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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정읍이야기

어릴 때 내가 놀던 중사동

 
정읍 시내에는 유독 골목길이 많다. 요즘 새롭게 개발되는 신시가지에는 바둑판식으로 시가지를 조성해서 그런지 이런 골목길을 보기가 어려운데 예전에는 개발계획없이 만들어진 집과 길이 미로형태를 띠고 발달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길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도로건설에 따라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방도로가 직선으로 뚫려 차량의 소통이 원활해지고 더불어 땅값상승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얻는 것이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사실일 수 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것이 진정 발전일까? 길이 넓으면 소통은 원활해질지 몰라도 그 소통의 대가로 인심도 또한 그길을 따라 쉽게 빠져나가버리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도 골목길을 보면 아련한 추억에 잠긴다. 모두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마음껏 동네를 시끌벅쩍 만들며 뛰어 놀았던 동심의 세계를 떠올리며 그때 그 동무들 지금은 어디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낮에도 혼자 걷기에는 무서움을 갖게 하는 골목길, 그런 으슥한 골목길은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 차지이다. 저녁이면 모두모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뛰놀던 길, 숨바꼭질도 하고 좁은 길에서 축구도 하고.... 또한 어른들은 호박죽이며 수제비며 이제 막 담은 김장김치를 이집저집으로 나르며 인심을 쌓았던 그런 길이었다. 그리고 가끔은 조숙한 남녀 학생들이 연애질(?)을 하기에 딱 좋은 골목길, 그중에서도 막다른 골목길이 사랑의 밀어를 나누기에 더없는 조건을 제공하지만 흥분된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커지면 골목길 흙담옆에 사시는 어른들에게 들키게 되고 어김없이 퇴출명령을 받게 된다. 마치 암놈 숫놈이 어우러져 대낮부터 교미하는 똥개들처럼....

중사동 어느 골목길에 살면서 가졌던 추억을 생각하며 써보았습니다.
2005-12-05 15: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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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로, 한때는 사람들이 북적대며 사람냄새를 풍기던 그 길.

지금은 관통로라고 부르는 멋대가리 되게 없는 이름을 가진 도로 때문에 한켠에 물러나 사라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런 길을 찾아보았다. 내가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었던 곳, 그곳을 다시 찾아보았다.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면서... 잡힐듯 잡힐듯 어린시절 그리운 친구들과 동네사람들이 골목과 신작로에 오버랩되었다. 가슴이 미어질듯 그렇게 추억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버티고 있는 양철지붕과 흙담들,그리고 누군가 써놓았을 낙서가 수십년의 세월을 넘어 지금도 그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한다.

사진의 풍경은 정읍시 상동 관통로 부근, 스레트 지붕에 녹슬은 양철 조각문을 가진 가게집이다. 지금은 모두들 편리한 셔터문으로 가게문을 대신하지만.... 그땐 힘들게 문을 열고 힘들게 문들 닫으며 장사를 하였다. 중사동에서 제일 유명했던 일명 '홀애비 전방'이다. 그땐 상호가 특별히 없었고 있었어도 그냥 동네사람들이 붙인 이름이 더 우선이다. 어렸을 때 내가보았던 그집 주인은 부인도있고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전에 한번 홀애비였었는지 결혼을 해도 계속 홀애비라 불렀다. 어른이나 아이들인 할 것 없이 모두들.... 중사동에서 동초등학교를 가는 학생들은 모두 이곳 삼거리를 통과해야 했다.

2005-12-05 15: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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