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남도사람들이 한양을 가기위해 넘어 다녔던 고개길을 찾아나선다. 바로 전북 정읍시 신정동 새재골과 전남 장상군 북하면 신성리 남창골을 연결하는 옛길이다. 지금은 내장산국립공원 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엄격하게 관리되는 곳이기도 하다.
2008년 4월 26일, 노는 토요일이라서 아침에 길을 나섰다. 간단한 등산장비와 먹을 거리를 배낭에 담고 자동차를 몰았다. 정읍시내에서 남쪽으로 10분 거리, 정읍시 신정동 백학농원 근처, 새재가든을 지나 국립공원 탐방안내소에 도착하였다. 과거에는 입장료를 받았던 곳이어서 직원이 근무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빈 건물로 남아있었다. 어제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렸고 오늘은 계속해서 구름이 잔뜩낀 흐린 날씨였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불어서 그런지 등산객은 보이질 않았다. 11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골짜기 왼쪽은 내장산의 줄기인 삼성산이 위치하고 오른쪽에는 입암산이 위치하고 있다. 이 곳 산줄기를 산사람들은 호남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영산기맥이라 부른다.
곳곳에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있어 발길을 붙잡았다. 사진기를 누르면서 가다보니 몹시 시간이 지체되었다.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전북과 전남의 도계이며, 동진강과 영산강의 분수계가 되는 새재마루까지는 대략 2킬로미터, 보통걸음으로는 1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내리막길로 새재마루에서 남창골 삼거리(입암산성 남문으로 향하는 갈림길)까지는 다시 2킬로미터 남짓, 역시 1시간이 예상되므로 도합 2시간 거리인 셈이다. 옛날부터 중요한 교통로였기에 잘 다듬어진 길이었다. 1960년대엔 군사목적으로 산길을 확장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내장산국립공원(내장산, 백암산, 입암산/ 정읍시, 장성군, 순창군 영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는 생태를 감안하여 길을 좁혀서 탐방로를 유지하고 있다. 고개 아래엔 어김없이 여행자를 위한 주막과 숙박시설 등이 있었을 것인데 그 위치는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짐작만 할 뿐이다.
내장산국립공원은 크게 정읍쪽의 북부관리사무소와 장성쪽의 백암관리사무소로 나뉜다. 이곳 새재골은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이나 백양사보다는 탐방객이 적은 곳이다. 반면 고개너머 남창골은 광주쪽에서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이 무척 많이 찾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남창골에는 탐방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훨씬 잘 갖추어져 있었다. 남창골을 통해 입암산성을 찾는 탐방객이 많은 것이다. 참고로 입암산은 영역의 대부분이 전남 장성군에 포함되어 있고, 산의 북사면쪽만 정읍시 입암면에 포함된다. 입암산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입암면이라 했지만 실질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곳은 광주 전남쪽인 것이다.
남창골이란 과거에 곡식이나 생활필수품을 보관하던 창고가 있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남창의 위치는 현재의 전남대수련원이라고 한다. 남창이 있었다고 하면 분명 북창도 있었을 터인데 아마도 입암산성이나 정읍의 새재골 아래쪽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새재라는 고개이름은 여러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날아가는 새가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는 설, 새의 목처럼 좁은 곳이라는 설, 샛길의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소백산맥쪽의 문경새재의 새재와 비슷한 설이 존재하는 것이다.
남창골 아래 전남대수련원까지 확인한 후 발길을 돌려 원위치를 향하였다. 날이 조금은 더 어두워졌기에 사진촬영은 이제 생략하고 앞만보고 걸었다. 쉬지않고 가급적 빠르게 오는 바람에 새재골 주차장까지 1시간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안내지도에 2시간이라 하였는데 1시간 10분에 주파를 한 것이다. 전남대수련원에서 출발시간은 오후 3시반, 정읍의 신정동 탐방안내소까지 도착시간은 4시 40분이었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들꽃만큼이나 옛정취를 잘 간직하고 있는 새재고개(이곳은 장성새재라 함, 순창새재가 가까운 곳에 따로 존재함)가 앞으로도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현재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잘 보호를 하고 있지만......
새재골이 시작되는 곳. 새재가든이라는 음식점이 위치한다. 예전엔 이쯤해서 주막이 있었을터인데....
왼쪽은 삼성산, 오른쪽은 입암산 자락.
새재골(정읍시 신정동) 입구.
현호색?
새재골 출입구.
새재골 골짜기의 물.
돌나물.
산행길에 발견한 리본.
배꽃?
북녘에서는 돌강이라 부르는 풍화된 암석들.
고로쇠처럼 수액을 빼서 먹기도 하는 다래나무.
옥잠화.
녹색 신록이 싱그럽기만 하다.
어린 새싹이 앙증맞다.
분수계에 해당하는 장성새재 고개마루.
남창골로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
남창골쪽. 평평한 곳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남아있다.
탱자나무 꽃.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 흔적.
애기똥풀.
바위에 붙어있는 이끼의 싱싱함.
남창골 계곡. 영산강의 지류인 황룡강으로 이어진다.
내장산국립공원답게 단풍이 많은데, 잎이 큰 당단풍?
잎이 작은 애기단풍.
남창골에서 입암산성으로 이어진다.
남창골 삼거리. 왼쪽으로 가면 입암산성의 남문이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오르면 새재고개가 있는 정읍방면이다.
남창골 탐방로. 1960년대 군사용 도로 목적으로 확장되었던 길을 다시 좁혀서 이용하고 있다.
남창골의 화려한 화장실?
남창골 화장실. 산장처럼 멋지게 보인다.
남창골 계곡의 작은 폭포.
남창골 계곡.
1924년에 일본에서 들여와 심었다고 하는 삼나무.
전남대수련원이 숲에 가려 잘 보이질 않는다.
입장료를 받았던 곳이 이제는 시인마을로 변신하였다. 남창골에서.
새재골 탐방안내소 앞의 안내지도판. 방향이 뒤집어져 있다. 아래쪽이 정읍쪽, 지도의 윗쪽이 남쪽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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