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이야기

'2008 내장산 국제음악제'에 대한 나의 느낌

뿌리기픈 2008. 6. 19. 01:18

 정읍예술회관에서 6월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열린 2008 내장산 국제음악제에 대한 느낌을 적어본다. 6번의 기회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4번을 갔으니 나름대로 음악제에 대한 느낌과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날의 감동때문인지, 글을 쓰고 싶은 필(feel)이 꽂힌다.

 

KBS교향악단의 연주회 모습(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사진)

 

 이번 음악제는 매일 밤 저녁식사 후 8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펼쳐졌는데, 모처럼 클래식의 향기속에 푹 빠지는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평소 클래식을 라디오나 CD음악으로만 듣다가 이렇게 공연장에서 생음악을 들으니 그 감동은 비교할 수 가 없다. 성악가들의 아름답고 시원한 목소리, 실내악단의 세련된 화음, 오케스트라의 장쾌함을 뭐라 표현할지 모르겠다. 대학생 시절부터 알게 되었던 클래식(서양음악)의 맛, 나이들면서 그 매력에 더 빠지는 것 같다. 생활이 각박하고 힘들 때에도 나에게 위안을 주는 오래된 친구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예술회관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도 우리 가족과 함께 감상하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식구중에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음악회가 있을 때마다 늘 혼자서 가게 된다.

 

이번 음악연주에 참여하는 단체와 음악가들의 면면을 보면 대단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가들과 외국에서 모셔온 유명한 분들이 참여하는데, 정읍에서 또다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이다. 정읍이라는 소도시에 이런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게 된 게 큰 행운이고 축복이 아닐 수없다. 더군다나 이모든게 무료로 제공되었다는 사실 또한 기쁜 일이다. 음악제 대표를 맡아 출연진을 섭외하고 행사를 이끄신 예인음악예술고등학교 이봉기 선생님과 음악제 행사에 재정 및 행정지원을 해준 정읍시에 고마움을 표한다. 한가지 아쉬움은 강광시장님이 음악제에 큰 관심과 많은 지원을 해준 점은 정읍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고마운 일이나, 매일같이 식전 또는 식후에 마이크를 장시간 잡고서 축하인사를 하는 모습은 보기에 좀 민망하기까지 하였다. 시민들은 공연을 즐기기위해 왔는데, 시장님의 품격낮은 인사말을 장시간 듣는 것도 고역인 것 같다.  날씨도 더운데  제발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인으로서 자기홍보를 위한 몸짓이라고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올바른 단체장이라면 자신을 과도하게 노출하기 보다는 보이지않는 가운데 묵묵히 시민을 위해 일해주었으면 한다.

 

이번 음악제의 첫날, 국립합창단의 공연을 보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합창단답게 그들의 화음과 기교는 관객을 매료시켰다. 최고의 음악수준에 비해 정읍시민들의 관람태도는 부족하였다. 수군대는 소리, 부채부치는 소리, 휴대폰으로 게임하고 문자보내는 소리, 삐걱대는 의자소리, 돌아다니는 아이들 소리가 음악제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관람석 곳곳에 통제요원이 있어 평소보다는 개선이 되었지만  그래도 좀 아쉬운 대목이다. 자발적인 참여가 아니라면 제발 이런 음악회에는 처음부터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대로 음악을 감상하고자 하는 분들에는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부 부모님들은 자녀들을 반강제적으로 이끌고 와서 음악감상의 기회를 제공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다수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클래식음악회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과 관습을 사전에 좀 알아보고 관람을 하는 것도 좋을 일이다. 음악에 대해 조예가 없는 사람들은 교향곡이나 협주곡같은 대곡의 하위개념인 악장에 대하여 개념이 없기에 그냥 아무때나 박수를 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사회자가 센스있게 미리 사전에 주의를 주어도 좋을 일이다. 평소 객석이 가득차는 공연은 적었던 이곳 예술회관에 모처럼 관객이 꽉차는 사례가 이번 음악제 기간에 이어졌다고 한다. 관객구성을 보니 단체관람으로 찾아온 분들도 보인다. 예컨대, 세번째날에는 인근 부대의 군인아저씨들, 그리고 장애인수용시설에 사시는 분들까지 오셨다. 

 

마지막날 바로 오늘, 이번 음악제의 하이라이트인 KBS교향악단의 공연을 보기위해 거의 2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모였다. 난 1시간 전에 가게 되었는데 다행히 친척 한 분이 자리를 앞쪽에 잡아주어서 가장 쾌적한 조건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장마비가 내리는데도 시민들이 몰려들어서, 나중엔 바닥에 주저앉거나 서서 보는 분들도 많았다. KBS교향악단의 연주는 기대이상으로 나를 감동케하였다. 사람들도 나중엔 기립박수를 보내었다. 오늘 연주한 곡목은 대중적으로 친숙한 곡이어서 그런지 관객들도 잘 집중하고 반응도 컸었던 것 같다. 마지막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은 사람들을 흥분케하기에 족했다. 그리고 계속된 박수소리에 앵콜곡, 글링카의 루스란과 루드밀라 서곡까지 듣게 되었다. 대학시절 전주의 어느 공연장에서 처음듣고 반해버린 그 곡을 다시듣게 되닌 감개무량 그 자체였다. 예술회관을 나오는 관객들 모두 흡족한 표정인 것같았다.  내장산 음악제 덕분에 며칠간 행복감을 느낀다. 여름밤 음악의 감동을 오랫동안 잊지못할 것 같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자주 찾아왔으면 한다. 가시적이고 외형적인 축제보다는 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런 음악회를 시민들은 더 선호할 것이다.

 

* 내장산 국제음악제의 프로그램

13일 국립합창단 연주회 : 주여 평화주소서 / 내 평생에 가는 길/ 오라 주께 찬양 드리자/ 왈츠에 붙인 사랑의 노래 / 추억의 노래 메들리(남성합창) (휴식) 한국민요 축전 / 보헤미안 랩소디 / 뮤지컬 '시카고' 중 올 댓 째즈 / 운명 교향곡 / 재즈 할렐루야

 

14일 이봉기 피아노 연주회 :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월광/ 쇼팽의 폴로네이즈 1번 , 폴로네이즈 3번 , 즉흥환상곡  / 발라드 / 리스트의 라캄파넬라

 

15일 갈라콘서트 : 드보르작의 피아노트리오 '둠키'(피아노 주희성, 바이올린 이성주, 첼로 박상민) /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비올라 리샤, 피아노 보아이나인) / 김규환의 님이 오시는지,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어머니도 아시다시피(소프라노 진귀옥) / 쇼팽 바카롤레(피아노 보아이나인) / 김동진 내마음, 드보르작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게(소프라노 김현숙) / 비엔나프스키 폴로네이즈 (바이올린 이성주) / 변훈 떠나가는 배, 베르디 리고레토 중 여자의 마음(테너 안형일) / 드뷔시 영상2권 중 금붕어(피아노 주희성) / 슈베르트의 퀸테트 숭어 (피아노주희성, 바이올린 이성주, 비올라 리샤, 첼로 박상민, 콘트라베이스 이호교) / 김성태 동심초,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중 주여 평화를 주소서(소프라노 이규도)

 

16일 한일교류연주회 : 테너 박현재 - 떠나가는 배, 내마음의 강물 / 메조 소프라노 나가이 가스코- 고추잠자리, 바람맞고서  / 소프라노 서혜연- 청산에 살리라, 산촌 /  바리톤 타타라 -황성의 달, 들의 양 / 메조 소프라노 나가이 가스코 - 중국지방의 자장가, 종이 울립니다 / 박현재- 가고파, 목련화 / 바리톤 타타라 -하루종일, 부엉이 / 소프라노 서혜연 - 사랑, 그리운 금강산

 

17일 서울바로크합주단  :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 텔레만의 비올라 협주곡 / 브리튼의 프랑크빌리지 주제에 의한 변주곡 (휴식) 킬리의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한 오라와 / 삐아졸라의 리베르탱고, 베르나노 프로테노,

 

18일 KBS교향악단 연주회 :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 모짜르트의 플롯협주곡 1번 /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 지휘자 피오트르 보르코프스키, 피아노 독주- 올레그 폴리안스키, 플룻 독주- 타카기)