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옛길체험4] 두들재를 찾아서

뿌리기픈 2008. 3. 9. 00:48

 2008년 3월 2일,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기 직전의 한가로운 일요일이다. 기상특보대로 진한 황사가 호남지방을 뒤덥은 흐릿한 날씨였지만 시간을 내어 맘먹었던 두들재 고개를 찾아 길을 나섰다. 정읍시내에서 출발하여 내장저수지 못미쳐 좌회전을 하면 또 하나의 저수지가 나온다. 이름하여 부전저수지인데 이곳은 내장저수지와 더불어 동진강의 상류지역에 해당하며 농업용수로 사용된다. 이 부근에서 시작되는 두들재라 불리는 옛 고개를 찾아 나선 것이다.

 

우선 깃대봉아래에 위치한 부전동 백석마을의 마을회관에 들러 노인분들에게 여쭈었다. 지금은 사용이 되지않아 길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신다. 예측했던 상황이었기에 실망하지 않았고, 알려준대로 이쯤에 차를 주차시키고 혼자서 길을 찾아 나섰다.  이곳은 호남정맥이 고당산에서 깃대봉을 거쳐 내장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 위치한다. 지금은 국도 29번이 개운치라는 고개쪽으로 정읍과 쌍치를 이어주는데 과거에는 순창 쌍치면과 복흥면 일부에 사는 이들이 이곳 두들재를 넘나들며 교류를 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자라면서 들은 얘기지만, 한국전쟁 전에는 집안 어른들이 순창군 복흥면 석보리에 거주하면서 당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 두들재를 넘어 정읍의 시장을 다니곤 하였다고 한다. 육상교통이 발달하기 전이니 모두가 도보로 이곳을 넘나들었던 것이다. 심지어 소를 포함한 가축들도 사람들과 함께 넘었던 길이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오랜 세월로 인해 옛 고갯길의 흔적이 희미져서, 이제는 좀체 그 자취를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아직은 겨울이라 잡풀이 적었지만, 그래도 가시덤불에 몸이 감기고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전진을 해야했다. 처음에는 옛길의 흔적이 또렷이 보였지만, 점점 급경사의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 그 흔적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그냥 목표지점만 보면서 전진을 해야 했다. 겨우 정상부분에 도착였더니 깃대봉의 통신소로 연결되는 군사용도로가 고개정상부와 겹치면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호남정맥 능선을 따라 지나가는 등산객도 만날 수 있었다.

 

고개너머 순창군 쌍치면 영역부터는 경사가 약해지는 지형이니 이곳이 고원상 분지지역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섬진강 수계의 상류지역에 해당하는 곳인데, 정상부에서부터 골짜기를 따라 계단상의 다락논이 보였는데 지금은 관리가 되지않아 잡풀에 뒤덥혀 있었고 길도 보이질 않아 진행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겨우겨우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드디어 방산리 사기점 마을에 도착하였다.

 

사기점 마을에서 좀 쉬었다가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이번에는 험난한 길을 피하고자 왔던 길을 조금 비켜선,  어느 집 선산의 묘자리로 연결되는 비교적 편한 길을 따라 정상부를 향했다. 조금 후 정상부의 군사용 도로에 도착하였고, 정읍쪽으로 하산할 때는 올라왔던 골짜기를 포기하고 군사용 도로를 따라 그대로 내려가게 되었다. 오늘 답사한 것을 감안할 때, 대략 백석마을에서 고개너머 사기점마을까지는 1시간 이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제는 두들재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산의 중턱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29번 도로상의 개운치 고개보다는 훨씬 지름길이라는 것을 오늘 답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곳도 다시 복원되고 조명되는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오늘의 두들재 답사를 마쳤다. 황사현상이 오늘 최고조였는데, 답사를 마치고 나니 마음만은 깨끗해지는 느낌었다.

 

 노란색 표시는, 오늘 답사한 두들재 고갯길.

 

 정읍시 부전동 백석마을 근처, 부전저수지 윗쪽에서 두들재를 바라본 모습. 가운데 낮은 부분이 고개정상부.

 백석마을에서 이어지는 두들재 고갯길의 초입. 제법 옛스런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고갯길 중간에서 발견된 불법 야생동물 포획도구. 이른바 올무라고 불리는 철사줄인데 아직도 이런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두들재 정상부로 이어지는 고갯길.

 

 두들재라는 이름의 근원을 생각하게 되는 증거물. 돌강이라는 풍화물인데 ,이곳을 사람들이 통과하면서 발이나 지팡이로 자갈을 두드렸기에 두들재라는 지명이 생겨났을 것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잡목과 가시덤불로 덮혀버린 옛 고갯길.

 

 두들재 정상부에서 만난 잘 포장된 길. 깃대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군사용 도로.

 

 두들재 정상부에서 바라본 깃대봉 정상. 한국통신에서 운영하는 통신시설이 있음.

 

 두들재 정상부에서 순창쪽으로 이어지는 길. 오른쪽 능선을 따라서는 호남정맥이 이어진다.

 

 두들재 정상부에서 순창군 쌍치면쪽으로 내려가면서 찍은 사진.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사기점이라는 마을이 나타난다.

 

 순창군 쌍치면 방산리, 옛 두들재고개로 이어지는 곳에 골짜기를 따라 다락논이 만들어져 있다.

고라실 논이라고도 하는데 옛날에는 이런 곳에서부터 사람이 살기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바둑판처럼 경지정리한 논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산골에서 보게 되는 다락논이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두들재 아래의 순창군 쌍치면 방산리 사기점마을. 왼쪽의 고개는 정읍 내장산으로 넘어가는 고개인데 이곳 역시 현재 이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기점마을에 새로 입주한 전원주택의 모습. 앞쪽엔 복분자밭.

 

 두들재고개로 오르는 길목에서 발견한 다락논의 연못. 개구리소리로 무척이나 요란하였다.

 

 두들재 고개 정상부근에 조성된 김해김씨 묘지.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산길 옆에 조성된 멋진 주택. 부전동 백석마을과 운암마을 사이에 위치한다.

 

 

 또 하나의 멋진 주택.

 

 백석마을 근처의 명당자리에 위치한 임마누엘 기도원. 역시 명당으로 보이는 곳은 기도발도 잘 먹히나보다.

 부전동 백석마을 윗쪽, 운암마을 입구. 포장도로는 개운치로 이어지는 29번 국도.

 

 

 부전동 백석마을 노인회관 근처에 위치한 어느 집.  아래층의 창고벽엔 십장생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백석마을 전경. 이 마을 옆을 지나며 두들재 고개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