생식물. 겨우겨우 살아간다는 뜻.

 

까치봉 정상부 아래. 동진강 발원지로 추정되는 곳.

 

발원지에서 아래쪽을 보았다.

 

까치봉 아래 발원지로 보이는 곳.

 

까치봉 정상부.

 

 

까치봉에서 바라본 내장산의 봉우리들. 최고봉인 신선봉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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