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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기사 스크랩 2] 동진강 발원지 논란

뿌리기픈 2010. 7. 5. 23:03

동진강, 생명의 길을 묻다]④동진강 발원지 논란

유역변경 달라진 하천 '첫 물길' 규명에 어려움…조선시대 문헌 등 자료 기록도 '제각각'

작성 : 2010-07-04 오후 6:41:12 / 수정 : 2010-07-04 오후 8:41:18

전북일보(desk@jjan.kr)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개발사업'의 4대강이란 표현을 빌려 '전북의 4대강'을 꼽는다면 금강과 섬진강·만경강·동진강을 들 수 있다.

이 중 만경강과 동진강은 전북지역 안에서만 흐르는 하천이다. 동고서저의 지형적 특색을 갖는 전북에서는 섬진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천이 동부 산간지대에서 발원, 서부 평야지대를 거쳐 황해로 이어진다.

동진강이라는 이름은 바로 강 하구에 위치한 부안군 동진면의 동진(동쪽 나루터)이라는 지명을 따서 붙인 것이다.

전북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동진강은 남한에서는 10번째 규모의 하천에 해당한다. 한국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유역면적 1,124㎢, 유로연장 51km, 연평균 유출량 9억㎥, 연평균 강수량은 1,224㎜다.

한반도 최대의 곡창지대를 적시고 있는 이 강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각 기관과 문헌의 기록이 일치하지 않는다. 일제시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대규모 치수사업으로 물길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면서 정확한 발원지 규명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연수계를 제치고 인공수계쪽이 사실상 강의 본류를 형성함에 따라 원류와 발원지에 대한 시각 차이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동진강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문헌과 자료에 따라 ▲정읍 산외면 종산리 묵방산 남쪽 계곡▲정읍 내장산 까치봉 북동쪽 계곡 ▲정읍 산외면 상두산 ▲정읍 산외면 목욕리 촛대봉 남동쪽 계곡 등으로 제 각각 기록돼 있다.

강이란 실개천이 모이고 모여 시냇물을 이루고 그것이 다시 폭을 넓히면서 천과 강을 이루는 것인데 사람들은 굳이 여기에서 발원지, 즉 하천의 시작 지점을 찾고 동시에 본류를 규정하고 싶어한다. 일반적으로 하천의 발원지는 '하구로부터 가장 먼 곳의 물길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발원지에서 시작되는 물줄기는 그 하천의 본류로 규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진강은 정읍천, 태인천(현재의 본류), 고부천, 원평천, 신평천 등이 주요 지류이며, 이 중에서 하구로부터 먼 쪽에 위치한 정읍천과 태인천은 지형도를 놓고 비교해보면 그 길이가 엇비슷하여 일반인들이 눈짐작으로 발원지를 규정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동진강은 최장 길이가 51km로 되어있고 하구로부터 가장 먼 곳은 정읍시 내장산 까치봉(717m) 아래 북동쪽 계곡의 이른바 '까치샘'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증보문헌비고'에는 '동진강은 정읍 내장산에서 발원, 정읍천으로 흘러 이평평야에 이르고 태인천은 상두산에서 발원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국가기관에서도 동진강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하구로부터 가장 거리가 먼 지점인 정읍천 상류, 즉 내장산 까치봉 아래 계곡 쪽으로 규정했다. 다만, 본류를 정읍천 대신에 태인천으로 정하였는데, 이는 일제강점기 운암제(현재의 옥정호)를 건설한 후 섬진강 수계에서 유역변경식으로 물을 공급받게 된 태인천의 풍부한 수량을 감안한 결과일 것이다.

 

하천의 발원지와 본류는 일반적으로 일치하는 데, 동진강의 경우 섬진강 수계와 연결되는 인위적 상황으로 인해 이처럼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본류에 대한 논란은 별로 없지만 발원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기준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그 기준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발원지 규정도 본류 기준처럼 하구로부터의 길이뿐만 아니라 유량을 감안하여 태인천, 즉 지금의 강 본류 쪽으로 정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태인천 발원지에 대해서도 견해가 나뉜다.

 

첫째로 옥정호 운암취수구를 통해 농업용수가 배출되는 정읍시 산외면 종산리 팽나무정마을로 정하자는 안이다. 현실적으로 태인천에 공급되는 옥정호의 풍부한 수량을 감안한 주장이다.

둘째로 산외면 묵방산 자락 남쪽에 위치한 여우치마을 부근이다. 셋째로 산외면 목욕리 내목마을 안쪽 깃대봉 아래, 넷째로 상두산에서 이어지는 국사봉 아래 산외면 상두리 구장마을 안쪽 등으로 요약된다.

섬진강의 수자원을 끌어들이면서 그 모습이 크게 바뀐 동진강의 특수성을 감안할 경우 굳이 하천의 본류와 발원지를 일치시킬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천의 발원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대체로 본류와 발원지는 일치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발원지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 또한 자연스럽지는 않다. 바위를 만나면 채워서 넘기고 장애물을 만나면 비켜 지나가는 강물처럼 순리대로 풀어갈 일이다.

 

/박래철(정읍중학교 교사)

 

※ 공동기획: 만경강 생태하천가꾸기민관학협의회·정읍의제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