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2005년 12월 '설상가설'의 정읍땅

뿌리기픈 2007. 12. 10. 21:24

 

 

 

2005년 12월 '설상가설'의 정읍땅
자연지리로 본 '눈많은 정읍'의 이유

 

 

 - 정읍의 상징인 단이와 풍이라는 캐릭터위로 두텁게 쌓인 눈.

 

 

12월 4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녹을 틈도 없이 계속 내린다.

예년 같으면 첫눈을 기다리며 12월을 보내곤 했는데... 그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보지만 그때까지도 좀체로 눈이 내린 적이 없었는데...

밤이나 낮이나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 그래서 이제는 모두들 지겹다고 한다. 도시생활하는 사람들이야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불편함 정도만 감수하면 되지만,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비닐하우스와 축사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갈수록 피해상황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설상가상, 이상기후

자연이 인간세상을 보복하듯이 폭탄같은 눈을 퍼붓고 있다. 여름의 수해와 겨울의 설해가 이어지는 올해, 자연의 위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한 해였다.

설상가상이란 말대신 설상가설 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요즘이다.

어제 오후에는 심한 눈보라를 느껴보기 위해 시내 도로를 걸어보았는데 앞이 안보일 정도의 눈보라에 뼛속까지 얼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시베리아 벌판을 걷는 느낌이었다. 눈 작고 광대뼈 넓은 신체구조가 이런 상황에선 유리하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뉴스를 보니 호남의 폭설사태와는 달리 정작 다설지로 유명했던 대관령을 중심으로 하는 강원도 지방에는 건조주의보가 내려지고 식수가 부족할 정도라고 한다. 이는 예년의 기후와는 다른 이상기후가 아닐 수 없다.

 

정읍에 눈이 많은 이유

일반적으로 호남 서해안의 강설현상은 중국내륙에서 발달한 차가운 북서풍이 서해바다의 따뜻한 수증기를 잔뜩 먹금고 한반도로 상륙하면서 눈을 뿌린 결과이다.

그런데 같은 서해안에서도 남쪽지역인 호남지방에 눈이 제일 많이 내리는 이유는 북서풍이 서해안을 대각선 방향으로 통과하면서 바다를 통과하는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어져 수증기의 양이 많아진 결과이다.

그리고 호남지방 내에서도 특히 정읍, 고창, 부안, 영광 지역을 중심으로 강설량이 돋보이는 이유는 노령산맥의 줄기들이 해안 가까이 발달하여 병풍처럼 펼쳐진 산줄기에 서해를 건너온 눈구름이 가장 먼저 정면으로 부딧히며 눈덩이를 내린 결과로 보여진다.

아마도 이런 기압배치가 바뀌어, 북서풍이 북동풍으로 바뀐다면 그때부터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눈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언제쯤이나 바뀔 지 모르겠다.

한반도의 지형과 기압배치의 특성으로 인해 달리 나타나는 이 겨울의 강설량, 우리사회의 경제적 양극화 현상만큼이나 불공평한 것 같다.

 

눈속에 빠진 요즘, 경상도가 부럽다

그리고 또하나 재미있는 현상, 기압 배치가 어떻게 변하든 소백산맥으로 가로막힌 경상도 지역은 눈이 거의 내리지 않고 내린다하더라도 기온이 따뜻하여 쉽게 녹아버리는 곳이다. 그래서 경상도는 항상 눈을 그리워 하는 지역이라는 사실에 한편으로 가엽기도 하였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눈 피해가 없어 부러워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뭐든지 적당한게 좋은데 인간이나 자연이나 그러지 못해 탈이 나는 것 같다.

 

입력 : 2005년 12월 21일 18:12:07 / 수정 : 2005년 12월 29일 10:57:24

 

 

[ 기상현상에 대한 추가적 설명 ]
일반적으로 한랭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에서 불어주는 북서풍이 한반도 주변바다를 통과하면서 당연히 수증기를 포함하게 되고, 이것이 눈구름을 형성하여 육지에 도착하면서 강설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번 12월의 대폭설은 우리나라 서해안과 제주도, 울릉도를 강타했는데 국제뉴스에 의하면 중국의 산둥반도 일부와 일본의 서해안 지역(동해와 접해있는 지역)도 그 피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이렇듯 한반도를 중심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3개 나라에 눈피해를 크게 주게 된 것은 몽고내륙에서 발달하는 이른바 한랭건조한 고기압의 시베리아 기단이 예년의 주기적 변화(3한4온)를 뛰어넘을 정도로 그 세력이 커졌다는 것이 1차적 원인으로 보여진다. 이에따라 남쪽의 기단과는 상대적으로 큰 기압차이를 가지게 되고, 뚜렷한 기압골의 차이는 강풍을 형성하게 되어 해안지방에서는 태풍만큼이나 강한 바람의 피해도 있었다고 한다.

눈폭탄이 형성된 또 다른 원인은 한반도 주변바다가 예년보다 급격히 더 따뜻해져버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영하 20도 안팎의 차가운 북서풍이 남하하면서, 난류로 인해 섭씨 10도 정도의 수온을 갖는 한반도 주변바다를 통과하게 되고, 여기서 강하게 공급되는 수증기가 결국 눈으로 응결되어 한반도와 일본의 서해안 지역에 눈폭탄을 퍼부었던 것이다.

보통 12월에 서고동저형의 기압배치로 인해 서해안에 폭설이 내리는 것은 일반적 현상이지만 기상관측소의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엄청난 눈이 내린 것이다. 그리고 이제 1월부터는 다시 기압배치가 북고남저형으로 바뀌게 되고 이후에는 주로 동해안에 강설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아무튼 2005년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자연재해도 무척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 여름철의 수해와 태풍피해, 겨울철의 눈폭탄, 그리고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 동남부 아시아의 해일피해 등이 단순한 자연현상이라기 보다는 이른바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온실효과가 지구 전체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자연재해의 모습으로 나타날 결과로 보여진다. 과연 지금의 전지구적 자연재해 현상을 단순한 자연재해로 볼것인지 아니면 인간에 의한 자연파괴의 결과로 빚어진 자연의 보복으로 볼것인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정읍의 폭설을 대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자꾸만 영화'투마로우'같은 장면이 오버랩되는 것은 지나친 나만의 기우인지 아니면 이미 자연의 보복은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