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정읍이야기

시내 한 고등학교 정문에 서있는 3층석탑

뿌리기픈 2007. 12. 10. 21:21
시내 한 고등학교 정문에 서있는 '3층석탑'
학교 이름 변경의 역사를 통해 한국근대사를 읽는다

 

박래철 ppuri3@ktu.or.kr

 

 

 

 

정읍에서 제일 좋은 터를 가진 학교를 들라하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답이 나와야 한다. 그곳은 바로 정읍제일고등학교이다.

학교뒷편에는 성황산이 두락봉으로 이어지면서 병풍처럼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주고 있고, 남쪽으로는 정읍천을 바라보는 이른바 배산임수형의 명당자리인 것이다. 실제로 정읍제일고의 안쪽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동, 서, 북향의 삼면이 막혀있고 남쪽이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위치로 누구나 정서적으로 푸근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좋은 자리인 것 같다.

참고로 이곳 마을 이름인 구미동은 바로 뒷산의 형상이 거북이를 닮은 데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시민들은 제일고라는 생소한 이름대신 오랫동안 사용한 농고라는 말에 익숙하다. 이런 학교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주는 기념물이 바로 학교 진입로 입구에 놓여져 있다.

 

농림고-농공고-제일고...이 또한 한국의 근대사

정읍에서 만들어진 신식 학교 중 가장 오래된 학교중의 하나인 이 학교는 일제시대가 시작되는 1910년에 처음 군산에서 시작되었고 이곳으로 옮겨진 것은 1923년의 일이었다. 그 전까지 이곳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도 무척 궁굼하다. 아무튼 이 학교는 농림고등학교로서 명성을 올리며 정읍지역 인재양성에 큰 역할을 다해왔다.

그리고 농업이 산업의 근간을 이루던 시대가 지나고 1960년대 공업이 발달하는 산업사회로 변화하면서 1988년, 시대변화에 적응하기위해 공업의 기능을 갖춘 농공고등학교로 개명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2003년 실업계 학교를 천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매년 학생유치가 절대적으로 어려워지고 학교 이미지 쇄신차원에서 교명을 전격적으로 바꾸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제일고라는 이름이고, 그래서 이곳에는 3층석탑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앞에서 말한 이런 대략의 학교에 대한 설명이 명예를 실추시키고자 언급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 말하고 싶고, 다만 시대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해야만 했던 학교이름의 모습이 산업화를 빠르게 경험했던 우리세대의 자화상인 것 같아 여기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 바입니다.

아무튼 제일고는 이름값을 하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정읍에 있는 학교중에서 역사와 전통이 정읍에서 제일(FIRST)이고, 풍수지리적으로도 제일 명당이며, 땅의 넓이도 제일 넓은 곳이기 때문이다.

 

 

 

 

입력 : 2005년 12월 06일 09:36:50 / 수정 : 2005년 12월 06일 11:5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