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후기

두승산의 설경

뿌리기픈 2009. 1. 11. 22:06

  바야흐로 한겨울인가보다. 어제부터 내린 눈이 그칠 줄을 모르고 오늘도 내리고 내일까지 내린다고 한다. 이곳 정읍은 부안,고창, 영광과 더불어 다설지로 유명한 곳이다. 노령산맥이 남서방향으로 이어지면서 황해의 습기와 만나는 곳이기에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가을 가뭄이 심하기에 이번 겨울에 내리는 눈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일요일, 내린 눈의 정취를 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정읍시내에서 가깝게 서쪽에 위치한 두승산을 올라보련다. 그리 높지않기에 한나절 코스로 적당한 곳이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시내 주요 도로에는 제설작업이 잘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달리는 자동차 때문인지 눈이 대부분 녹아 있어서 달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고부면 입석리쪽에 자동차를 주차시키고 산에 올랐다.  영하의 날씨이긴 하지만 바람이 잔잔하여 그리 추운 줄은 모르겠다. 혼자서 오르는 등산이지만 간간이 설경을 즐기러 왔다가 하산하시는 등산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둥그렇게 이어지는 9개의 연봉이 하얀 눈에 쌓여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역시 산은 계절따라 그 느낌이 사뭇 다른 것 같다.

 

입석리에서 유선사까지는 비교적 급경사면이어서 땀이 나기도 하였다. 두승산의 서북쪽 정상부에 자리잡은 유선사라는 절을 혼자 감상한 후 능선을 따라 여러개의 봉우리를 거친 후 계곡을 따라 하산을 하였다. 정상부의 멋진 설경에 산행 속도를 늦추며 한참을 감상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산아래 주변 평야부에 펼쳐진 설경도 함께 감상하였는데, 가슴이 탁트이는 느낌이었다. 이런 맛에 산에 오르는 것 같다.

 

한낮의 햇빛에 반사되는 하얀 눈이 그야말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아쉽게 눈 구름이 완전히 걷히질 않아 원거리의 경치는 잘 보이질 않았다. 날씨가 좋았으면 동쪽으로 내장산, 남쪽으로 입암산과 방장산, 서쪽으로는 황해바다, 북쪽으로는 너른 호남평야 등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산길에 하늘을 보니 눈구름이 짙어지면서 눈발이 다시 날리기 시작하였다. 설경을 감상하라고 하늘이 나에게 잠시 허락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하산을 하였다.

 

참고로 이곳 두승산은 호남정맥의 지맥에 해당하는 방장산의 한줄기가 북쪽으로 뻗어 이룬 산으로 이 근방에서는 방장산, 변산과 더불어 '삼신산'이라 불릴 정도로 신령스런 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산이라 하겠다.

 

그러면 처음 출발지인 입석리까지 원점회귀하는 오늘의 등산 코스를 정리해본다.

 

입석리-유선사- 상봉(해발고도 444미터로 두승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말봉(곡식의 부피를 재는 말(두)과 관련된 돌이 있었다하여 붙여진 이름)-끝봉(최근 전망대가 설치된 곳)-노적봉아래-보문사 계곡- 입석리

 

 

 

 두승산의 여러 등산 코스 중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역시 입석리 쪽 코스이다. 이곳에서 바라본 두승산의 연봉. 내장산의 축소판처럼 9개의 봉우리가 원을 이루는데 산 안쪽의 물이 계곡을 이루며 나가는 곳이 이곳 입석리 쪽이어서 이곳에 저수지가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유선사 방향으로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고부의 낮은 구릉과 평야가 펼쳐져 있다.

 

 유선사 부근의 노거수.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능선이 시작된다.

 

 유선사 부근에서 바라본 북서쪽. 고부면 소재지 부근의 석우제와  고부, 영원 들판.

 

 

 두승산에서 가장 유서깊은 사찰, 유선사.

 

 

 

 유선사 대웅전 옆에는 시멘트로 만든 호랑이 형상이 존재한다. 대웅전을 감싸는 산줄기 중 오른편쪽이 약하여 우백호(풍수개념)를 보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고즈넉한 풍경의 유선사.

 

 

 두승산의 남서방향, 고부면 입석리쪽.

 

 두승산 능선에서 볼 수 있는 설경.

 

 

 두승산의 봉우리 중 하나인 노적봉. 일명 선인봉.

 

 멀리 소성면쪽의 국사봉이 보인다.  방장산에서부터 국사봉을 거쳐 이곳 두승산으로 산줄기가 이어진다.

 

 

 두승산의 막내 봉우리?. 최근 전망대가 설치된 끝봉.

 

 끝봉과 노적봉 사이로 보이는 남쪽의 고부면 만수동.

 

 

 말봉에서 부터 오른쪽 끝의 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정상에서 내려다본 북쪽. 아래쪽에 덕천면 상학리와 하학리가 위치한다. 멀리 동학농민혁명의 전승지 황토현이 보이기도 한다.

 

 

 

 두승산의 북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매봉산과 천태산까지 보인다.

 

 두승산 최고봉에 설치된 안내판. 상봉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높이는 443. 9미터라고 되어 있다.

 

 잔가지마다 눈이 붙어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말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말봉에서 바라본 상봉(두승산의 최고봉)

 

 말봉에서 이어지는 산줄기가 동쪽으로 망제봉으로 이어진다.

 

 두승산 말봉에서 바라본 동쪽, 정읍시 흑암동. 가운데에 배영중고등학교가 위치한다. 멀리 정읍시가지가 보인다.

 

 배영중고등학교의 모습.

 

 흑암동과 멀리 정읍시 수성동의 아파트가 보인다.

 

 말봉의 정상부에 있는 바위. 과거에는 이곳에 석승과 석두(벼의 부피를 잴 수 있는 되와 말 모양의 돌)가 있었다고 한다.

 

 말봉에서 바라본 노적봉.

 

 말봉에서 바라본 입석리 쪽. 길다랗게 계곡이 이어지며 물이 빠져나간다.

 

 말봉에서 내려다본 풍경.  등고선식으로 만든 경작지가 이채롭다.

 

 최근 전망대가 만들어진 끝봉의 정상부.

 

 끝봉에서 바라본 고부면 만수동. 마을 아래쪽에는 두승저수지가 위치한다.

 

 

 두승산성 서문지를 설명하는 안내판.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입석리로 빠져나가는 계곡을 돌로 성을 쌓고, 나머지는 산봉우리를 요새로 삼아 이루어진 포곡식 석성이 있었다고 한다.

 

 

 두승산 안쪽에 위치한 보문사로 이어지는 길. 이곳에 두승산성의 서문이 있었다고 한다. 길의 오른쪽으로 계곡물이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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