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온의 일교차가 커서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봄을 맞기 위한 통과의례인가?
겨우내 추위에 엎드려있던 식물들도 이제는 따사로운 한낮 기온에 기지개를 켠다. 갑작스런 눈발과 꽃샘추위에 더디 고개를 내미는 꽃들이지만 ....
'봄'이란 단어는 어차피 영어로 'spring'이 아닌가?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만물이 튀어 오르듯 솟아오른다는 뜻 일게다. 생명의 역동성에 초점을 맞춘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맘에 드는 단어는 역시 '봄'이라는 단어이다. 대지에 피어나는 만물의 소생으로 '볼 것'들이 많아서 '봄'이라는 단어가 탄생했을 것이다. 역시 봄과 스프링이라는 단어를 통해서도 동서양간 관점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봄은 인간적 관점의 반영이고, 여기에 비해 스프링이라는 단어는 보다 분석적이고 합리성이 반영된 단어인 것이다.
아침에 아파트 입구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백목련의 꽃 무리를 보고 내가 물었다. "저게 뭐야?"
4살 먹은 우리 막내아이가 외친다. "응, 꽃 붙였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한다.
일반적으로 '꽃이 피어있다' 라고 해야 하는데 우리 아이는 '꽃을 붙였다'라고 표현한다. 생각해보니 얘가 요즘 매일 학습지를 풀면서 스티커를 붙이면서 놀던데, 거기에서 유추한 기발한 대답이라 생각되었다.
세상에 대한 경험이 없는 아이로선 그런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꽃이 나무에 달려있는 건 어쩌면 스티커처럼 꽃을 붙여서 이루어진 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답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원인은 간단하다. 자연과 유리된 삭막한 콘크리트의 아파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흙을 밟아볼 수 없는 도시생활이 가져다 준 결과이기도 하다.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다.
오늘 우리 아이가 바라본 꽃에 대한 느낌을 두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적어본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기발하다는 말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맘이 더 앞선다. 자연과 유리된 삶이 우리 후손들이 가야할 길이라는 걸 생각하면.... 적어도 우리 세대가 어렸을 적까지는 자연과 더불어 살았었다. 그래서 우린 어렸을 적에도 분명 '꽃은 핀다'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 2006년 3월 박래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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