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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정읍이야기

서서 마시니 선술집? 정읍의 ‘토속 스탠드바’

서서 마시니 선술집? 정읍의 ‘토속 스탠드바’
서민들이 즐겨 찾는 선술집을 찾아서...연지동 육교집, 시기동 광교집, 구시장 화순옥

 

 

 

요즘 정읍시내에 새로운 막걸리 집들이 성업 중이다. 퓨전 형태로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접목하는 방식이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발길을 끌고 있다. 막걸리가 상징하는 서민적인 분위기와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쾌적한 시설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술집이 여름밤 무더위와 서민들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곳도 자리를 오래 지키다 보면 술값과 안주 값이 부담스러워진다.

이럴 때 그리움처럼 떠오르는 정겨운 술집이 있다. 40대 이상 중년들에게는 역시 오래된 정읍의 선술집들이 생각날  것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 잠시 들러 막거리 한사발로 목을 축이거나 비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위해 의자 없이 그냥 서서 마시기 때문에 이른바 ‘선술집’이라고 하였다. 영어로 표현하면 스탠드바(stand bar)인데 지금의 스탠드바는 막걸리 대신 양주를 팔고 상류층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차별화되어 버렸다.

막걸리를 파는 선술집에서는 아무리 늦게까지 마셔도 주인아주머니가 몰아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혹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추태를 부리면 술집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고와 퇴장의 권한도 행사하며, 때로 술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건강을 위해 술을 제한하는 그런 인간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 바로 선술집이다. 저렴한 술값에 푸짐한 안주, 주인 아주머니의 걸쭉한 입담까지 제공하는 곳, 비좁은 공간에 몸은 불편해도 눈과 맘이 편안해지는 그 옛날 동네 선술집이 생각난다.

산업화 이전부터 서민들이 부담 없이 찾았던 정읍시내의 동네 술집을 찾아본다.  주머니 사정이 뻔한 서민들이 지인(知人)이나 정인(情人)과 함께 정담을 나눌 수 있으며, 서민들의 애환을 풀어주었던 유서 깊은 선술집을 몇 군데 소개한다.

 

 

 

 
▲ 광교집, 지금은 정읍시내를 흐르는 조곡천이 콘크리트로 복개되어 그 흐름을 볼 수 없지만 과거 조곡천이 지나는 곳에 광교(넓은 다리)가 있었고 그 주변 동네이름도 광교동이었다. 지금은 시기동에 해당하겠지만, 광교옆에 있다하여 붙여진 광교집이라는 오래된 선술집이 있다. 현재 이집의 주인 아주머니가 맡아 장사를 한지도 벌써 18년이 지났으니 그 전부터 따지면 수십년이 되었을 것이다. 허름한 공간이지만 선술집으로서의 운치(?)가 잘 남아있어서인지 술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 연지동 육교집, 허름한 함석집과 낡은 간판이 세월의 변화를 말해준다.
이곳은 육교집이라는 상호의 의미처럼 연지동의 육교가설 이후에 생겨난 선술집일 것이다. 약 2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육교아래 시원한 그늘에 모이는 동네 어르신들이 주 고객층이다.

 

   

▲ 육교집의 내부모습, 선술집의 가운데엔 어김없이 타일이 깔린 장방형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는데 지금은 그곳에 장판이 깔려있다. 술과 안주는 기본이고 국물에 말아주는 국수가 맛있게 보였다. 손님이 많아 눈치없이 오래 앉아있을 분위기는 아니었다.

 

 

 

 

▲ 화순옥, 구시장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선술집이라고 함. 해방직후 시작하여 약 60년이 흘렀다고 하는데 다른집과는 다르게 가족끼리 대를 이어서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 이집의 특징은 술안주로 돼지선지를 넣은 왕순대와 순대국밥이 유명하다.

 

 

 

 

▲ 화순옥의 내부모습.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가업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유지한다고 하는데 시장을 찾는 이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입력 : 2006년 08월 05일 00:22:49 / 수정 : 2007년 02월 18일 08: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