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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누리(국내답사)

동진강을 따라 걸었어요(1)

동진강 기행이라는 이름으로 몇차례 답사안내를 해본 경험때문에 이젠 제법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미진한 구석이 있어 이번에는 강물을 가장 근접하여 보기위해 걸어서 가보았다. 차량을 이용한 강 기행은 어차피 강줄기와 약간 떨어져있는 도로를 따라 가기때문에 강물의 흐름을 제대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차량답사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강줄기와 관련된 것들 중 몇개의 지점만을 둘러보는 주마간산격의 답사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고장을 흐르는 동진강을  따라서 꼭 한번 걸어보리라 맘을 먹고 있던 차에 드디어 한가한 시간을 할애하여 도전해본다. 원래는 50 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무리하게 1일로 걸을 수 도 있겠지만, 여유있게 이틀에 나누어 1박 2일로 걸어보려고 하였다. 하지만 사정상 이번에 하루를 걷고, 나중에 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또 하루를 잡아 나머지 구간을 가려고 한다.

 

호남평야를 적시는 동진강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과거에는 물길이 가장 긴 내장산 까치샘을 발원지로 인정하였지만, 일제강점기 섬진강의 상류를 막아 이루어진 운암호가 만들어지면서 상황은 바뀐 것이다. 옥정호에서 인공적으로 공급되는 풍부한 수량을 감안한다면 이제는 정읍천 대신 태인천 쪽을 발원지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태인천 중에서도 또 이견이 많긴 하다. 상두천이 형성되는 산외면 상두천 아래라 주장하기도 하고 산외면 팽나무정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곳은 산외면 목욕리 깃대봉 아래라고 한다.

 

겨울 바람이 아직은 매서운 2009년 2월 18일 아침에 승용차를 이용하여 집을 나섰다. 약 40분 정도의 운전 끝에 정읍시 산외면 목욕리 내목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입구에 주차를 시키고 물길이 시작되는 골짜기 안쪽으로 걸어갔다. 호남정맥에 해당하는 왕자산 근처 깃대봉아래에 조그만 저수지가 나타났다. 이곳이 실질적인 동진강의 발원지라 생각하니 평범한 저수지가 의미있게 다가왔다. 시간은 약 10시 여기서부터 가벼운 배낭을 메고 드디어 동진강의 물길을 따라 하류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걷기 시작하였다. 날씨도 추운데 옷을 가볍게 입어서인지 더욱 춥게 느껴졌고 고질병인 요통과 겹쳐 걸음이 가볍지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목표인 태인면 소재지까지 맘을 단단하게 먹고 발길을 재촉하였다. 거의 쉬는 시간없이 계속 도보행진을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준비운동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기온인 낮아 혈액순환이 안되어서도 그러는 것 같았다.

산외면 종산리, 평사리를 지나면서 하천의 폭은 제법 넓어지기 시작한다. 극심한 가뭄을 겪는 올 겨울인지라 하천에 흐르는 수량은 아주 작아보인다. 칠보를 지나 태인으로 접어들면서 하천은 더욱 폭이 넓어진다. 하천을 따라 양쪽으로 형성되어 있는 인공제방은 비교적 정비가 잘 되어 있었고 다리와 보 등이 중간중간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 마구버려진 생활쓰레기들이 나그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였다. 하천 주변 농토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주고 홍수시 물을 신속하게 배수시켜주는 역할을 인정한다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는 않아야 할텐데 안타깝게도 아직은 자연보호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농촌의 생활쓰레기 수거대책에 대한 당국의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어차피 하천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또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어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거의 쉬는 일없이 아픈 다리를 참아가며 오후 3시경 오늘의 목적지인 태인면 거산리 거산교(과거 대각교)에 도착하였다. 10시부터 출발하였으니 대략 5시간 정도가 소요된 것이다. 아마도 20킬로미터 정도는 걸은 것 같다. 시간당 4킬로미터 정도이니 생각보다는 빨리 걸은 것 같다. 앞으로 남은 구간은 약 30 킬로미터 정도, 날씨 좋은 날에 두번째 도보답사에 도전해야겠다. 태인-신태인-부안군 동진면까지 남은 여정이 또 기대된다.  역시 비포장이 많은 하천 제방 길을 걷는 것은 잡초가 우거진 여름보다는 겨울이 낫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몸을 이끌어 태인면 소재지로 걸어갔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중화요리 식당에 들러 짬뽕을 한그릇 비우고 근처에서 대기하던 택시를 잡아 처음 출발지로 향하였다. 태인에서 산외 목욕리까지 택시비 1만 5천원을 달라고 한다. 힘들게 걸었던 길을 차를 타고 금새 목적지에 도착하니 허망하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역시 자동차가 빠르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몸은 피곤하지만 한가지 숙제를 마친 뿌듯함도 느껴진다.

 

 

 동진강의 발원지로 인정받는 정읍시 산외면 목욕리 깃대봉 아래 저수지.

 

 왕자산쪽에서 내려다본 목욕리 내목마을.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분지 지형이다.

 

 왕자산 중턱에 흉칙하게 버려진 콘크리트 구조물. 온천개발과 투기붐이 있었던 흔적이라 하겠다. 목욕리라는 지명처럼 온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곳.

 

 목욕리 내목마을에서 행해지는 솟대신앙. 멀리보이는 앞산의 화기(불기운)를 잠재우기 위해 오리모양의 형상을 위에 올린다고 한다.

 

 목욕리 안쪽의 왕자산의 기품있는 모습과 여기서 발원되는 동진강의 실개천.

 

 목욕리 계곡과 주변에서 봄나물을 캐는 아주머니들.

 

 팽나무정의 물과 목욕리물이 합수하는 종산 삼거리. 폐교된 종산초등학교와 구 운암발전소가 위치한다.

 

 종산리 마을전경과 멀리 보이는 구 운암발전소의 건물. 이곳의 물은 섬진강수계에서 팽나무정 마을로 연결되는 이른바 유역변경식의 하천수. 겨울은 농한기인지라 수량이 작은 편이다.

 

 종산리에서 평사리로 향하는 물길. 구배가 급한 곳에서는 여울을 이룬다. 주변엔 콘크리트 구조물이 만들어졌는데 여름철에 높은 수위를 견디기 위한 방책이다.

 

 산외면에서 운영하는 우리콩 테마 숙박시설. 노천 수영장도 부대시설로 갖추고 있어 여름철에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산외면 평사리 산외교 근처. 상두산에서 내려오는 상두천, 도원천이 종산천과 합류하는 곳이다.

 

 요즘 값싼 쇠고기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한우마을. 산외면 평사리 면소재지.

 

 제방을 따라 걷는 동진강 길.  산외면 평사리.

 

 농업용수로 이용하기 위해 중간중간에 보 시설이 갖추어져있다.

 

 경지정리가 잘 되어있는 산외면 동진강 주변 농경지.

 

 산외면 김동수 고가의 전경.  하천주변에 위치한 이 마을은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의 집촌 마을이다.

 

 정읍시민들의 식수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곳 산외면을 흐르는 동진강의 지류, 도원천은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있다. 보 때문에 안쪽에 퇴적물이 쌓여있어 준설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상수원 보호구역임을 표시하는 간판.

 

 

 섬진강수력발전소(칠보발전소)가 보이는 곳.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 행단마을 근처. 산 중턱에서 내려오는 수로가 유역변경식 발전소임을 증명한다.

 

 칠보면의 중심지인 시산리를 통과하는 동진강의 지류인 태인천. 오른쪽에 심어진 노거수는 홍수시 제방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인 것 같다. 곡류하던 하천의 흐름을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직강화 하였다고 한다.

 

 칠보면 고현교에서 바라본 또다른 보 시설. 갈수기에 바닥을 드러내었다.

 

 칠보면 시산리에서 취수되어 옹동면 산성리에서 정수되는 정읍시 상수도 물. 동진강과 멀리 산성정수장의 건물이 산정상부에 보인다.

 

 태인면 태흥리 삼리 마을 주민들이 이곳 태인천에서 다슬기와 재첩 종패를 기르는 것 같다.

 

 태인천에서 바라본 태인면 태흥리 삼리 마을.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의 마을.

 

 하천바닥에는 모래가 많아 다슬기나 재첩같은 조개류를 잘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하천주변의 억새나 갈대를 태워서 검게 변한 모습.

 

 태인천의 다리와 보 시설.

 

 최근에 만들어진 보를 이용한 소수력발전소. 왼쪽에 터빈이 설치된 것 같다.

 

 태인천에서 바라본 태인평야와 태인 시가지. 왼쪽은 성황산이고 오른쪽이 항가산에 해당한다. 지금은 쇠락하였지만 조선시대에는 고부, 정읍과 더불어 중요한 행정중심지였다.

 

 태인천의 모습. 직선화된 제방과 제방안쪽 고수부지에는 마늘, 보리 등이 경작되고 있다.

 예전에 대각교가 있었던 곳에 지금은 거산교가 위치한다. 1번 국도가 지나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벌써 3개째 다리가 만들어졌다. 영조의 친모, 숙빈최씨의 전설이 어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3개의 거산교. 정읍에서 태인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위치한 다리. 왼쪽다리는 수명이 다하여 현재 폐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