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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정읍이야기

정읍최고의 '포토존'은 추령봉

정읍최고의 '포토존'은 추령봉
[연재] 박래철의 정읍땅이야기...호남정맥 정읍구간, 그 마지막 산행길...개운재에서 추령까지

 

박래철 ppuri1@eduhope.net

 

지리한 가을장마가 이어지다 모처럼 햇빛을 보이는 9월 8일(토요일), 호남정맥 정읍구간의 마지막 구간을 가본다. 오늘 산행코스는 개운치에서 시작하여 추령(갈재)까지  8. 2km의 구간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등산하기엔 쾌적한 날씨이다. 

참가자는 모두 3명,  앞서 진행한 산행에 비하면 가장 적은 인원이다.  아침 8시반에 정읍시청광장에 모여 승용차 1대로 목표지점 개운치를 향하였다. 내장산 방면에서 부전저수지를 거쳐 순창군과 정읍시의 경계인 개운치(방산재)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순창군 쌍치면 방산리와 정읍시 부전동이 만나는 곳이다. 고개 정상부에 위치한 개운마을의 일부 가옥은 정읍과 순창으로 나뉘기도 한다. 오늘 코스도 전문산악인 외에는 잘 다니지 않는 곳이어서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잡풀이 우거져 있었다. 더구나 아직은 여름의 뒷끝인지라 등산로에는 가시로 무장한 풀과 나무들이 산행의 속도를 늦추기도 하였다.

 

 

 

 
▲ 개운치에서 추령까지...노랑선으로 표시한 산행구간. 노랑선을 중심으로 왼쪽은 동진강 수계, 오른쪽은 섬진강 수계이다.


이름에 걸맞게 역시 경치 좋은 망대봉

 

 

 

 

 
▲ 멀리서 바라본 망대봉 전경
9시 10분에 산행을 시작하여  경사진 능선을 따라 힘들게 한참을 올라, 평소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망대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전망이 좋았다. 멀리 바라보기에 좋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처럼 이곳에는 통신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군인들이 상주하고 있었고 주변엔 울타리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통신시설물이 정상부를 차지하고 있어 등산로가 막힌 느낌이었고, 가시덤불 길을 우리는 어렵게  통과하였다.  통신시설 앞쪽에는 콘크리트로 포장한 도로가 보였다. 바로 정읍시 부전동 백석마을쪽에서 시작하여 지그재그로 올라오는 자동차 도로가 이곳까지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섬진강(순창군쪽)과 동진강(정읍시쪽)을 나누는,  이른바 분수계에 해당하는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 망대봉 정상부...통신시설의 구조물이 산을 누르는 형국이다. 정상까지 자동차로 오를 수 있다.


순창 쌍치면 방산마을과 정읍 부전동 백석마을 이어주는 두들재 

 

 

 

 
▲ 망대봉에서 바라본 쌍치면 방향...쌍치면 소재지까지 이어지는 계곡
아래쪽으로 경사진 도로가 호남정맥의 능선과 어긋나는 곳 쯤에 두들재라는 고개가 나타났다. 쌍치면 방산마을과 부전동 부전저수지 근처의 백석마을을 이어주는 고개이다. 무엇을 두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이름이 '두들재'란다.


지금은 이곳 두들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수십년전까지는 순창군 쌍치면과 일부 복흥면 사람들이 정읍장날에 맞추어 농산물을 가지고 이곳을 넘나들었던 곳이다. 교통이 불편하고 돈이 귀했던 시절 일종의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를 위해 소를 포함한 가축까지도 몰고 넘어가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지금은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우리는 너무도 비약적인 변화를 겪은 것이다.

 

가지각색 버섯들이 고개를 내미는 시간...산길 직선이라면 산을 찾지 않을 것

비온 직후라서 그런지 꽃말고도 이름모를 가지각색의 버섯이  많이 보인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끓여주시던 버섯국이 떠오르기도 한다. 능선상에는 간혹 멧돼지가 뒹군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고, 인기척에 놀라 도망가는 뱀들도 있어 긴장감이 들기도 한다. 분수계를 따라 이어지는 능선길은 계속해서 좌우로 또는 수직으로 변화를 일으키며 이어진다.

이런 변화가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힘이 들어도 참을 만한 일이다. 아마도 산행길이 직선이라면 사람들은 산을 찾지 않을 것이다.

 

 여시목 지난 능선 딸 이어지는 키 높이 철망에 눈이 괴롭다

여시목을 지나면서부터는 내장산국립공원의 영역과 접경을 이룬다. 곳곳에 오래전에 묻어놓은 콘크리트 표식이 보인다. 국립공원 명칭 뒤에는 '내무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또한 일부구간에서는 동식물 보호를 위해 출입을 제한한다는 표시가 있었다. 이곳은 산행로와 접경일 뿐 등산로를 온전히 막는 건 조금은 억지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호남정맥상에 무수히 많았던 산행로 표시(리본)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국립공원 관리공단 측에서 산행을 억제하기 위해 리본을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키 높이의 철망이었다. 국립공원 구역과 맞닿은 사유지에서 이루어지는 임업생산물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만들어진 철망은 결과적으로 동물의 이동을 차단함으로써 생태계 유지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애물인 것이다.

산행길은 전날 주독을 풀어주는 알콜 해독길 

산행 중간 쯤 우리는 미리 준비한 김밥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전날 마신 술로 인해 힘든 산행이 예상되었지만  계곡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몸속의 주독을 풀어주는 듯 하였다.

 434봉을 지나니 오른쪽으로 내장산 갈재를 따라 오르내리는 차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한편 복룡재(쌍치면 신성리에서 내장산 상가지역으로 이어지는 고개) 근처에서는 왼편 아래쪽으로 터널공사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21번 국도와 49번 지방도를 연결하는 도로인데 쌍치면 신성리와 복흥면 서마리가 연결될 예정이라고 한다.

 

추령봉, 바위 많은 정상부에서 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장관 

 

 

 

 

 
▲ 멀리서 바라본 추령봉
 

 

 

 
▲ 추령봉에서 바라보면 내장산 9개 봉우리가 한눈에 보인다.
복룡재를 지나니 급하게 솟아오른 추령봉이 보인다. 오늘 코스 중 가장 급경사 지역이었다.  암벽타기 코스도 있어서 고소공포증이 약간 있는 나로서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추령봉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곳 추령봉(573m)은 내장동에서 순창군 복흥면을 넘어가는 갈재(추령)의 이름을 따서 추령봉이라 했겠지만 그 모습이 송곳처럼 뾰족하게 보인다. 실제로 그 아래 중턱쯤에는 송곳바위가 있기도 하다.


바위가 많은 정상부에서 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가깝게는 내장산의 9개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보였고, 내장저수지와 정읍시내의 아파트 풍경이 차례로 보였다. 아마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정읍에서는 가장 멋진 풍경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사계절의 변화까지 감안하면  이곳이 정읍최고의 포토존(photo zone)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정읍최고의 포토존(photo zone)은 추령봉 

   

 

 

▲ 추령봉에서 바라본 전경...왼쪽은 서래봉, 아래쪽엔 내장산 상가지역, 멀리 내장저수지와 정읍시가지가 보인다.
추령봉에서  풍경을 충분히  감상한 후 우리는 얼마남지 않은 산행을 이어갔다. 도착 예상시간은 오후 4시쯤이었지만, 추령봉을 막 지나는 위치에서 길을 잘못들었는지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우리는 막판에 무척 힘이 들었지만 가이드의 판단에 따라 길을 잘못 들었던 위치까지 후진하였고, 1시간 반가량의 지체 시간을 소비한 후 목표지점인 추령(갈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산행로에 표식이 없는 탓에 조금은 고생을 더 하게 된 것이다. 5시반경 우리는 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장승촌(순창군 복흥면 서마리)에 도착하였고, 마중나온 동료의 승용차를 이용하여 순창과 정읍의 경계를 이루는 갈재를 통과하여 정읍을 향하였다.

 

 

 

 
▲ 추령봉에서 내려다본 내장산 상가지역...내장산 상가지역을 클로즈업하여 바라본 모습
 
 

 

 

 
▲ 추령봉에서 바라본 내장저수지와 정읍시가지의 모습


오늘 산행 코스의 구간별 거리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전체 8.2km )
개운재  ~ 1km  ~  망대봉  ~  1.2km  ~ 두들재 ~ 2.8km (여시목 통과) ~ 435봉 ~ 3.2km(복룡재, 추령봉 통과) ~ 추령

 

이것으로 지금까지 4회에 걸친 호남정맥 정읍구간 산행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평소 정읍시민들이 잘 가보지 못했던 정읍의 비경을 이번 기회를 통해 가볼 수 있었습니다.  참여해주신 정읍사회교사모임 회원들과 안내를 끝까지 책임져주신 김형철선생님께 수고많았다는 말씀 전합니다. 읽어주신 독자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입력 : 2007년 09월 16일 19:41:57 / 수정 : 2007년 1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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