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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정읍이야기

정읍현 고지도(古地圖),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

정읍현 고지도(古地圖),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
조선후기 정읍현(井邑縣) 나타낸 군현(郡縣)지도 5개...실용적이면서 동시에 예술적

 

박래철 ppuri1@eduhope.net

 

 

 

 

 
▲ 정읍시가지를 표현한 지형도...오른쪽의 고당산에서 시작하여 칠보산을 거쳐 성황산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정읍지맥으로 불리는 산줄기. 풍수학상 조산과 진산, 주산의 개념으로 확정된다.
지도(地圖)란 일반적으로 지형과 하천의 모습, 취락과 도로의 분포 등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나타낸 ‘땅 그림’이다. 지금은 지도제작기술이 크게 발달하여 항공사진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만들어지기에 그 정확성에 있어 실제모습과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고지도의 경우 정확성이 현대지도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만, 당시 사람들이 인식한 지표공간의 모습을 그렸기에 고문헌과 더불어 소중한 역사적 자료가 아닐 수 없다. 18~19세기에 만들어진 군현(郡縣)지도에는 해동지도(海東地圖), 비변사인방안지도, 여지도(輿地圖), 광여도(廣輿圖), 1872년 지도 등이 있다. 이들 군현지도의 공통점은 전국의 치소(治所)를 중심으로 산천의 모습을 회화적(繪畵的)으로 표현하였다.

이 중 해동지도와 비변사인지도는 회화식 지도가 갖는 아름다움이 돋보이며, 여지도와 이를 모사(模寫)한 광여도는 상대적으로 투박하고, 1872년 지도는 면(面)과 마을의 이름을 빼곡히 넣어서 보다 자세한 정보를 담아낸 지도라 할 수 있다. 조선후기 군현지도들은 필사본의 특성상 대중들에게 널리 보급되지 못하였는데, 이를 극복한 것이 바로 19세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라는 목판본 지도인 것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각종 고문서 자료를 보여주는 인터넷 웹사이트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http://e-kyujanggak.snu.ac.kr/index.jsp)>에서 제공하는 고지도(古地圖) 원본보기를 통해 정읍현의 모습을 찾아가보자.

조선후기 정읍현 담은 5가지 지도, 위쪽이 북쪽인 것은 비변사인방안지도

당대의 타임캡슐이 담겨있는 고지도를 보는 일은 어쩌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보는 신나는 여행인 것이다. 지도 제작기술의 발달과 200 여년이라는 시대의 흐름상 좀 무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조선후기 정읍현이 표현된 5가지 지도를 함께 살펴본다.

먼저 방위(方位)와 관련하여 분석해본다. 요즘처럼 지도의 위쪽을 북쪽으로 상정하여 만들어진 지도는 5가지 중 비변사인방안지도 한 가지 뿐이다. 그리고 해동지도, 여지도, 광여도 등은 위쪽을 동쪽으로 상정하여 그렸는데 이는 풍수 지리학상 조산(祖山)과 진산(鎭山) 및 주산(主山)이 동쪽으로부터 뻗어 나오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 비변사인방안지도 중 정읍현 지도...오늘날의 지도처럼 위쪽이 북쪽으로 되어있다.


해동지도, 여지도, 광여도는 위쪽이 동쪽...풍수 지리학적 고려  

즉 호남정맥의 고당산에서 갈라지는 산줄기가 칠보산을 지나 성황산[당시에 응산(鷹山)이라 함]에 이르는데, 정읍현 관아의 뒤쪽을 감싸주는 성황산을 주산(主山)으로 삼고 정읍천 건너 두승산을 안산(案山)으로 비정(比定)한다는 것이다.

만일 지금의 방위개념에 입각하여 남쪽의 초산(楚山)을 안산으로 정할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두승산이나 초산이 주산인 성황산보다 높아 풍수학상 외세의 간섭이 염려되는 지세인 것이다.

 

 

 

 
▲ 여지도중 정읍현 지도...해동지도, 광여도와 함께 여지도에서도 정읍의 동쪽을 지도의 위쪽으로 배치하였다. 해동지도에 비해 표현의 예술성이 다소 떨어진다.
   

 

 

▲ 광여도 중 정읍현지도...여지도와 광여도가 거의 비슷하다.


1872년 지도는 위쪽이 남쪽...왕이 남쪽을 바라보는 것을 고려한 것 

또한 1872년 지도는 위쪽에 남쪽을 배치하였는데 이는 왕이 남쪽을 바라보는 것을 고려하여 제작한 것으로 중앙집권적 사고체계가 반영된 지도라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이 고지도의 경우 방위가 서로 통일되지 않아 현대인들이 보기에는 다소 혼란이 따를 수 있을 것 같다.

   

 

 

▲ 1872년 군현지도 중 정읍현 지도...흥선대원군 집권기에 제작된 지도로서 마을이름까지 표현한 가장 자세한 고지도이다.
 두 번째, 산줄기의 모습을 회화적으로 표현하였다. 전통지리학인 산경표 개념에 의거하여 연속적으로 이어지도록 그려졌으며, 높은 곳은 보다 강조하여 그렸다. 이런 표현방법은 땅의 높낮이를 등고선으로 표현한 현재의 지형도에 비해 그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오히려 일반인들이 지형지세를 직감적으로 쉽게 이해할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관아의 중요성때문에 의도적으로 강조와 과장

다만 읍치의 관아를 의도적으로 강조하여 표현함으로써 읍치의 중앙부는 전체적 축척에 비해 자세하게 표현되고 나머지 지도의 변두리 부분은 무시되고 생략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모습도 발견된다. 이것도 역시 중앙집권적 사고가 반영된 모습이라 하겠다.

세 번째 물줄기 표현도 산줄기의 방식처럼 그 굵기에 의해 발원지로부터 가는 선이 시작되어 하류 쪽으로 갈수록 굵게 표현하였기에 한눈에 물줄기를 이해할 수 있다. 나뭇가지처럼 뻗어있는 물줄기가 산줄기의 모습과 조화를 이룬다. 풍수학상 움직임이 없는 산줄기는 음(陰)이요, 움직이는 물줄기는 양(陽)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고지도에는 잘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면이름은 정읍 시가지인 현내면을 중심으로 표시  

 네 번째 취락과 교통로 그리고 지명(地名)을 살펴본다. 취락의 경우, 관아와 사찰, 서원, 향교 성(城)등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교통로의 경우에는 색깔있는 실선으로 가늘게 표현되었는데 지금의 교통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명의 경우, 주요 산 이름, 교통로상의 고개이름, 그리고 현 아래의 면 이름 등이 표시되었다. 면 이름의 경우 현내면을 중심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동면, 남일면, 남이면, 서일면, 서이면, 북일면, 북이면 등으로 이어진다.

현내면은 지금의 정읍 시가지에 해당하며, 동면과 남일면은 과거 내장면 지역, 남이면과 서일면은 지금의 입암면 지역, 북일면은 지금의 확대된 수성동지역, 북이면은 지금의 북면에 해당한다. 그러고 보면 북면이라는 지명만 지금까지 존재하는 지명이고, 나머지는 다른 이름으로 대체된 것이다. 

현재의 정읍시내, 북면의 대부분, 입암면 지역이 포함된 정읍현 지역이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는 고지도를 보노라면 실용성과 더불어 예술성을 추구한 조상들의 의도를 느끼게 된다. 군현지도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하나의 훌륭한 예술작품인 것이다.

 

 

 

 

▲ 해동지도 중 정읍현 지도...18세기 중엽에 제작되었으며 우아한 지도표현이 단연 돋보인다.

 

 

해동지도 중 정읍시내 부분을 확대시킨 것.  


정읍현 표현한 고지도들, 실용성과 정확성 떨어져도 예술성 돋보여 

정읍현을 표현한 고지도들은 지도가 갖는 본래적 목적인 실용성과 정확성이 떨어지지만, 예술적 표현과 감각적 표현방법에 의해 그 가치가 돋보이는 것이다.  산천의 모습에서는 우아함과 단아함을 느끼게 되고, 취락의 모습에서는 한가로움이 묻어남에 고지도를 보는 일이 지형도를 보는 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금의 정읍도 고지도의 모습처럼 좀더 아름답고 살기좋은 고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래본다. 물론 그것이 인구를 늘리고 도로를 만드는 외형의 발전이 아님을 밝히면서 정읍 사람들만의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꿈꾸어 본다.

 

입력 : 2007년 03월 01일 23:53:52 / 수정 : 2007년 03월 07일 1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