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정읍, 호남정맥으로 만나볼까요?

뿌리기픈 2007. 12. 11. 14:21

 

 

정읍, 호남정맥으로 만나볼까요?
[연재] 박래철의 정읍땅이야기... 땅사모와 함께하는 호남정맥 정읍구간 산행기 1 (산외 묵방산 ~ 소리개재)

 

박래철 ppuri1@eduhope.net

 

[편집자주] 정읍의 사회교사모임 '땅사모'(대표 호남고 은황기)회원들의 호남정맥 정읍구간(묵방산~내장산) 산행기를 앞으로 4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입니다.

   
 정읍은 산과 들이 고루 분포하는 참으로 축복받은 땅이 아닐 수 없다. 정읍은 마치 전라북도의 축소판처럼 동쪽은 산지 지형이며, 서쪽으로 가면서 완만한 구릉과  평야가 펼쳐진다. 


정읍의 산지와 관련해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내장산'이나 '노령산맥'이라 할 수 있다. 내장산은 이미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며,  노령산맥은 정읍과 장성 사이에 있는 고개의 이름을 따다 붙인 것으로 소백산맥에서 갈라져 나와 정읍을 통과하는 산맥과 관련된다.

 

전라도를 남북이 아닌 동편/서편으로 나누는 호남정맥 

하지만 정읍의 동쪽을 지나는 산줄기는 전통 지리개념으로보아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오는 전국 9개 '정간'중에 하나인 호남정맥에 해당한다. 참고로 호남정맥은 장수 영취산에서 시작하여 광양 백운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로서 호남을 동편과 서편으로 나누는데, 지금처럼 전주와 광주를 중심으로 전.남북으로 나누는 행정구역과는 양상이 다른 것이다. 

정읍의 경우 노령산맥과 호남정맥이 부분적으로 겹쳐지는데, 산외면 묵방산에서 아래쪽의 내장산까지는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땅사모', 부동산중개업자 모임?...정읍 사회교사들의 모임 

이번 산행의 주체인 '땅사모' 모임(http://com-study.net/~ddang )은 말그대로 땅을 사랑하는 정읍의 사회교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친목모임으로서 산행과 답사를 이어가고 있다. 혹자는 이름만 보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모임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순수한 친목과 가벼운 학술(?) 을 목적으로 한다. 본 모임은 우선은 나와 우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원칙하에 정읍지역을 중심으로 가까운 산들을 올랐다.

땅사모는 정읍을 둘러싼 주변 산들은 웬만큼 올라보았으며, 이번에는 호남정맥의 정읍구간을 걸어보기로 하였다. 앞으로 네번에 걸쳐 호남정맥의 정읍구간을 답사하게 되는데 그 중 첫번째로 산외면 묵방산에서 소리개재까지 가기로 한다.

 

눈발 날리는 꽃샘추위 기승속의 3월 산행 

3월 10일,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후부터 흐리고 비가 온다고 한다. 얼마전까지 봄날 같았는데 요즘 3월인데도 눈발이 날리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약속시간 8시반, 정읍시청에 하나둘 모였는데 사정상 오늘은 7명이 참여하였다. 마음이 여유로운 토요 휴무일, 정읍의 지형을 배우고 체험하는 이번 호남정맥 산행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오늘도 역시 산행 가이드로 정일여중에 근무하는 김형철 회원이 수고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승용차 2대에 나누어 타고 먼저 오늘의 종착지점 소리개재(산외면 목욕리와 산내면 두월리 사이)정상에 올라 차량 1대를 주차시켰다. 그리고 나머지 1대에 모두 함께 타고 오늘의 시작점인 임실군 운암면 마암리 초당골 일명 운암삼거리 지점에 도착하여 9시 50분경 산행을 시작하였다.

 

호남정맥 오르는 산행길, 마음은 뒷동산에 올라 

산행하기에 더없이 화창한 오전 날씨였다. 호남정맥이라는 좀 거창한 이름에 도전하는 산행이지만 마음만은 뒷동산에 오르는 느낌이었다. 초당골에서 옥정호를 뒤로 하며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급경사를 오르느라 힘들지만 산줄기의 능선에 오르면 여기서부터는 산책하는 느낌으로 그저 발닿는대로 몸은 따라간다.

남들은 험한 산을 땀흘리며 오르고 나서 느끼게되는 희열이 좋다지만, 난 그냥 외줄기 능선을 걷는 편안함이 그저 좋다. 거기에 햇빛이 직접 보이지 않는 숲길이면 좋겠고, 발아래 솔잎이나 참나무 낙엽이 푹신한 카펫처럼 깔려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오늘도 그런 조건을 갖춘 산길을 실컷 느껴 보았다.  평소 이쪽 등산코스는 다른 이들이 자주 찾지 않는지 우리들 말고는 다른 등산객들을 만날 수 없었던 한적한 길이었다.

 

만경강-동진강-섬진강이 만나는 산외 묵방산 삼수분봉 

 

 

 

 
▲ 삼수분봉. 임실군, 완주군, 정읍시가 꼭지점으로 만나는 지점이며,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의 지류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정읍시의 동쪽을 달리는 호남정맥의 산줄기는 묵방산(538m)의 북쪽 일명 삼수분봉에서 시작된다. 삼수분봉은 지형도상의 정식명칭은  아니지만,  산사람들이 붙여준 이름인 것 같다. 이 곳은 동북쪽으로 완주군 구이면, 동남쪽으로 임실군 운암면, 서쪽으로 정읍시 산외면을 나누며, 각기 만경강, 섬진강, 동진강의 지류가 시작되는 지점이라 하겠다. 

이제부터 산행의 방향은 남쪽으로 향하게 되는데 왼쪽은 옥정호가 보이는 임실군 운암면에 해당하며, 오른쪽은 정읍시 산외면에 해당한다. 평소 보았던 옥정호와는 달리 높은 산에서 굽어보니 그 느낌이 또 달라진다. 수면높이 약 200m에 해당하는 옥정호가  산골짜기 사이로 담겨져 있는데, 이 물이 호남평야를 적셔주기도 하고 정읍사람들에게 상수원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니 한편으로 임실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가져본다.

 

임실과 정읍을 나누는 두개의 고개길, 여우치와 가는정이 고개

   

 

 


 

 

 ▲ 팽나무정쪽에서 여우치마을로 이어지는 진입로. 직선도로에 익숙한 문명인들에게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듯하다.

  

 

 드디어 오늘 산행 중 가장 높은 산인 묵방산에 도착하였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묵방산에서 바라보니 주변 산들이 발아래에 있다. 급히 오르고 급히 내리막을 경험하게 되는 묵방산 아래 남쪽에는 여우치 고개가 있는데 오른쪽에는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에 해당하는 여우치마을이 옹기종기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왼쪽으로 조그만 내려가면 섬진강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시인이 근무한다는 마암초등학교를 볼 수가 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오기도 하여 전에 가보았는데 옥정호수를 끼고 있는 아주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조용한 시골학교이다.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임실과 정읍을 나누는 또 하나의 고갯길인 가는정이 고개에 도착하였다. 지명유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여기 양지바른 묘자리 옆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따사로운 봄빛을 듬뿍 받으면서 정겨운 사람들과 둘러앉아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먹게 되는 점심은 그야말로 마음에 점을 찍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

 

 

 

 

 
▲ 듬직하게 보이는 묵방산의 모습
 


▲ 묵방산의 정상부, 누군가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뒷쪽에 높이도 표시했으면 더욱 좋았겠다.

 

 

 

 

 묵방산 남사면, 여우치 마을의 산수유나무.

  

  

 


정읍과 임실 경계는 동진강과 섬진강 수계 나누는 분수계

점심을 먹고나서 '가는정이' 고갯길을 횡단하였고 옥정호산장을 지나 성옥산을 향하였다. 계속해서 우리는 능선길을 가게 되었는데, 이 길이 바로 행정구역상 정읍시와 임실군을 나누는 시 군계에 해당하면서 동시에 동진강과 섬진강 수계를 나누는 분수계에 해당하는 길을 걷게 되었다.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 여우치 마을.

 

 

 

 

▲ 정읍과 임실을 연결하는 749번 지방도로가 통과하는 곳. 이곳은 정읍과 임실의 경계이며, 동진강과 섬진강의 분수계가 지나는 곳이다.
 성옥산(388m)을 가기전 왼쪽 산아래 옥정호쪽에 '굴등'이라는 지명이 나타나는데,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인공터널이 시작되는 지점이며 제1취수구라고 한다. 이곳에서  공급되는 물은 터널을 통과하여 산외면 종산리 팽나무정 마을쪽으로 떨어지는데 멀리는 계화도간척지까지 가면서 호남평야를 적셔주고 있다.


   

 

 

 

▲ 호남정맥의 능선에서 바라본 옥정호의 모습

 

 


갑자기 쏟아지는 빗방울, 싸래기로 싸대기 맞은 기분

 

  

 

 
▲ 성옥산으로 향하는 산길. 낙엽이 쌓여있으며 길을 중심으로 왼쪽은 섬진강수계인 임실군, 오른쪽은 동진강 수계인 정읍시에 해당한다.


 

 

 

 

 

 

 

파란 하늘을 보였던 날씨가  갑자기 변한다. 점점 하늘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매서운 바람과 함께 이내 빗방울이 떨어진다. 기온이 급감하더니 산정상부에서는 비가 아니라 우박보다는 작은 이른바 싸래기가 매섭게 얼굴을 때렸다. 마치 싸래기로 싸대기(얼굴의 속어)를 맞는 느낌이었다. 날씨가 어둡고 흐려 사진촬영도 쉽지가 않았다. 성옥산을 부근에서 오른쪽으로 보게 되는 전형적인 분지모습의 목욕리가 안개에 싸여 잘 보이질 않았다.

날씨가 방정맞아 여유로운 감상을 포기하고 가까운 소리개재로 내려가 준비된 차량에 모두 올라탔다. 차가운 비바람에 떨었던 몸을 자동차 히터에 잠시 녹이면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 변덕스럽게 변한 날씨때문에 봄과 겨울을 경험하였고, 산길을 두텁게 덮은 낙엽은 가을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도착시간은 오후 3시 반쯤이었다.  오늘 산행은 여유를 부렸는지 일반적인 산행보다는 1시간 가량 더 소요된 것 같다.   참고로 책자에 나와있는 오늘 산행구간의 일반적인 산행 시 소요되는 시간을 소개한다.

초당리~ 묵방산 2. 3km (1시간),  묵방산~ 가는정이 고개 2.2km (1시간),  가는정이고개~ 성옥산 3km (1시간 30분간), 성옥산~ 소리개재 1.2km (20분간).  

 모두 합하여 8. 7km에 3시간 50분이 소요되는 구간이다.

   

 

 

 

▲ 산행의 종착지점, 소리개재. 이곳은 산외면 목욕리와 산내면 두월리의 경계선으로 역시 섬진강과 동진강으로 나뉘는 분수계이다.


 

입력 : 2007년 03월 13일 01:46:48 / 수정 : 2007년 03월 14일 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