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야기

유쾌한 공부경험이 학습의욕 돋워요(한겨레신문 기사)

뿌리기픈 2008. 6. 18. 23:00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잔소리를 낳는 가장 큰 요인은 공부다. 공부를 사이에 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부모나 자식이나 못할 짓이다. 어르기도 하고 듣기 싫은 소리도 해 가면서 어렵사리 아이를 책상 앞에 붙들어 놓은들, 막상 성적표를 받아 보면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한번 생각해 보자.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는데 책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마음이 열려야 두뇌가 열리는 법이다. 이처럼 헛심 쓰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십년 넘게 부모와 학생들에게 학습법을 강의해 온 박재원(45)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의 처방은 단순하다. “무작정 공부를 시키기보다는 공부 의욕을 키워 주는 것이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5천명이 넘는 학부모와 학생을 상담한 경험을 토대로 최근 <내 아이의 공부를 망치는 엄마 마음습관> <대한민국은 사교육에 속고 있다>를 쓴 박 소장의 도움말로 ‘아이의 공부 의욕을 키워 주는 부모의 태도’에 대해 알아 봤다.

 

■ 즐거워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모들이 갖고 있는 ‘공부관’은 이렇다. “공부라는 것은 원래 지겨운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잘 살려면 힘들더라도 참고 해야 한다.” 심지어 성적이 나쁘거나 공부를 안 하는 것을 아이의 됨됨이 문제로 여기기까지 한다. “너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하냐”는 비난이 대표적이다. 부모의 이런 생각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당연히 공부가 즐거울 리 없다.

그러나 박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아이들은 누구나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내린 결론이다. 문제는 부모가 아이들의 ‘학습 본능’을 긍정적으로 자극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박 소장은 특히 평생 학습태도가 길러지는 초등학교 때는 공부에 대한 유쾌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스로 공부에 몰입해 본 경험을 통해 공부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공부는 ‘지겨운 노동’일 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가해지는 시험과 성적에 대한 압박,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 등이 공부의 재미를 일찌감치 앗아 가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만 갖고 아이의 미래를 예단하는 부모의 조급함이 문제”라며 “초등학교 성적은 한때의 추억일 뿐, 전혀 쓸 데가 없다”고 말했다.

 

■ 공부 기초체력을 길러 주자= 초등학교 때는 단기적인 ‘성적 관리’에 집착하기보다는 공부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성적을 올리는 확실한 방법이다. 공부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가장 좋은 것은 독서다. 박 소장은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뭘 배우더라도 쉽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학습능력이 자연스럽게 발달한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요약하고 정리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요컨대, 공부에 있어서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는 게 박 소장의 생각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부모의 태도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때는 책 읽는 모습만 봐도 귀여워하다가도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욕심을 내기 시작해 무슨무슨 ‘필독서’들을 내민다. 박 소장은 “이런 욕심이 결국 독서를 고역으로 만든다”며 “즐겁게 책 읽는 습관을 고학년 때까지 유지하느냐가 실력을 쌓는 데 관건이 된다”고 말했다.

수학의 경우, 요즘 아이들은 학습지 등 워낙 풀어야 하는 문제가 많은데다 정답에 대한 압박이 심해 풀이과정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당장은 괜찮지만 학년이 올라가 문제가 복잡해질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쉬운 문제라도 단계마다 풀이과정을 메모하면서 푸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길러진 절차적 사고능력도 중요한 공부 기초체력 중 하나다.

 

■ 선행학습보다 예·복습을= 많은 부모들은 1~2년씩 앞서 진도를 나가는 선행학습은 시키면서 예습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남보다 한참 앞서 나가야 마음이 놓이는 조급증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수업을 100% 활용하려면 수업 전날이나 아침 시간, 또는 쉬는 시간에 잠깐이라도 예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습을 하면 선생님의 설명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교과서를 보며 스스로 생각해 보고, 수업시간에 설명을 들으며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 볼 수 있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울 수 있다.

복습은 반복해서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날 배운 것은 그날 복습하고, 주말에는 한 주 동안 배운 것을, 방학 때는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을 복습하는 식이다. 이렇게 배운 것을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하기가 수월해진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같은 개념을 학년이 올라가면서 계속 심화·반복해서 학습하는 나선형 구조이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배운 것을 소화하는 과정 없이 선행학습을 통해 자꾸 진도만 나가려고 하다 보니 학습량은 늘었는데 실력은 오히려 주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진도는 공부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08년 6월 18일   이종규기자

아이의 행복한 공부를 위한 ‘엄마의 마음 습관’

 

① 화내지 말고 한걸음 물러서라 자녀 성적표를 받아들면 엄마의 감정이 격해지기 쉽다. 이럴 때는 말을 하지 말고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② 잔소리 대신 자녀의 공부환경부터 만들어라 먼저 엄마 자신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고, 자녀의 마음은 어떤지, 공부환경은 어떤지 살피자.

③ 말하기 전에 귀를 열어라 자녀와의 공감을 위해서는 자녀의 관심사에서 대화를 시작하고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자녀가 어떤 말을 하든 판단하지 말고 우선 자녀의 기분을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④ 엄마는 마라토너가 아닌 페이스메이커로 뛰어라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부모는 아이와 함께 선수로 출전하는 게 아니다. 페이스메이커는 더 빨리 뛸 수 있다 해도 선수와 보조를 맞추고 페이스를 조절해줄 뿐이다.

⑤ 권위 없이 교감하라 일관된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부모라면 스스로 권위를 지키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권위를 얻게 된다.

⑥ 자녀의 꿈에 힘을 실어줘라 자녀를 통해 꿈을 이루려는 욕심을 버리고 자녀의 꿈에 힘을 실어주자

⑦ ‘너는 특별하다’는 희망을 줘라 비교는 열등감 촉진제다. 자녀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부정적인 힘을, 긍정의 태도를 보이면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받는다.

⑧ 성적보다 실력을 키워라 성적은 항상 오르락내리락한다. 따라서 매 순간을 결과로 보지 말고 과정으로 봐야 한다.

⑨ 내 아이를 위한 맞춤 코칭을 하라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녀의 수준과 스타일에 맞게 시작하자.

*출처 : <내 아이의 공부를 망치는 엄마 마음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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