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에 전두환 '각하'의 기념비가? |
1983년 송산동에 들른 후, 2년뒤 주민들이 기념비 만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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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철 |
▲ 정읍시 송산동 마을 한가운데 서있는 전두환대통령각하 송산동 순방기념비. |
1980년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총칼로 제압하고 일련의 정치과정을 통해 집권한 당시 전두환대통령. 1983년 1월2일 내장산에 왔을 때 새마을운동의 시범마을이었던 송산동에도 들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을사람들이 2년후 기금을 모아 기념비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마을사람들이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하여 만들었을 것이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역사적 진실을 알지 못하고 권력자를 추종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는 이 비석이 이제는 역사교육의 좋은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비석뒷면에는 마을소개와 더불어 전두환대통령이 다녀가게 된 배경과 남긴 말 등이 자세하게 새겨져 있어서 이를 부분적으로 아래에 소개해본다. 글중에서 '애민'이라는 표현이 지금에 와서 보면 참으로 우습기만 하다. 시대가 흘러 그렇지만 그때는 각하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을 것 같다. 칼로 뺏은 권력의 허무함이 다시한번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당시 대통령내외를 위해 마을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은 정작 대통령은 실제로 먹지않고 특별히 청와대에서 미리 준비한 음식을 먹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백성을 사랑하는 한다는(애민)대통령이 백성들을 믿지못하고 따로 준비한 음식을 먹었다니 참으로 코메디가 이닐 수 없다.
전두환 대통령 각하 송산동 순방 기념비(정읍시 송산동 송령마을 소재) (前略) 1983년 1월 2일 내장산에 오셨던 전두환 대통령각하와 영부인 이순자 여사께서 송산동 마을을 돌아보시고 새마을 훈장을 받은 지도자의 집에서 점심을 함께 하는 것이 뜻깊은 일이라하시어 이장 유성관씨의 안내로 안인순 마을 부녀회장이 정성껏 마련한 보리혼식에 냉이국 갓김치 등을 검소하게 드시면서 “후손에 물려줄 떳떳하고 영광된 길이 있다면 이 송산마을처럼 상부상조하고 잘사는 농촌마을을 이룩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본인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오늘 가장 흐뭇한 식사를 했습니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일금 1030만원을 하사해주셨으니 이돈은 보람된 미래를 겨냥한 송산동마을에 고도성장의 경제기반을 다지는 알찬 기금으로 형성되었다. 그후 우리마을 사람들은 가장 잘사는 선진조국의 시범마을을 이룩하자는 뜻에서 1월 2일을 주민의 날로 정하고 매년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갖기로 결의했음은 물론 전두환대통령각하의 애민의 정(愛民의 情)과 순방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하여 송산동 주민의 뜨거운 정성의 이름으로 본 기념비를 세우기에 이른 것이다. [서기 1985년 1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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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6월 02일 11:01:36 / 수정 : 2006년 06월 02일 11:0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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