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미군들이 총질한 정읍천변의 자갈언덕

뿌리기픈 2007. 12. 11. 14:53

미군들이 총질한 정읍천변의 자갈언덕

[연재]박래철의 정읍땅이야기...송산동 송학마을의 자갈언덕과 콘크리트 구조물의 사연

 

박래철 ppuri1@eduhope.net

 

 

 

 

 
▲ 한국전쟁무렵 미군사격장으로 사용된 곳
6월이 오면 우리는 또다시 동족상잔의 비극,  6.25사변 즉 한국전쟁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는 이땅에 그런 민족적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모두가 기원하게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의 평화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기에 그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 보기도 한다.


 한국전쟁이라고 하는 역사적 회오리는 예외없이  정읍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때 남은 전쟁과 관련한 흔적 중의 한 곳을 찾아가 본다.  그곳은 바로  정읍시 송산동 송학마을 부근,  정읍천에서 가까운  산밑 농경지 가운데에는 주변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갈언덕과  그것에 연결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예사롭지 않은 구조물이라 여겨 부근에서 일하시는 분께 여쭈어보니 한국전쟁 무렵 미군이 사용하던 사격장이라고 한다.

 

송산동 송학마을은 한국전쟁 때 정읍 상주한 미군 부대 사격장 

자세한 사연을 들어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송학마을,  모정에 모여계신 어르신들의 증언에 의하면 이곳은 한국전쟁 무렵에 인민군이 퇴각한 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군부대가 정읍에 상주했을 때 사격연습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도 주변에는 민가가 없는 한적한 곳이며,  정읍시내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이기에 사격연습장으로서는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라 하겠다.  

당시 정읍천은 지금처럼 직선으로 반듯하게 제방이 잘 정리된 상태가 아니라,  하상과 그 주변에 모래와 자갈 퇴적물이 풍부하게 쌓였던 곳이라고 한다.  그런 자갈언덕에  뒷쪽으로 콘크리트를 축대처럼 쌓아서 사격장으로 이용하였는데, 지금은 그 구조물만 덜렁 남고  주변은  모두 농경지로 변하였다.  아마도 정읍천의 대대적인 골재 채취로 나타난 결과라 여겨진다.

 

타겟재료는 광목, 미군들은 정읍에 1~2년 주둔하면서 사격 연습 

그리고  당시 미군들은 개인화기인 이른바 M1소총으로 자갈 등성이를 향하여 사격을 하였는데 그 방향은 하천쪽에서 정읍천 남쪽 산을 향하였다. 그래서 자갈 등성이 뒤쪽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을 덧붙여 만들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콘크리트 뒤쪽에서 사격 목표물(타겟)을 올리고 내리는 병사들의 안전과 효율성을 고려하여 만든 인공구조물인 것이다.  

콘크리트 뒷편에서는  최대 8개의 타겟이 동시에 올라갈 수 있었고  타겟 재료로는 광목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미군들은 정읍에 약 1~2년 동안 머물면서 이곳에서 사격연습을 하였는데  미군들이 연습을 끝내고 시내쪽 부대막사로 향해 떠나면 그 자리에 남아있는 총알 탄피를 줍기 위해 송산동 마을의 아이들은 그곳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땐 동심의 세계였지만 지금은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어르신이 이렇게 증언하였다.

 

산간부와 평야부가 만나는 송산동, 빨치산과 군경의 접전이 치열했던 전선 

한편 한국전쟁 당시 이곳 송산동은 빨치산과 국군 및 경찰이 치열하게 접전했던 곳 중의 하나로, 산간부와 평야부가 만나는 지형적 특색으로 인해 하나의 전선이 형성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좌. 우익이 충돌했던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자의든 타의든 전쟁에 직,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었기에 전쟁으로 인한 상처가 깊게 남아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전쟁이라는 광폭한 역사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지나간 이 자리에,  그동안 분단체제가 가져다 준 반공이데올로기와 레드 컴플렉스로 인해 당사자들은 지금까지도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쉽게 얘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분단 반세기가 이미 지나서 이제야 겨우 통일 열차가 한반도의 허리를 잇는 이 시대,  다시는 잘못된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동족상잔의 비극 그 진실을 밝히고 기록하는 작업 또한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아직도 당사자들의 감정이 이를 쉽게 허락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선 꼭 필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입력 : 2007년 05월 27일 01:08:00 / 수정 : 2007년 05월 28일 11: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