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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배우기

생활사진가를 위한 조언

생활사진가를 위한 조언

더 이상 필요 없다

곽윤섭 <한겨레> 사진기자의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동녘 펴냄)에 나오는 카메라 관련 조언을 모아보았다. 더 이상 필요 없다, 는 점에서 한결같다.

 

*어떤 카메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카메라 역사의 초기엔 좋은 카메라와 나쁜 카메라, 좋은 렌즈와 나쁜 렌즈의 차이가 심했다. 지금은 그 차이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브레송이 라이카 카메라를 쓴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자신의 사진에 촬영 연도와 장소 외에 카메라 종류를 밝히지는 않았다. 헤밍웨이나 셰익스피어가 무슨 펜, 무슨 만년필로 글을 썼는지 밝히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볍고 튼튼한 카메라면 뭐든지 좋다

좋은 카메라를 소개해달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어떤 회사에서 만들었건 모두 잘 만들었기 때문에 차이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비싼 DSLR는 대체로 무겁다. 어깨와 목에 무리가 오고 짐이 되어 점차 카메라와 멀어지게 된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평소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많이 찍어봐야 한다. 그러려면 가벼운 카메라를 선택해야 한다.

 

*표준렌즈만으로 충분하다

브레송뿐 아니라 여러 대가들이 50mm 렌즈 하나만 들고 사진을 찍었다. 표준렌즈가 사람의 시각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브레송이 카메라를 “내 눈의 연장”이라고 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왜곡이 덜하고 조리개 최대 개방치가 크고 무게가 가볍고 가격도 싼 편이다. 먼 곳은 가까이 다가가서 찍고 가까운 것은 물러서서 찍어야 하기 때문에 사진의 기본을 배울 때 좋다. 사진기자들도 대부분 초보 시절엔 표준렌즈 하나만 지급받아 훈련한다.

 

*심도가 얕은 사진을 얻기 위해 값비싼 일안반사식(SLR)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안개 낀 날이나 눈비가 내리는 날이 아니라면 우리가 보는 거리는 뒤까지 모두 잘 보인다. 콤팩트 카메라를 쓰던 초보 사진가들이 SLR 카메라를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초점을 일부에만 두고 앞뒤를 다 흐릿하게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매그넘 사진가 알렉스 마졸리는 걸프전에 종군기자로 가면서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만 들고 갔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심도가 깊다는 장점을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줌렌즈는 독이다

사진의 속성상 가까이 가서 찍은 것과 한 발짝 물러나 찍은 것은 크게 다르다. 사진을 찍을 땐 발이 부지런해야 하고 촬영 거리에 변화를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줌렌즈를 쓰면 움직임이 퇴화되고, 자신만의 시각을 형성하는 데 큰 방해가 된다. 최소한 사진을 배우는 단계에서는 줌렌즈가 독이 된다.

이 밖에도 △렌즈를 많이 들고 다니지 말 것 △쓸데없이 삼각대를 들고 다니지 말 것 △번들렌즈 하나면 충분하다 △자외선(UV) 흡수 필터만 있으면 다른 필터는 쓸 필요가 없다 등의 조언이 있다. 줌렌즈까지 달린 콤팩트 카메라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에게 ‘과한 물건’이다. 사진에 대한 집념은 찍는 것에만 둬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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