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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정읍이야기

노령의 옛길을 찾다

노령의 옛길을 찾다

장성갈재에서 시루봉을 오르며......

 

박래철 ppuri3@ktu.or.kr

 

 

 

 

 
▲ 입암면 등천리에서 바라본 시루봉, 전체적으로 사람 얼굴의 못습이 연상된다.
5월 20일, 늦은 봄날에  토요산행으로 입암면 시루봉을 올랐다. 등산로를 함께 갈땐 10명 이내의 인원으로 가야만 자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모임이 이런 원칙에 맞게끔 10명 이내에서 산행을 하곤 하였다.


 

 

 

 
▲ 일제시대에 개설된 1번 국도, 옛 노령고개와 별개로 새로 만들어진 도로임.


이번 산행은 정읍시 입암면과 장성군 북이면의 경계인 장성갈재 고개마루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올라 입암산 가기전에 위치한 시루봉(증산)까지 가는 길이다.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한반도를 종단하는 국도 1번이 지나는 장성갈재, 지금은 아스팔트가 깔려 자동차들이 시원스럽게 달리지만 역시 고도를 극복하기 위해 어차피 지그재그 방식으로 오르내린다.

사람만 넘어가는 고개라면  갈지자 형태의 길 대신, 그냥 직선으로 올라가면 그만일 것이다. 그런 직선상의 옛날 고개길인 진짜(?) 노령을 이번 산행에서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 노령산맥이라는 이름과 관련된 옛 고갯길. 생각보다 넒은 폭을 가지는데 아마도 인공적으로 깍아낸 것 같다.


바로 장성갈재에서 시작하여 시루봉까지 가는 등산로 상에서 발견한 옛 노령고개,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잡목에 가려 있지만 수십년전까지 사람들이 소통을 위해 사용하던 주요 교통로였고 이 길의 이름을 따서 노령산맥이라는 이름도 탄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다. 바로  남도사람들이 서울을 향해 갈 때 넘었던 고개, 노령고개의 원형을 이번 산행에서 찾게 된 것이다.

비록 한적한 오솔길에 잡목이 우거져 초라하기만 하지만 노령의 옛길을 찾게 되었다는 희열과 조상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라는 생각에 일순간 숙연해지는 느낌을 갖는다.  한가지 바라건대 이런 고갯길에 역사지리적인 내용을 설명해주는 입간판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가르쳐주지 않으면 후손들은 그냥 지나칠테니깐....

 

 

 

 
▲ 여러가지 교통로가 이어진다. 처음엔 오솔길에서 출발하여 국도, 철도, 고속도로, 앞으로는 고속철도까지 이어지면 이쪽 노령산맥의 산세는 더욱 파괴될 것 같다.


옛 노령의 고개마루에서 남북을 바라보았다. 남쪽은 전남 장성군 북이면 쪽이고 시원스레 뚫린 호남고속도로와 호남선 철도의 터널이 보인다. 북쪽은 정읍시 입암면 등천리 군령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사람과 물자의 흐름의 소통을 우리는 '교통'이라 한다. 몸속의 혈액이 잘 소통되어야 건강하듯 교통이 편리해야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한다.  사통팔달의 교통로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교통의 발달은 항상 인간의 행복을 담보해줄까?  좁은 오솔길의 옛 노령고개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더디가도 사람의 정을 함께  나누며 이 고갯길을 지났을 옛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행복은 속도와 비례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 군사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했던 군령마을이 북쪽에 위치한다.

 

 

 

 

 
▲ 시루봉에서 바라본 갓바위, 입암산의 정상이다.



 

입력 : 2006년 06월 02일 23:38:06 / 수정 : 2007년 02월 18일 08: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