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누리(국내답사)

동진강수계 답사

 전북지리교사모임에서는 무자년 2월 20일, 첫 답사를 다녀왔다. 본 모임 회원(박래철, 서태원, 유승상, 정남희)과 정읍지역에서 국어교사 두분이 합류하여 모두 6명으로 2대의 승용차에 분승하여 1일답사를 실시하였다. 약 50 킬로미터의 동진강을 상류에서 하류까지 자동차를 이용 주마간산격으로 둘러보았다. 섬진강물이 담긴 옥정호에서 시작하여 계화도와 새만금 방조제까지 다녀온 것이다.

 

정읍에 터잡고 살기에 안내를 자청하여 안내자료집도 만들고 설명도 덧붙였다. 전북지역에 살기에 웬만한 곳은 한번쯤 가보았겠거니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되는 장소들도 있었을 것이다.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에 외국여행은 많이 다니면서 정작 자기동네와 자기지역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오히려 가까이 있는 것들에 대해 우리의 관심은 소홀한 것 같다.

작년 가을에 실시한 만경강 답사도 날씨가 참 좋았었는데, 이번에도 답사하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다. 역시 답사는 잎사귀가 떨어져있는 겨울이 좋은 것 같다. 차가운 기온만 감수한다면......

 

답사는 9시에 전주와 정읍에서 각각 출발하여, 10시경 약속한 옥정호에서 만나 일정을 시작하였다. 답사코스는 가급적 계획대로 실시하였으나 의견을 물어 추가하고 삭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코스였던 새만금방조제에서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후 5시에 마칠 수 있었다. 답사주제는 역시 호남평야를 적셔주는 동진강이기에 벼농사와 관련된 수리시설을 중심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전북지역에 발달한 도작문화와 치수시설을 중점적으로 둘러본 것이다.

 

동진강이 갖는 태생적 한계, 즉 좁은 집수면적과 이에 따른 유량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옥정호라고 하는 담수호가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인위적인 방법(유역변경식)으로 공급되는 농업용수는 곡창지대의 물부족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나아가 갯벌을 농경지로 바꾼 간척지에까지 물을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상류의 저수지에서 하류의 저수지까지 간선수로(도수로)는 이어지고, 거기에서 다시 실핏줄같이 퍼져나간 작은 도수로가 농경지 구석구석을 적셔주기에 호남평야는 곡창지대로서 그 위상을 유지한다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이번 답사를 통해 전북지역 농경지 곳곳에 치밀하게 배치된 수리시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역할과 중요성도 인식하게 되었다. 각자 생각과 느낌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북의 농경문화와 관련된 시설을 둘러보면서 인간의 지혜와 노력에 다시한번 경외감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사실은 중국의 만리장성에 맞먹는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들인데도 우리는 그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니깐.

 

이런 맥락에서 새만금사업에 목을 매는 대다수 전북사람들에 같은 전북인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 전북이 가진 농경문화라고 하는 차별화된 자산이 있음에도 굳이 갯벌을 막아 그곳에 도시와 공장을 만들어야만 발전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때문에.....

 

* 동진강 1일답사, 실제 코스 : 옥정호의 구 운암댐 취수구(임실군 운암면)-팽나무정 방수구(정읍시 산외면)-구 운암발전소-섬진강발전소(정읍시 칠보면)-낙양리 취입수문(정읍시 태인면)-소수력발전소(정읍시 정우면)-점심식사(신태인읍)- 동진강 제수문(부안군 백산면)-계화도간척지 전망대(부안군 계화면)-계화도 어항- 청호저수지-새만금방조제(가력도)

 

 

 섬진강 상류에 해당하는 곳에 조성된 옥정호. 임실군 강진면, 운암면/ 정읍시 산내면 포함.

정읍시와 김제시민들의 상수원으로 사용되고 있음. 동진강에 유역변경식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된 호수로서 일제강점기에 운암제(구댐)가 있었고, 1960년대에 다시 옥정리에 섬진강댐(신댐)을 만들어져 이루어짐. 이곳 주민들은 두번에 걸친 수몰로 강제 이주의 경험을 하게 됨. 두번째 신댐 조성때에는 계화도 간척지로 이동하게 되었음. 하지만 이주한 지역민들의 입장에선 결국 고향에서 내려오는 물로 농사를 짓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옥정호수의 주변 풍경. 최대수위의 표식이 바위에 남아있다.

 

한국농촌공사에서 관리하는 유역변경식 농업용수공급을 위한 시설물로 여기에서 옥정호의 물을 취하여 동진강쪽으로 보내는 곳. 운암취수구(임실군 운암면 운정리)이라고 하며, 높이에 따라 여러개가 있는데 수위가 내려가면 하나씩 드러난다고 한다. 섬진강수계인 옥정호에서 동진강쪽으로 물을 떨어뜨리기 위해 도수터널(물이 지나는 터널)이 2곳에 있는데, 하나는 팽나무정 마을(정읍시 산외면 종산리)쪽으로 연결되는 터널이 있고 또 하나는 지금의 칠보발전소로 연결되는 터널이 있다.물은 터널의기울기에 의해 자연적으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다.

 

 운암취수구 관리소에 있는 측우기(강수량을 측정하는 도구)

 

 운암취수구와 관련된 시설물. 참고로 이곳 옥정호는 관리주체가 다양한데, 한국농촌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한국수자원공사 등으로 복잡하다. 목적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즉 농업용수, 수력발전용, 식수공급원 등으로....

 

 

 운암취수구에서 내려오는 물이 터널을 통과한 후 팽나무정(정읍시 산외면 종산리)마을쪽으로 힘차게 쏟아지는 물.  지금은 겨울이라 이정도인데, 농번기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이 쏟아진다. 그래서 물이 넘칠까보아 주변에 콘크리트 옹벽시설도 만들어져 있다.

 

 운암취수구에서 나오는 물. 터널의 끝지점이니 일종의 방수구라 할 수 있을까?

 

 유역변경식으로 전력을 발전했던 구 운암발전소. 1928년 2기의 터빈이 가동되었었는데, 1985년 폐쇄되고 그 기능을 칠보발전소로 넘겨주게 되었다. 아마도 남한에서는 최초의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라 할 수 있겠다. 전기박물관 정도로 재활용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매각되어 어느 교회수련시설로 리모델링되고 있다고 한다.

 

 섬진강 발전소(칠보발전소)에서 방류되는 물이 여기에서 경로가 나누어진다. 하나는 1960년대에 계화도간척지의 청호저수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동진강도수로(67킬로미터)쪽으로 보내어지는 물이 있고, 또 하나는 농번기가 아닌 경우 그냥 동진강 본류쪽으로 흘려보내어 진다고 한다.

 

 정읍시 태인면 낙양리 취입수문 시설지역에서 본 안내판의 지도. 동진강 수계에 해당하는 도수로가 잘 표시가 되어있는데, 지도상에 표시된 것은 비교적 규모가 큰 간선수로이고, 여기에 표시할 수 없는 실핏줄같은 도수로가 존재하는데 모두 길이를 합하면 만리장성의 길이를 능가한다고 한다.

 

 낙양취입수문에서는 동진강 본류를 막아 농업용수를 2개의 도수로에 보낸다. 즉 규모가 훨씬 큰 김제간선수로와 규모가 작은 정읍간선수로에 물을 보내는 것이다. 1928년에 만든 시설물인데 최근 다시 보강을 하였다. 수문을 통제하는 시설을 권양기라 한다. 본류를 막아 수문과 보를 만들다보니 유속의 흐름이 약해져서 강의 운반물질인 모래와 자갈의 퇴적이 빨라져 주변에 이른바 하중도가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낙양 취입수문의 전경. 겨울철 갈수기여서 바닥에는 모래가 드러나있다.

 

1928년 당시에 세운 기념비석. '일원종시백파'라는 글은 하나의 근원에서 시작하여 백갈래 물길이 나뉘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4월 1일, 벼농사를 시작하는 날에 맞추어 백파제(통수식)행사를 갖고 수문을 개방하여 도수로상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고 한다.

 

 

 동진강 도수로가 통과하는 구릉지의 낙차(약 10~12미터)를 이용하여 전기를 발전하는 정우면 소수력발전소. 1986년에 만들어진 시설.

 

부안 계화도 간척지의 약도. 전망대(당시 삼봉도라는 작은 섬이 위치했던 곳)주변에 서있는 안내판.

계화도라는 섬이름에서 계화면이라는 행정구역명을 설정함. 옥정호에서 도수로를 통해 청호저수지(지도상의 아래쪽에 위치하는 저수지)까지 공급되는 농업용수를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는데 지금은 계화미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쌀이라고 한다.

 

 계화도 간척지 내,  전망대 주변에 위치한 기념탑.

 

 계화도 간척지 내, 간선도로.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농경지. 이곳을 예전에는 배를 타고 섬까지 갔을 터인데.....

 

 계화도 내, 어항.  새만금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진 방조제의 안쪽에 해당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도 어항으로서의 기능은 약해지고 언젠가는 폐쇄될 운명임.

 

  새만금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진 방조제. 멀리 부안 변산반도가 보이는 가력도 부근.

 

 새만금사업으로 이제 방조제로 연결된, 예전에 가력도라는 섬이 위치하던 곳. 그 흔적만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누리(국내답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령도를 다녀와서  (0) 2008.07.25
애버랜드의 풍경스케치  (0) 2008.05.04
10년전에 둘러본 줄포항의 모습  (0) 2008.01.08
남해바다의 잔잔함  (0) 2007.12.31
가을 나들이, 통영을 가다  (0) 2007.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