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막으면 입암이요, 트면 소성이다

뿌리기픈 2007. 12. 11. 13:57

막으면 입암이요, 트면 소성이다

[연재] 박래철의 정읍땅이야기...소성평야를 적셔주는 입암 원천저수지 이야기

 

박래철 ppuri1@eduhope.net

 

 

 

 

 
▲ 저수지 수면과 도로의 높이가 가까워 승용차를 타고가다보면 바다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입암의 입구, 입암중학교 앞에서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소성쪽으로 들어서서 산등성이를 넘으면 조금은 낯선 모습이 들어온다. 소성가는 길 왼쪽으로 물이 도로로 곧 달려들 것 같은 저수지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유난히 물색이 짙어 검게 보이고 수면과 도로면이 수평이될 듯 넘실거리는 물결 등으로 그곳은 저수지가 아니라 바다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말도 들린다. 바로 입암과 소성 경계에 있는 원천저수지다.

이번 이야기는 소성과 입암 사이에서 입암의 물을 모아다가 소성의 논바닥을 적셔주는 바다같은 저수지, 원천저수지 이야기다.

 

 

 

 

 

 

 

 
▲ 뒷쪽의 국사봉이 원천마을을 감싸고 있다. (애당리 모촌의 장군봉에 올라가서 촬영한 모습)


'천수답이여, 안녕', 이제는 농사짓는 데 물 부족 문제는 해결된 셈 

 우리나라 농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직까지 벼농사이다. 그런 벼농사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수리시설이라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계곡을 막아 방죽을 만들었고, 하천에 보를 만들어 농수로에 물을 공급하였다.

처음에는 방죽이라 불리는 소류지(沼溜地)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대형 저수지를 필요로 할 만큼 농경지도 크게 확장되었다.  벼농사는 적기에 물을 공급하거나 물을 배출시켜야 하는데, 이를 양배수(揚排水)시설과 도수로가 해결하였다. 

물의 특성상 고도를 극복하기 힘들지만 콘크리트로 만든 인공도수로가 곳곳에 만들어져 이를 해결하였고, 그것마저도 어려운 곳에는 관정(管井)이라 불리는 인공 샘이 물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거의 모든 농경지마다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리시설을 갖추었기에, 물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겠다는 얘기는 이제 점점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그 동안 한국농업의 기반시설을 갖추고 이를 관리해온 한국농촌공사의 역할에 대해 높이 평가를 하고 싶다.

 

저수지 제방이 입암과 소성의 경계선인 원천저수지 

위에 언급한 수리시설 중 우리들 눈에 가장 잘 뜨이는 것은 역시 저수지이다. 아침이면 물안개를 자욱하게 피어 올려 선경(仙境)을 연출하기도 하고, 낮에는 물빛과 하늘빛이 어우러져 지나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게다가 연꽃이 만발하여 그야말로 연못이 되기도 하고, 겨울이면 철새들이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그런 정읍의 저수지 중에 차를 타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바다처럼 느껴지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입암면 지선리(芝仙里)에 있는 원천(源泉)저수지이다. 이곳은 입암의 일부 지역이지만 입암 땅의 물이 고여서 소성 땅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우스개 소리로 "막으면 입암이요, 트면 소성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저수지를 만든 제방을 따라 입암과 소성의 경계선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 사진의 왼쪽마을은 소성면 원천마을이고 오른쪽 가옥은 입암면 지선리에 속한다.


입암 지선리, 방장산 줄기가 두승산으로 이어지다 끊긴 곳 

대개 행정구역이란 산줄기의 능선이나 강줄기를 따라 정해지는데 이곳은 복잡한 지형상 예외적인 경우라 하겠다. 바로 이곳은 방장산의 산줄기가 북쪽 두승산으로 이어지면서 그 중간에 해당하는 이곳 입암 지선리에서 산줄기가 잠시 끊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지질시대 단층(斷層)작용의 결과로 추측된다. 결국 그 단층지역 안쪽에 해당하는 입암 지선리의 물이 원천저수지로 모였다가 결국 소성평야로 공급되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소성의 정체성은 우물과 갯벌 

참고로 소성평야라 불리는 소성의 벼농사지역은 해발고도 10m 내외의 낮고 평평한 땅이 많아 과거에는 고부천과 이어지는 소성천을 따라 황해의 바닷물이 들어올 정도였다. 그 증거로 소성의 역사를 보면 1914년 소정면(所井面)과 성포면(聲浦面)이 합하여 소성면이 되었는데, 이는 동부구릉지대와 서부갯벌지역이 합해져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소성의 지역성을 말한다면 우물(井)과 갯벌(浦)일텐데도, 별 의미 없는 소(所)와 성(聲)이 합하여 소성면이 되었던 것이다.

 

소성의 젖줄은 주동저수지(애당제), 두승저수지(만수제), 원천저수지(지선제) 

그런 소성 땅에서 벼농사가 지속 가능하도록 역할을 하는 저수지 중 규모가 큰 것은 주동저수지(애당제), 두승저수지(만수제), 원천저수지(지선제) 등이다. 위 3곳 중 두승저수지와 원천저수지는 소성에 위치하지 않지만 지형상 소성을 위해 물을 공급해주고 있다.

원천저수지라 함은 저수지 옆 마을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서 행정구역상 소성면과 입암면의 경계선에 해당하는 곳이다.  원천이라는 이름은 마을에 수원지 역할을 하는 큰 샘이 있다 하여 붙여졌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곳이 소성천의 원천(원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원천저수지로도 애당리는 물 부족... '애당 프로젝트' 추진

이곳은 행정구역상 입암면 지선리에 해당하기에 지형도상의 이름과 달리 한국농촌공사에서는 지선제(芝仙隄)라고 부르고 있다.  이 저수지는 일제강점기인 1944년에 완공되었는데 이로 인해 저수지 안쪽 태산마을  사람들이 수몰로 인해 주변마을로 이주하기도 하였다.

원천저수지는 줄곧 소성의 농경지를 적셔주었는데, 그 동안 경지면적의 확장 등 물 수요의 증가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특히 소성 애당리 쪽에 물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 않았기에, 애당리 주민들은 당국에 청원하여 저수지의 제방을 높이고 산 너머 입암 천원천의 물을 양수해서라도 물 부족을 해결해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입암 쪽 주민들은 이른바 유역변경식(流域變更式) 저수지 계획에 반발하였고 이로 인해 '애당제 축조계획'은 장소를 크게 변경하여 지금의 주동저수지 완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의 주동저수지(애당제)는 애당초 애당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 하겠다.

 

양수식 아닌 원천저수지에는 넓은 집수 면적 필요 

원천저수지는 주동저수지와 달리 양수식이 아니기에 보다 넓은 집수(集水)면적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곳 저수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는 지역은 소성면 중광리 원천마을을 포함하여 입암면 지선리 전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주변의 국사봉, 비룡산, 남산봉, 장군봉, 태봉 등이 저수지를 감싸주고 그 안에는 입암 지선리의 은행정, 어룡포, 낙동, 선동, 장산, 소성 중광리의 원천마을 등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의 입암중학교 옆 등성이가 바로 입암 천원천과 원천저수지와 연결되는 소성천의 분수계(分水界)인 것이다.

 

 

 

 
▲ 왼쪽은 고부천의 지류인 소성천의 원류인 원천저수지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정읍천의 지류인 입암 천원천으로 이어진다. 행정구역상 이곳은 입암면 지선리와 단곡리를 나누는 경계선이다. 오른쪽에 입암중학교가 보인다.


근래 보수사업으로 제방 높아져 저수량 증가해 물 부족 해결

근래 완공된  '소성1지구 수리시설 개 보수사업 '(1993년~2002년)은 원천저수지를 새롭게 변화시켰다. 이 사업으로 제방은 높아졌고 늘어난 저수량이 애당리를 포함한 지역의 물 부족 사태를 시원하게 해결하였다고 한다. 제방의 보강 높이는 1. 5m로 인해 저수량은 종전 40만톤에서 62만톤으로 증가하였고, 만수면적은 종전 16.5ha에서 19.1ha로 넓어졌다고 한다.

 

 

 

 

 

 
▲ 둑의 높이를 보강한 흔적이 보인다.


 이로 인해 저수지 주변의 경작지와 일부 주거지가 수몰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최대 만수시 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수지 둘레에 콘크리트 벽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제 소성은 원천저수지의 보강과 주동저수지의 역할로 인해 그야말로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는데 소성농민들로서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 최근 원천저수지 제방이 더 높아지면서 만수면적이 넓어졌다. 저수지 주변에 있던 나무가 물에 잠긴 흔적.


 

 

 

 
▲ 농업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소성평야


저수지, 점점 더 농업용수 공급 기능보다 아름다운 경관 제공에 방점

하지만 요즘 시국을 생각하면 농민들의 이런 기쁨도 퇴색된다. 우리 정부가 올인 하고 있는 한미 FTA를 포함한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농산물시장이 전면 개방된다면 이런 농업기반시설의 의미와 기능도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우리 농촌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인데...... 

오늘도 차를 타고 저수지 근처를 지나는 도회지 사람들에게는 저수지가 갖는 농업용수 공급이라는 본래적 기능을 생각하기보다는, 몸으로 느껴지는 정서적 반응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곳 원천저수지를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저수지의 모습이 마치 바다같이 보인다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느낌은 아마도 도로와 저수지 수면 사이의 높이 차이가 크지 않아서 나타나는 시각적인 느낌으로 해석된다.

 

입력 : 2007년 01월 25일 20:17:05 / 수정 : 2007년 02월 18일 08: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