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토요휴무일을 활용하여 전교조 정읍지회에서는 토요문학체험교실이라는 이름으로 부안으로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따뜻한 가을햇살을 받으며 바닷가 몇군데를 들렀는데 그중에 모항근처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박형진시인댁을 찾았었다. 소탈한 모습에 살아온 얘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는데 손수 지은 황토집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사진에 나와있는 뒷간은 말그대로 집 뒤에 있어 뒷간이라는 말이 어울렸고 숲속에 가려있어 눈에 거슬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모습이 주변 숲과 잘 어울렸다. 그리고 그 내부모습을 보면 그 옛날 큰 항아리를 묻어 만들어진 일명 푸세식 화장실과는 다르게 배설물을 처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푸세식의 단점은 일을 본후 가끔씩 액체가 튄다는 것인데 여기 화장실의 구조는 그럴 염려가 전혀 없이 액체(소변)와 고체(대변)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구조였다. 직사각형으로 뚫린 구멍을 통해 일단 사람이 배설을 하면 발의 위치에서 약 20센티미터 아래쪽 판자위에 배설물이 닿게 되는데 소변은 앞쪽 경사면을 따라 앞쪽으로 고무호스를 따라 화장실 밖으로 배출이 되고, 대변은 판자의 뒷쪽 경사면에 놓이는데 이때 사람이 옆에 준비된 흙이나 재를 삽으로 떠서 부은 다음 아래쪽으로 밀어낸다. 마치 골프치듯이... 골프식 화장실이라 할까? 그러면 흙으로 코팅한 대변은 냄새가 나지 않고 아래로 떨어지는데 아래에는 큰 플라스틱 용기가 있어 여기에 쌓이고 주인은 가끔씩 이것을 비워서 거름으로 활용하면 그만이다. 사람이 먹는 먹거리가 사람과 자연으로 연결되어 완벽한 순환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유기농이고 진정한 웰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변을 재나 흙으로 묻혔을 때 냄새도 없애고 성분이 풍부한 거름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조상들의 지혜에 다시한번 경의를 표하게 된다.
요즘에는 거의 푸세식 화장실을 구경하기가 힘들지만 초등학교 시절 학교 화장실에서는 가끔씩 그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선생님이 꺼내 구출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들은 그것을 구경거리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 푸세식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이젠 뒷간이 두려움이나 멀리해야 할 존재라기 보다는 오히려 가까이 있어야 편리한 세상으로 변한 것을 보면 문명의 발전이 사람의 생각까지도 바꾸어 놓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