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 부터 4년 전, 즉 2004년 초에 한겨레신문에 기고하였지만 탈락되었던 글을 여기에 실어본다.
[편집자에게] 정읍에 살며 중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전북지역의 현안사업 즉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와 새만금 사업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밝힌다.
요즘 국책사업이라고 하는 새만금 사업과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전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부안은 예로부터 생거부안 사거순창(“사람살기는 부안이 좋고 죽어서 묻히기는 순창이 좋다”라는 뜻)이라 할 정도로 이곳 전라도에서는 산과 들 그리고 바다를 아우르며, 풍부한 농. 수산물과 관광자원(국립공원 변산반도)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천혜의 땅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이렇듯 소중한 이 땅에 그 위험성을 후손들에게 대대로 넘겨줄 지도 모를 핵폐기물 처리장과 갯벌을 파괴하고 자연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하필이면 이곳 부안에서 해야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먼저 핵폐기물 처리장에 대해서는 지역주민의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정해진 과정도 문제지만 핵폐기물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원자력이라는 에너지가 미래세대를 위한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요즘 원자력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부안 사람들의 핵폐기물 처리장 반대시위가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라고 규정되기보다는 오히려 현재를 사는 우리 세대들의 ‘세대이기주의’나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도시이기주의’는 아닌지 판단해 볼 일이다.
그리고 새만금 간척사업이라고 하는 대형 국책사업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갯벌이 가지는 환경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농지확보라는 경제적 가치만을 고려하였고 거기에는 과거 정권의 정치적인 계산까지 가미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첫 단추가 잘못되었으면 옷을 다시 벗어야 하는데도 이곳 전북지역의 언론을 포함한 개발을 지지하는 여론은 지금껏 정부가 투자한 자본과 노력을 헛되이 할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고, 계속해서 전북도민들에게 새만금 간척사업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외형상의 이익을 과대 포장한 이른바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물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거주지는 확대되고 이로 인해 산림과 호수 그리고 갯벌을 포함한 바다가 그 대상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개발과 보존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이른바 ‘친환경적 개발’이 앞으로의 개발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것이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가장 손쉬운(?) 대상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갯벌에 대한 간척사업은 아마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인간거주지 확대라는 차원에서 조금씩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역사적 자료와 현지답사를 통해 확인된다. 그런 간척사업이 요즘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규모가 과거의 경우와 확연히 다르게 대규모라는 점이고 이로 인해 해양 생태계 파괴를 가져오고 급기야는 우리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간척사업의 선진국이라는 네덜란드도 요즘에는 간척사업으로 이미 완공된 방조제를 조금씩 제거하여 바닷물을 유통시키고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성될 호수가 불행하게도 ‘제2의 시화호’가 되지 않도록 현 시점에서 개발론과 환경보존론 사이의 절묘한 절충적 대안을 지혜롭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환경과 생태를 고려하지 않는 개발 일변도의 정책만으로는 행복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것이며, 인간의 탐욕을 절제하지 않는 개발 사업으로 인해 자연은 우리 인간들에게 더 큰 재앙으로 보복할 것임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이길 수가 없는데도 스스로의 목소리가 높다고 하여 자연을 이겼다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 글쓴 이 : 박래철 ppuri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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