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야기

남학교에 와서 느낀 점들

뿌리기픈 2007. 12. 10. 10:14

교직생활 18년째, 첫번째와 두번째 학교는 시골의 남녀공학의 중학교에서 보냈다.

세번째는 여자중학교, 그리고 이번 네번째 옮긴 학교는 남학생들만 모여있는 저의 모교인 정읍중학교.

세가지 경우마다 특색이 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모양은 남녀공학하는 학교이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배우고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물론 체육시간에 옷갈아 입을때는 서로 불편하다고 하는 극히 사소한 점도 있지만...

지난번 여학교에 있으면서 여학생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동경심은 철저히 깨졌다.
남교사에 대해 악다구니를 쓰며 달려드는 일부 억센 여학생들에게 상처도 많이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남학생만 있는 중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물론 모교가 주는 포근함을 생각하며 옮긴 이유도 있다. 표정만 조금 달리해도 쉽게 행동으로 옮기는 남학생들은 담임교사를 편하게 해준다. 정신적으로 상처받는 경우는 적을 것 같다는 낙관을 해본다.

하지만 남학생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참 많다.
첫째는 넘치는 에너지를 쏟을 데가 없는지 틈만나면 친구들과 뒹굴며 뛰고 장난을 친다. 그러다가 기물을 파손시키고 친구를 다치게도 만든다. 유리창이 자주 깨지고 깁스를 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무슨 전쟁터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여학교에 있다와서 그런지 아직 적응이 안된다.

두번째는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린다. 여학생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더 심한 것 같다. 쓰레기를 쓰레기로 보지 못하는 심성, 그리고 그걸 보아도 더럽다고 느끼지 못하고 치우지 못하는 심성. 아름다움과 추함의 정서를 아직은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교육의 부재현상일까? 고민을 해본다.

세번째는 시작종이 울려도 자리에 미리 앉지않는 학생이 반 이상이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돌아다니다가 선생님이 입장해서 주의를 주어야 그때 겨우 앉는다. 수업에 집중시키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아마 그들에게 중간휴식 10분은 너무도 짧은 가보다. 그저 뛰놀고 장난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

이 모든게 우리학교만의 현상일까? 이런 모습을 학부모님들도 몰래카메라라도 있다면 보여주고 싶다.
초등학교와는 달리 담임교사의 생활공간이 교무실이다 보니 학급은 수업시간외에는 무방비가 된다.
초등학교처럼 담임자리를 학급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 까?  모든 전달사항은 따로 온라인 시스템으로 극복할 수 있으니깐.

학교혁신적 차원에서 한번쯤 고민해볼 문제이다.
어쩌면 꽉짜인 학교시스템에 아이들을 얽어매는 우리교육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학생들에게 숨통을 터주고 좀 여유있는 교육과정을 짜면 어쩔지 ....
학생은 학습 노동자가 아닌데....

 

[2006년 봄, 정읍중학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