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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사양산업 운하’를 벤치마킹하나 (서울대교수 김정욱)

[시론] ‘사양산업 운하’를 벤치마킹하나 / 김정욱
시론
한겨레
» 김정욱/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반도 대운하’ 사업 중에 어느 정도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경부운하를 들여다보면 문제투성이다. 서울~부산 간의 그 넓은 바닷길도 실제 운항해 본 회사가 수지가 맞지 않아서 문을 닫았는데 수많은 댐을 만들고 다리를 허물고 산에 터널을 뚫어야 하는 운하가 무슨 경제성이 있겠는가? 서울에서 나가는 화물은 87%가 인천과 경기도로 가는 화물이고 부산에서 나가는 화물도 비슷하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화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배에 실을 화물은 주로 석탄이나 철광석이나 시멘트같이 부피가 큰 것들인데 그런 화물이 경부 간에는 거의 없다.

운하는 세계적으로 사양산업이다. 미국의 운하도시 세인트루이스는 19세기 말까지 중서부 제일의 도시로서 미국 최초로 올림픽과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지금은 다니는 배도 별로 없는 심심한 도시로 전락했다. 경부운하가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독일의 아르엠디(RMD) 운하도 부두들은 다 텅텅 비어 있다. 한반도 대운하와 닮은 꼴의 사업이 바로 미국의 플로리다 운하다. 플로리다는 반도의 구석구석을 다 운하로 연결하는 토목공사를 했다. 그러나 1928년에 공사가 끝나자마자 홍수로 범람하여 2000여명이 죽는 참사를 빚었다. 운하에는 물을 채워놓아야 하니 홍수 때에 범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수로를 따라 높은 둑을 죽 쌓아 올렸다. 지금 운하에 배는 거의 볼 수 없고 생태계 파괴로 인한 후유증만 심각하게 나타나 하천복원공사를 하고 있는데 복원공사비가 운하공사비의 10배나 들고 있다.

낙동강의 위천 상류는 갈수기에 평균 수심이 54㎝밖에 안 된다. 이런 강의 수심을 6m 이상으로 올려놓으면 물이 흐르지를 않고, 열흘 정도면 바다로 빠지던 물이 100일 이상 수로에 고이게 된다. 지금 중국의 태호가 녹조로 뒤덮이면서 수돗물에서 역겨운 비린내가 나고 양쯔강 하류에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낙동호’도 이럴 가능성은 너무나 충분하다. 강이라는 것은 이리 구불 저리 구불 흐르면서 웅덩이와 여울이 생기고 물살이 빠른 데와 느린 데, 돌과 자갈과 모래와 펄이 깔린 곳과 수초가 자라는 곳이 따로 있고 그에 따라 각종 수중생물들이 제각기 살 곳을 찾고 물도 정화된다. 그런데 이 모든 구간을 깊은 웅덩이로 만들어 놓으면 많은 생물들은 살 수가 없고 물은 썩는다.

또 이 운하는 큰 홍수 피해를 일으킬 것이다. 지금 한강이나 낙동강 본류에는 댐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다 만들었다. 만들지 않은 곳은 홍수 범람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운하의 수심을 6m 이상으로 유지하자면 댐의 하류 부분은 수심이 12m 이상 되는데 강의 수위가 오른 만큼 홍수는 범람하기 마련이다. 홍수가 오기 전에 물을 미리 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를 미리 알려줄 만한 용한 예언가가 우리나라에 아직 없다.

지금까지 행복도시다, 혁신도시다, 기업도시다, 첨단산업단지다 하는 개발사업들이 다 땅값을 크게 올려놓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땅값이 공시지가로 2천조원을 돌파하여 캐나다를 5개, 프랑스는 8개, 미국은 절반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우리 국민들은 열심히 일할 생각들은 접은 지 이미 오래다. 무슨 개발사업이 일어나 땅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앉아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전국의 땅값을 한정 없이 더 올려놓을 것이다. 땅값이 오르면 기업하기 나빠지고 국가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국민들은 투기에 몰두하고 국운은 쇠퇴할 것이다.

국토는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다. 이런 정당성이 없는 사업에 온 국력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지식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차원 높은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김정욱/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