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사회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흔히 2가지 경우에 적용된다. 첫번째는 학교안에서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부를 때 또는 교사들끼리 사용하는 경우이고, 두번째는 학교밖에서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높여 부를 때 사용하는 경우이다.
적어도 스승과 제자가 가르침을 매개로 만나는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나 교수라는 직책을 대신하여 부르는 대명사인 셈이다. 물론 여기서 대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을 특별히 일반교사와 차별하기 위해 교수라고 부르는 것도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르치는 학생이라는 점에서 유치원생이든 대학생이든 뭐가 다른가? 오히려 어린 학생들을 보살펴야 하는 유치원선생님들이 더 힘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을 사회,경제적으로 더 우대해야한다는 믿음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다시 이야기를 돌린다.
최근 선생님이라는 호칭과 관련하여 학교현장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문 한장이 날라왔다. 행정실에 근무하는 기능직(사무보조원, 방호원 등)을 교사로 하여금 '선생님'이라는 정식 호칭으로 불러달라는 공문이다. 그동안 교사들의 전유물처럼 사용되었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이제는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교사를 포함한 행정실 직원까지 모든 구성원들 사이에서 함께 사용하자는 의미이다. 이게 강제사항인지 권장사항인지는 공문을 확인하지 못해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동안 행정실 직원들에 대해 우리 교사들은 행정실장님, 김주임님 등으로 직책에 따라 불러주거나 아니면 방호원의 경우 적절한 말이 없어 아저씨라는 호칭대신 높임말로 주사님(실은 아니지만)이라 불렀고 사무보조원들에게는 김군, 박양, 이여사님 등으로 불렀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교사나 학생들에게 아저씨나 아주머니라고 불리는 것에 상당한 인격적 모멸감이 작용하였던 것 같다. 사실 아저씨나 아주머니라는 호칭은 원래 집안어른에 대해 한정적으로 사용하는 높임말이었지만 시대가 흘러 이제는 그 가치가 떨어져 남모르는 사람을 부를 때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호칭으로 격하되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데 어쨌든 호칭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플레이션되고 또다른 높임말을 생성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문제에 대해 기능직 직원들은 최근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기능직 직장협의회(노조의 성격인데 정확한 이름인지는 모르겠음)차원에서 교육부에 줄기차게 요구하였고 드디어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공식적으로 확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교사들에게 공문으로 하달하여 어느날 갑자기 선생님이라 부르라고 지시하니 처음엔 황당한 느낌이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호칭사용의 낯설음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어떤 선생님이 지적하기를 이제는 행정실에 가서 그전처럼 친근하게만 대할 수 없을 것 같고 호칭에 신경을 쓰다보면 서로 어색하고 그분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하였다. 교사들의 입장에서 더 기분나쁜 것은 교육공동체의 자발적인 협의과정이 생략된채 일방적으로 주어졌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권위적인 행정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개인적인 경험 이야기를 한가지 해본다. 그동안 학교에서만 듣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교육청에 가서도 듣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바로 교육청에 근무하는 교사출신의 장학사가 아닌 일반 행정직 직원들끼리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공식적으로 서로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었다. 하지만 이해는 된다. 교사처럼 직책에 관계없이 서로가 존중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상하다. 일반직은 교사들과 달리 직급이 다르고 직책에 따른 호칭이 있으므로 그것을 불러주면 될 터인데 굳이 선생님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모습이 이상했던 것이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학교현장에 근무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묵묵히 자기 주어진 일에 열심히 일하시는 행정실 직원들의 모습을 많이 확인하게 되고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지극한 존경심도 갖게 된다. 하지만 기능직 중 특히 방호원의 경우 사회적 관습에 의해 교사나 학생들에게 사회적인 차별을 받고,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인해 인격적인 모멸감까지 갖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사회경제적으로 그 지위가 많이 개선되었고 교사들도 이제는 그분들에 대해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기본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 상황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그분들에게까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꼭 필요한지.... 물론 학생들이 그분들을 부를 때 아저씨나 주사님 대신 다른 적절한 호칭이 필요하다는 점은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차원의 문제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학생들이 교사를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이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교사끼리도 나이에 관계없이 교육적 목적으로 서로 존중하는 의미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왔다. (차라리 대학교수님들처럼 '교사님'이라 부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교사들끼리 오랫동안 사용해온 관행인 것이다. 교사들이 언제 행정실 직원들에게 선생님이라 불러달라고 강요한 적이 있었을까?
이런 원리를 생각하면 행정실은 행정실대로 그냥 서로 편한 호칭(선생님이라 부른든 뭐라 부르든...)을 사용하면 될 터이고, 우리 교사들은 우리 교사들대로 (선생님이든 교사님이든 통일하여...) 정해진 호칭을 사용하면 될 일이다. 선생님이라 불러달라는 이번 교육청의 지시사항에 대해 나만 이런 생각과 느낌을 가진 것일까? 다른 선생님들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 반응이 별로 없으니...
그렇다면 평소 별 생각이 없이 사는 것일까? 아니면 유감이 있어도 내색하고 싶지 않아서 일까? 그게 아니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만이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어서 그럴까?
마지막으로 위글이 어떤 특정인이나 특정계층을 폄하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그저 제 좁은 소견일 뿐이고 세상일에 대한 과도한 참견이라 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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