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후기

구례 오산에 올라

뿌리기픈 2008. 6. 5. 20:47

6월 1일(일요일), 초여름의 화창한 날씨속에 호남명산이라고 하는 오산(구례군 문척면)을 가게 되었다. 전주제일산악회에서 주관하는 산행에 개인적으로 4번째 참가하는 셈이다. 3번 이상 참여한 사람에게는 정회원자격과 홈페이지 글쓰기 권한이 부여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대학교 재학시절 지리답사 목적으로 교수님의 안내로 동료들과 이곳을 도보로 지난 적이 있었다. 그때 걸으면서 바라본 오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고 싶어 이번 산행에 참여하게 되었다. 당시 전주에서 전라선 기차를 타고 섬진강을 따라 이 부근 구례구역에 내렸고 우리는 상당히 거리가 먼 구례읍까지 도보로 걸었던 것이다. 주변의 지형지세를 관찰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그때 멀리서 보니 브록 스트림이라 불리는 돌강(북한식 지형학 용어로 풍화된 돌이 일정한 띠를 이룬 지대)이 보이기도 하였다. 이번 산행에서는 그런 풍화된 암석을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금빛 모래가 펼쳐진 섬진강이 구비구비 골짜기를 돌아 유유히 흐르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보기 좋다.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번 산행에서도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역시 물길을 보면서 산을 걸으면 피곤함이 덜어지는 듯하다.

 

새벽녘 정읍에서 서둘러 혼자 승용차를 몰아 전주 공설운동장에 도착하였다. 내가 잘못 알았던지 약속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하는 실수를 하였다. 7시반 45명 정도의 회원들이 임대버스에 올라타고 출발하였다. 전주에서 남원을 거쳐 구례까지 약 1시간 반 가량 소요되는 거리였다. 10시반경 섬진강변 가까이 위치한 오산 아래 죽연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밤나무 꽃향기가 가득한 길을 걸어 서서히 올라갔다.

 

사성암이라는 사찰에 들러 한참을 구경한 후 오산 정상에 올랐다. 높이는 530 미터정도, 그리 높지않은 산이어서 노약자들도 오를만한 산인 것 같다. 능선을 오르니 이제부터는 한결 산행이 쉬워진다. 우리는 솔봉 헬기장 부근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다시 오후 산행을 이어갔다. 섬진강 건너편에는 노고단을 중심으로 하는 지리산 자락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오늘 걷는 산행코스는 아마도 호남정맥의 끝자락인 백운산 근처의 지맥에 해당하는 곳이라 여겨진다.

 

오늘 산행코스는 대략 10킬로미터에 5시간 정도 소용된다고 하였다. 초보자들에게는 최적의 코스라고 여겨진다. 오늘 코스 중 가장 높다고 하는 둥주리봉(690미터)에서 잠시 머문 후 우리는 하산길을 재촉하였다. 하산하여 도착한 마을은 용서마을(행정구역상 순천시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마을 입구 모정에서 준비한 먹을거리(맥주, 수박, 튀김닭 등등) 로 배고픔을 해결한 후 버스에 올라 전주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나로선 아직도 낯선 사람들이 많아 서먹하긴 하였지만 기존 멤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니 조금씩 적응되어가는 느낌이다.  호남명산 산행(매월 첫주 일요일)은 다음달 영암 월출산을 찾아간다고 하니 그때도 꼭 참석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 등산수칙 십계명

1. 산행은 아침 일찍 시작하고 해지기 한 두 시간 전에 마쳐라.

2. 하루의 산행은 8시간 정도로 하고 체력의 3할은 항상 비축하라.

3. 일행 중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산행하라.

4. 산에서 무게는 적이다. 가급적 30kg 이상은 매지 말자.

5. 배낭을 잘 꾸리고 손에는 절대 물건을 들지 말자.

6. 등산화만은 발에 잘 맞고 좋은 것을 신자.

7. 산행 중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자주 먹어라.

8. 산에서는 아는 길도 지도를 보라.

9. 길을 잘못 들었다고 판단되면 빨리 돌아서라.

10. 장비는 항상 손질을 잘 해 두고 산행기록은 반드시 써라.

 

 

 구례 오산 등반을 시작하는 발걸음.  자라모양을 닮았는지 오산이라 하였다고 하는데....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연마을 근처에서 등산길이 시작된다.

 

 초여름 날씨, 밤나무 향기가 그윽하다.

 

 힘찬 발걸음.

 

 

 토속어로 '너덜겅 바위'라고 하는데, 풍화된 암석이 일정한 띠를 이루는 곳. 사람들이 정성을 모아 탑을 세우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이런 지형을 '돌강'이라고도 한다. 앞쪽엔 섬진강이 유유히 흐른다.

 

오산의 풍화된 암석지대를 통과하는 전주 제일산악회 회원들.

 

 너덜겅 돌의 모습. 사람들이 곳곳에 탑을 세웠다.

 

 

 네명의 성인과 관련되는 사찰이라 하여 사성암이라 부르는 곳. 깍아지른 절벽에 세워진 사찰이 경이롭다.

 

 

 사성암으로 오르는 회원들.

 멀리 곡성 압록 부근에서 섬진강의 지류인 보성강을 합친 후 구례읍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사성암에서 내려다본 섬진강과 주변 산세.

 

 기와에 정성을 담아서.... '소원성취'

 사성암의 부대시설.

 

 

 소원바위의 유래가 담긴 안내간판.

 

 토속신앙과 접목된 불교의 흔적. 산신각.

 

 사성암에서 내려다본 구례읍과 섬진강의 모습. 강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데, 이곳 구례읍은  부근의 남원, 곡성과 더불어 침식분지 상에 발달한 취락이다.

 사성암 부근의 800년 묵었다고 하는 귀목.

 

 

 기둥으로 견디는 사성암 사찰.

 

 붓꽃 또는 창포종류의 꽃.

 

 활강장에서 구례읍내를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이정도면 멋진 포즈?  본인의 모습입니다. 찍히는 일에는 익숙치 않지만, 가끔씩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다.

 

 활강장에서 단체기념사진을..... 일종의 출석부라 할 수 있지요.

 

 사성암을 지나 오산 정상을 향해 앞으로 전진......

 

오산 정상의 표지석. 높이가 530미터라..... 그리 높지않으면서 아기자기한 산으로 느껴진다.

 

 

 오산 정상의 안내표지.

 

오산을 감싸며 돌아가는 섬진강이 모습. 구례읍이 보이고 멀리 지리산 자락이 펼쳐져 있다.

 

 섬진강이 계곡 사이로 구비구비 돌아간다.

 

 매봉이라고 부르는 또다른 정상.

 

 

 

 선바위 전망대라 하였는데, 배모양을 닮았는지....

 

 이 부근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였다.

 

 오늘 산행 중 가장 높다고 하는 둥주리봉(690미터)

 

둥주리봉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산길에 바라본 풍경.

 

 회원들의 하산길. 왼쪽에는 밤나무가 서있고, 오른편에는 매실이 탐스런 열매를 맺고 있다.

 

 하산 직후 용서마을(순천시 구역)앞 모정에서 준비한 술과 안주를 가지고 휴식을 취하였다.

 

[끝]

 

'등산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돌산도 금오산과 향일암  (0) 2008.08.05
운무에 싸인 월출산에 올라  (0) 2008.07.12
부안위도 종주산행  (0) 2008.05.18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  (0) 2008.04.24
사량도 윗섬, 산줄기를 따라서  (0) 2008.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