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전라좌도 우도 나누던 역사적인 길을 따라서

뿌리기픈 2007. 12. 11. 15:05

전라좌도 우도 나누던 역사적인 길을 따라서

[연재] 박래철의 정읍땅이야기...호남정맥 정읍구간 3번째 산행 이야기, 구절재에서 개운치까지

 

 

 

6월 둘째주 토요일, 초여름의 풍성한 햇빛과 자연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기에 오늘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날씨를 보인다.  가보지 않은 곳(처녀지)을 처음 걷게 된다는 사실에 가슴은 여전히 설렌다. 수학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 학생들의 심정이랄까?  등산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경치를 보면서 몸에 이로운 걷기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건 일석다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내고장 정읍 땅을 지나는 호남정맥을 내몸으로 걸어보았다고 하는 자긍심도 가질 수 있으니......

 

구절재, 고원성 산내와 평야지 칠보를 가르는 선

 

 

 
▲ 사적골재, 가운데에 연화정사라는 건물이 있고 위쪽으로 석탄사까지 도로가 이어진다. 칠보와 산내를 연결하는 고개길


오전 8시 우리는 정읍시청 광장에 모였는데 '땅사모' 회원 중 참여 인원은 5명이다.  우리는 곧바로 2차 산행의 끝지점이었던 구절재를 향하였다. 승용차 1대로 이동하여 고개 정상에 차량을 주차시킨 후 산행을 시작하였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50분경. 이곳 구절재는 정읍시 칠보면과 산내면의 경계에 위치한 고개길로서 30번 국도가 통과하는 곳이다. 9번 구비도는 고갯길이라서 붙여진 이름이겠지만, 얼마전 고개 정상 부근에서 가을꽃 구절초 축제를 개최한 곳이기도 하다.

지형적으로는 산내면 쪽의 고원성 산지와 칠보면 쪽의 낮은 평야지대가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그래서 바로 옆 칠보면 시산리 행단마을쪽 산록에는 낙차를 이용한 이른바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섬진강수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섬진강 수계에 속하는 산내면과 동진강 수계에 해당하는 칠보면이 만나는 지점인 것이다.

가장 흔한 취미가 등산, 하지만 명산 선호로 이름 없는 산의 등산로는 묻힌다 

요즘에 사람들이 가장 쉽게 취미삼아 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가 아마 등산일게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명산만을 주로 찾기에  이름 없는 산줄기에서는 마주치는 사람이 적다. 그래서 여름이 다가올 수록 등산로에는 잡목이 우거져 산행을 어렵게 만든다.

그럼 이제부터 정읍을 지나는 호남정맥 그 세번째 산행을 시작한다.  정맥을 따라가는 일은 능선만을 따라가는 산행이라 가파른  산을 오르는 일반산행에 비해 힘이 덜들고 또한 숲으로 이어지는 곳이라 쾌적한 조건을 갖춘다 할 수 있다. 아침 일찍 숲속을 들어서니 이슬을 머금은 풀잎들이 좁다란 등산로를 걷는 등산객들의 바지를 적신다. 자연스럽게 일렬로 늘어서서 걷는데 위를 보나 아래를 보나 온통 녹색이다. 초여름의 신록이 우리들 마음마저 녹색으로 물들이는 것 같다.

 

호남정맥 정읍능선길, 전라좌도와 전라우도를 나누던 길 

 

 

 
▲ 개운치. 섬진강과 동진강이 나뉘는 분수계로 왼쪽은 순창군 쌍치면 방산리, 오른쪽은 정읍시 부전동 개운마을쪽. 그래서 방산재라고도 하고 개운치라고도 부른다.


오늘 산행은 구절재에서 시작하여 사적골재와 굴재를 지나고, 고당산을 거쳐 개운치까지 갈 예정이다. 기록에 의하면 총 구간거리 15.9 킬로미터, 예상소요시간 7시간 10분(휴식시간 제외)이다. 호남정맥 정읍구간은 능선을 따라 대체로 서남쪽으로 이어진다. 그리 높지않은 500 미터 내외의 봉우리들이 좌우로 꿈틀거리고 때로는 위 아래로 구비치면서 흐른다.

왼쪽으로는 정읍시 산내면과 순창군 쌍치면의 섬진강수계, 오른쪽으로는 정읍시 칠보면과 부전동의 동진강 수계로 나뉜다. 역사적으로 말하면 이 능선길을 따라 조선시대 전라좌도와 전라우도가 나뉘었던 것이다.

 

돌이 물결치는 돌여울 위엔 석탄사가...

   

 

 

 

 

▲ 석탄사에서 내려다본 칠보면 석탄마을,돌여울이라는 뜻의 석탄마을이 산아래에 펼쳐져 있다.


일행은 칠보의 명암사라는 절을 안고 있는 장군봉을 지나  남서쪽으로 전진하였다. 1시간 정도의 산행후에는 짧은 휴식을 취하면서 산행을 하는데,  산골짜기에서  불어주는 바람이 몸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또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산봉우리 사이에 걸려있는 하얀 구름은 우리들 눈까지도 시원하게 해 주었다.

곧이어 사적골재(칠보 석탄리와 산내 허궁실 사이)를 지나 석탄사에 들렀다. 지금은 경사가 완만한 산내면쪽에서 시멘트길을 따라 절까지 쉽게 접근이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칠보면 석탄마을쪽에서 도보로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산의 정상부에 위치한 절이 석탄마을쪽을 바라보고 있고 그  이름도 석탄(돌여울)이라 하였던 것이다. 석탄사 근처 멋진 절벽 위에서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등산로 주변엔 대규모 둥글레 군락 

   

 

 

▲ 둥글레 군락,마시는 차로 쓰이기도 하는 '둥글레'라는 식물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행 중간에 고로쇠나무(단풍나무과)의 수액을 채취하던 흔적을 볼 수도 있었다. 근처 마을사람들의 수익사업인 것 같았다. 등산로 주변엔 취와 고사리도 많고, 특히 둥글레라는 식물이 대규모로 군락을 이루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간혹 가시덤불과 산죽이 산행길을 조금 힘들기도 하였지만, 이어지는 산딸기가 당분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숲속을 계속해서 걷던 우리는 또 다른 고개인 굴재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순창군 쌍치면 학선리와 정읍시 칠보면 수청리를 이어주는 폭이 좁은 고개길이다. 주변엔 고냉지 농업에 해당하는 배추와 그리고 요즘 순창에도 그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있는 복분자가 심어져 있었다.

우리는 복분자밭 가운데로 길을 통과하였는데, 이곳을 지나도록 배려해준 주인어른에게 고마움을 표현해본다. 학선리 주변엔 또한 요즘 철쭉으로 유명해진 국사봉이 있어 마을을 감싸주고 있는 모습이다.

   

 

 

▲ 산으로 둘러싸인 쌍치면 학선리 풍경. 뒷쪽에 철쭉으로 유명한 국사봉이 감싸고 있다.


 

 

 
▲ 학선리 농경지 통과,쌍치면 학선리 오룡마을 부분에서는 호남정맥이 농경지를 통과하기도 한다. 좌측에는 배추밭, 오른쪽에는 복분자밭이다.


정읍을 지켜준다는 고당산에 오르니 정읍을 둘러싼 봉우리가 한눈에... 

 

 

 

 

 

 
▲ 고당산 정상에 세워져 있는 표지비


 

 

 

 

 

 

 

 

 

 

 

 

 

 

 

 

 

 

 

 

 

 

 

 

 

 

 

 

 

 

 

 

 

 

 

 

 

 

 

 

 

 

 

 

 

 

 

 

 

 

 

 

 

 

 

 

 

 

 

 

 

이제 남은 건 오늘 코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정읍을 지켜준다는 고당산(639.7미터)을 오르는 일.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가파른 경사를 힘들게 올랐다. 굴재를 출발한 지  약 1시간만에 도착하였다. 고당산 정상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모두가 발아래. 서쪽으로는 칠보산과 두승산이 지척이다. 서남쪽으로는 가깝게 망대봉과 내장산 9개 봉우리들이 또렷이 보인다.

오늘도 가이드 김형철선생님이 주변 산들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신다. 여기서 뻗는 칠보산과 성황산 자락을 정읍지맥이라 부르기로하였다고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기념사진도 찍고 다음 이어질 산행코스를 눈으로 확인도 하였다.

우리는 곧이어 오늘의 목표지점인 개운치(일명 방산재)에 도착하였다. 도착시간 오후 5시, 대략 8시간의 산행을 한 것이다. 몸은 비록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상쾌한 하루였다.  이제 다음 산행을 기대해본다.

   

 

 

▲ 고당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서쪽,망대봉과 내장산 9개봉우리가 잘 보인다.


   

 

 

▲ 길가다 말고 뽕나무 오디를 실컷 따먹는 장면.

 

 

 

칠보면 석탄리에 있는 석탄사 경내

 

입력 : 2007년 06월 13일 10:36:00 / 수정 : 2007년 06월 13일 12:4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