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고장, 정읍이야기

녹두다리에 서면 여인의 속살이 보인다

녹두다리에 서면 여인의 속살이 보인다
[연재] 박래철의 정읍땅이야기...망제동 정읍천 바닥에 드러난 화강암반의 사연

 

 

 

 

 

 
▲ 정읍천 바닥에 드러난 화강암의 모습
정읍시내에서 덕천면으로 향하는 황토현길을 가다가, 정읍제1산업단지(덕천공단) 못미쳐 정읍천에 놓인 녹두다리가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망제동과 영파동 사이에 있는 다리이다. 


녹두다리는 전봉준 장군의 별칭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구 다리를 대신하여 새로 만든 다리인데 그 하류쪽으로 약 100 미터 지점에 멀리서 보아도 하얗게 눈에 띄는 화강암 암반이 보인다. 멀리서 보면 마치 인공 보(洑)처럼 하천을 횡으로 길게 연결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곳에서 가까운 망제봉의 산줄기가 정읍천을 깊이 횡단하여 정읍시내쪽의 산줄기로 이어지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 윗쪽으로 녹두다리와 구다리가 보인다.


정읍천 바닥에 드러난 암반은 대대적인 모래 채취 사업의 흔적 

정읍천 바닥에 드러난 암반에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하여 다리에서 가까운 망제동 내오(옹골)마을 주민들에게 여쭈어 보았다. 약 30 여 년 전, 그러니까 정읍이 시로 승격되기 전의 일로서 당시 정읍군청에서는  이곳 정읍천이 지나는 내오마을 부근에서도 대대적인 모래채취사업을 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 채취한 전체 모래층의 깊이는 약 5 미터 정도라고 한다. 모래채취는 하천바닥에 있던 암반이 노출될 때까지 진행을 하였던 것이다. 

암반 곳곳에 남아있는 포크레인 작업의 흔적이 이를 말해주는 듯 하였다. 당시 채취한 모래와 자갈은 무슨 공사에 사용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여기서 가까운 호남고속도로(1970년 개통)의 건설공사에도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척심정(滌心亭)이 서 있던  풍광은 찾아볼 수 없고... 

  

 

▲ 정읍천을 횡단하여 가로막는 모습이다. 수위가 낮을 땐 징검다리처럼 하천을 건너는데 이용될 수 있다.

하천바닥에 퇴적된 자갈과 모래를 파내는 일은 홍수를 예방하고 건축용 골재로 이용한다는 목적이 크겠지만 그로인해 아름다운 하천경관은 크게 훼손되었을 것이다. 옛 기록에 의하면 녹두다리 근처 내오마을쪽으로는 정읍천과 경계하여 척심정(滌心亭)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 지금은 그 기념비만 서있지만, 척심정은 이보다 상류쪽에 있는 공평동의 이심정(怡心亭)과 더불어 멋진 정자로 이름을 떨쳤던 곳이다. 산자락이 하천과 만나고 그 산등성이 중턱쯤에 세워진 정자에서 하천을 굽어보며 풍류를 즐겼을 선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얼마나 멋진 풍광이었겠나? 

하지만 지금의 경관을 보면 도저히 옛 모습을 떠올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멋진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은 모래자갈도 없이 잡초만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직강화된 정읍천의 모습이 그렇다. 그리고 가까운 영파동에는 공업단지가 있고 , 그 주변에 쓰레기처리장과 폐수처리장까지 있어 더욱 그러하다.

녹두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강암 암반의 모습,  비록 인간들에 의해 강제로 드러난 모습이긴 하지만 마치 여인의 속살처럼 희고 그윽하기만 하다. 살풍경한 주변의 경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고고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또다시 토사가 쌓여 덮힐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적당히 노출을 즐기는 여인네의 모습이련가? 

 

 수량이 적을 땐 정읍천을 가로질러 건너갈 수도 있는 구조이다.

 

입력 : 2007년 05월 21일 00:07:26 / 수정 : 2007년 05월 21일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