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호남정맥 정읍구간, 완만해서 편안한 산책길

뿌리기픈 2007. 12. 11. 14:39

 

호남정맥 정읍구간, 완만해서 편안한 산책길
땅사모와 함께하는 호남정맥 정읍구간 산행기 2 (소리개재 ~ 구절재)...봄빛에 물들은 산길따라

 

 

 

   
▲ 진달래꽃이 만발한 호남정맥 능선길. 왼쪽은 섬진강수계, 오른쪽은 동진강 수계이다. 능선이 두터워 산책로처럼 보인다.
봄빛이 왕성한 4월의 가운데 쯤에,  정읍의 산들도 겨우내 드리워진 무채색의 단조로움이 지겨운지 연두색과 연분홍의 파스텔 톤으로 화사하게 단장하였다. 호남정맥 정읍구간을 4차례에 걸쳐 가기로 하였는데 오늘은 그 두 번째 산행이다.


하루 전 내린 비가 하늘의 먼지를 말끔히 지워버렸는지 하늘은 더없이 파랗고, 부드럽게 불어주는 봄바람은 등반객들의 이마를 식혀주기에 적당하였다. 기온도 18도씨를 오르내리며 상쾌지수를 한껏 높여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런 날씨였다.

   

 

 

▲ 소리개재에서 구절재까지 능선을 따라 노란선으로 표시하였다. 면계를 따라 호남정맥이 이어진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4월에 산으로 갔다

아침 9시경, 정읍시청에 모인 6명은 차량 2대로 함께 출발하였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소리개재(산외면 목욕리-산내면 두월리)에서 출발하여 왕자산을 거쳐 구절재(칠보면 시산리- 산내면 능교리)까지이다. 전체 구간거리 7. 2km에 예상소요시간은 4시간 10분이라고 책자에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들의 산행은 언제나 여유를 부리기에 계획된 시간보다 늦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우리는 산행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기뻐하고, 또한 오감을 통해 자연과 교감할 수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북면과 칠보를 거쳐 먼저 도착한 곳은 구절재 고개(229m) 아래. 구절재가든 공터에 차량 1대를 주차시키고 우리는 또 다른 차량에 동승하여 산내면을 거쳐 출발 지점 소리개재로 향하였다.

정읍천변의 벚꽃은 이미 떨어지고 있었지만, 이곳 산내면은 해발고도가 높은 곳이어서 그런지 이제 막 벚꽃이 한창이다. 기온의 수직적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산내면 가로수의 벚꽃도 좋지만 산마다 희끗희끗 피어있는 산벚꽃이 연두색의 신록과 어울려 보는 이를 황홀하게 만든다.

 

 

한 템포 늦은 산내의 봄은 예기치 않은 선물

   

 

 

 

 

▲ 밭이 펼쳐진 공간에서는 걷기가 쉽지 않다. 이곳도 섬진강과 동진강의 분수계를 이룬다.


 

 

 

 

 

 

 

 

 

 

 

 

 

 

 

 

 

 

 

 

 

 

 

 

 

 

 

 

 

 

 

 

 

 

 

 

 

 

 

 

 

 

 

 

 

 

 

 

 

 

 

 

 

 

 

 

 

 

 

 

 

 

 

 

이번 산행의 첫 출발점은 지난번 산행에서 쉼표를 찍었던 소리개재이다. 행정구역상 산외면 목욕리와 산내면 두월리를 이어주는 길. 상대적으로 해발고도가 낮은 목욕리쪽에 비해 두월리쪽은 고원에 해당한다. 한때는 목욕리가 산내면에 포함된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곳은 분수계로 보자면 동진강이 발원하는 곳(촛대봉)이기에 현재처럼 산외면에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정확히 10시경, 소리개재에서 약간의 경사도를 느끼며 능선을 따라간다. 오늘도 기꺼이 길을 안내해주는 김형철선생님(정일여중 교사)이 있어 든든하기도 하지만, 호남정맥을 종주하는 산악인들이 곳곳에 붙여놓은 리본표시가 또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오늘 산행 길은 지난번처럼 왼쪽으로는 섬진강수계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동진강 수계가 펼쳐진다. 즉 왼편은 산내면 두월리, 예덕리, 능교리로 이어지고, 오른편은 산외면 목욕리, 평사리, 칠보면 시산리로 이어지게 된다.

 

 

 

 

 

 

 

▲ 정읍시 산외면 목욕리.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할 정도로 물이 좋은 곳이라는 데, 왼쪽이 내목마을, 오른쪽 아래가 외목마을이다. 전형적인 분지를 이룬다. 여기서부터 동진강이 발원한다.

 

 

 

 

 

 ▲ 옛 두월초등학교(현 우리누리 선비문화체험관)를 중심으로 하는 산내면 두월리 사교마을과 방성골.

 


정읍의 호남정맥은 500m이하...노년기 지형의 포근함과 넉넉함이 있다

오늘도 호남정맥의 능선에는 다채로운 풍경이 이어진다. 솔향기 가득한 솔밭을 만나면 ‘피톤치트’를 의식해서 심호흡을 하게 되고, 깊게 쌓인 참나무의 낙엽층을 만나면 그 미끄러움에 걸음속도가 늦어진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무분별한 산지 개간으로 초목이 제거되고 속살이 어지러이 드러난 곳을 만날 때이다. 이런 곳에서는 리본을 묶을 나무도 없으니 길 찾기도 어려워진다. 한편 정읍을 지나는 호남정맥은 대체로 해발고도 500m 이하의 낮은 산지가 대부분이어서 험준함보다는 노년기 지형이 갖는 포근함과 넉넉함이 느껴진다.

 

이름도 예쁜 산내면의 방성골, 아래보리밭, 윗보리밭, 소군실 마을...

 

 

 

산내면 예덕리의 어느 마을, 보리밭마을?  

 

 

 

 

 
▲ 산내면 능교리 소군실 마을. 산속에 파묻혀 있어 도로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
꿈틀거리는 용처럼 오늘도 능선 길은 구불구불 이어진다. 하기야 산길이 고속도로처럼 직선이라면 무슨 맛으로 걷겠는가? 곡선의 미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산 정상부를 잇는 능선 길. 산 골짜기 사이로 아담하게 자리잡은 산촌마을을 감상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자리잡은 마을들. 이름도 예쁜 산내면의 방성골, 아래보리밭, 윗보리밭, 소군실 마을을 위에서 내려다보니 평화로움이 절로 느껴진다. 멀리 왼쪽으로는 옥정호가 바라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산외면 소재지(평사리)도 보인다.

 

왕자산도 산의 고장 산내에서는 평~범~ 

 

 

 

 

 

 

▲ 멀리서 바라본 왕자산의 모습(가운데 덩치 큰 산)
오늘 산행 중 가장 이름있는 산은 역시 왕자산(444m)이다. 이름처럼 기품이 있어 보인다. 고부 두승산과 비슷한 높이인데, 해발고도가 높은 산내면 쪽에서는 이 산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왕자산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한 후 광산 김씨 묘역에서 점심시간을 가졌다. 따사로운 봄볕에 묘지 주변에도 여러 가지 자생화가 꽃을 피웠다. 오늘 산행 중 숲 속에서는   진달래꽃과 산벚꽃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고, 고사리와 취나물 그리고 두릅나무의 새순도 볼 수 있었다.

 

구절재 장군봉에 오르면 산외와 칠보가 한눈에...

 

 

 

 

 

 

▲ 장군봉 정상에서 바라본 칠보면소재지(시산리). 옆으로 동진강이 흐른다.
애초에 세웠던 일정을 마친 시간은 오후 3시 반경, 구절재 정상부분에 도착하였다. 아직도 해가 넉넉하기에 한곳을 추가로 더 보기로 하였다. 호남정맥의 능선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지만 역사 문화적 의미를 갖는 장군봉(280m)과 그 아래 명암사라는 조그만 사찰을 가기 위해 우리는 구절재 도로를 통과하여 다시 능선을 따라 올랐다.


조금 후 장군봉에 오르니 구절재 도로, 산외방면과 칠보 방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군사상 중요한 거점으로 생각되었다. 또한 장군봉 정상부에는 칠보의 전설과 관련된 바위유적이 있음을 확인하고 함께 얘기를 나누었다.

잠시 후 장군봉 아래 명암사에 내려와 그곳 주지스님의 말씀도 들었다. 명암사는 불교전래 이전에 산신을 모시는 무속신앙의 기도처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산을 내려오면서 스님이 채취한 다래나무 수액을 마셔보는 행운도 누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우리는 봄빛에 물들은 자연을 마음껏 마신 것이다.

   

 

 

 

 

▲ 산내면과 칠보면의 경계를 이룬다. 9번 굽어지는 곳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 구절재 고개.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인 섬진강수력발전소(일명 칠보발전소)의 모습. 호남정맥이 지나는 화경산 아래쪽에 위치한다. 정읍시 칠보면 시산리에 위치함.  

 


 

 

 

 


 

입력 : 2007년 04월 17일 02:27:51 / 수정 : 2007년 04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