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여년전 내가 총각선생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몇몇 선생님들과 어울려 십수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월출산을 간 적이 있다. 아마도 여름방학 직후였을 것 같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고생을 무지 하였던 기억이 난다. 등산에 대해 전혀 몰랐던 시절, 역시 준비도 허술하였다. 한참 걷다보니 모두들 준비해간 식수가 떨어졌다. 온통 바위투성이의 암산이라는 것을 모르고 갔던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반찬거리로 준비했던 양파까지 꺼내어 씹기도 하였다.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기억을 하게 되는 것 같다.
2008년 7월 6일(일요일), 전주제일산악회에서 추진하는 월출산 등반에는 그래서 식수를 많이 준비하였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으나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운무가 산 전체를 감싸버려서 산을 제대로 조망할 수가 없었다. 못내 아쉬움이 컷던 산행이었다. 다음에 꼭 날씨 좋은 날 다시한번 가노라 마음먹기도 하였다.
정읍에서 6시쯤 출발하여 전주에 갔다. 약속시간 7시반, 전주를 출발한 버스는 10시경 전남 강진과 영암사이에 위치하는 월출산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10시반경 월출산 남쪽에 위치한 경포대라는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강진쪽에서 산을 넘어 영암쪽으로 넘어가는 남북횡단 코스를 가게 되었다. 산행길이 약 6.5킬로미터에 산행시간은 대략 5시간이라고 한다. 바위투성이여서 시간이 더 거리는 것 같았다. 고온다습한 날씨에 가파른 계곡을 오르느라 땀이 비오듯하였다. 바람재를 넘어 능선을 오르니 좀 살 것 같았다. 모든 게 짙은 안개로 뒤덮혀있어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도 없었다. 모든 사진이 저절로 뽀샤시 처리되는 느낌이었다. 최고봉 천황봉(808미터) 직전에서 점심을 먹고 천황봉을 거쳐 사자봉, 구름다리를 거쳐 영암쪽 천황사터의 주차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산행 후 모두들 샤워장에 들어가 몸을 씻기도 하였다. 여벌의 옷을 준비못한 난 그냥 바람에 땀을 말려야 했다. 여름산행엔 여벌의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산행 후 주최측에서 준비한 수박을 먹고나서 영암읍쪽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들러 저녁식사까지 하게 되었다. 제일산악회에 5번째쯤 참여하는지라 이제 낮익은 얼굴들도 많은 것 같다. 오늘은 비록 짧은 코스였지만 꽤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호남의 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은 오랜 침식으로 화강암이 노출되어 금강산이나 북한산을 닮았다. 이곳 월출산은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빼어난 미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월출산은 바위산인지라 상대적으로 토양이 부족하여 큰 나무가 살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자고로 사람이나 자연이나 용모가 출중하면 반드시 그 값을 치루는 법. 사람도 미인을 데리고 살자면 그 값을 톡톡히 지불해야 하는 것과 같다. 미인이란 그저 잠시 보고 즐기기는 좋아도, 한평생 데리고 살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이치와 같을 것이다.
월출산의 최고봉인 천황봉쪽에서 서쪽 능선을 바라보며...
월출산의 남쪽, 금릉 경포대의 계곡.
운무에 휩싸인 바람재 고개.
천황봉 정상에서 함께 간 산악회 회원들의 모습.
하산길에 본 통천문.
산나리 꽃.
구정봉처럼 이곳 월출산의 어느 정상에도 나마(gnamma)라고 불리는 풍화된 가마솥 바위가 보인다.
신기하게도 올챙이가 살고 있었다.
구름다리의 모습.
운무에 감싸여 간헐적으로 모습을 보여준다.
구름다리의 실루엣
사진의 가운데 부분, 화강암의 오랜 풍화로 인해 생겨난 핵석(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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